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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상인 May 10. 2024

해봐야 아는 게 있다는 말의 의미

한 것도 하지 않은 것도 아닌 상태

현재 나는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있다. 첫 학기를 보내고 있는데 솔직히 만만하게 봤다가 생각보다 할 게 많아서 놀라고 있는 중이다. 이제 첫 학기의 끝을 향해 가는 중에 조금은 식상한 표현이지만 '해봐야 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됐다. 해보니까 알겠다는 문자 그대로의 느낌과는 조금 뉘앙스가 다를 수 있다. 


내가 해봐야 안다는 걸 느끼게 한 건 대학원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에서 온 것도 있지만 소논문을 작성하면서 크게 느꼈다. 나는 지금까지 9권의 책을 썼고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글도 자주 쓰기 때문에 A4로 6~7장 정도 되는 분량의 소논문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량이 문제가 아니라 지켜야 할 양식부터 정확히 알지 못하면 결국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재표현하는 정도에서 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분량이나 읽어야 할 내용을 생각해 보면 객관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할 정도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는데, 문제는 나의 심리상태였다. 


내가 애초에 만만하게 봤고, 대학원을 졸업해도 큰 이점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조금만 분량이 늘어나거나 조금만 시간이 소요되면 마음속으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라고 자문하며 집중력을 잃었다. 이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배웠는지, 뭘 했는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내가 아니라 누구의 인생에서라도, 대학원에 소속된 시간을 이런 식의 태도로 일관한다면 졸업이 어려울 것은 물론이고, 졸업했다고 하더라도 '대학원에서 배울 건 없네'라며 지난 시간을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내게 누군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어 의견을 구한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전혀 아닐 것이다. 이런 사람은 해봤어도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히려 이렇게 보낸 시간은 생각할수록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시간이 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해봐야 아는 것이다"라는 말을 이해하려면 적어도 그걸 해볼 때 정말 싫더라도, 왜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느끼지 못하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이것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했을 때 비로소 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긴 인생을 산 것은 아니지만 지난 시간을 돌이켜봤을 때 제대로 집중하지 않고 만만하게 생각하는 건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1. 인생의 선택지를 스스로 좁히는 문제

2. 만만하게 생각한 태도로 성장하지 못하는 문제


객관적으로 자신이 뭔가 많은 시도를 해본 것 같은데 여전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아직도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 시도 중 최선을 다한 건 몇 개 없을 가능성도 높다. 과정에서 제대로 느낀 게 있다면 적어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정도는 배울 수 있을 것인데,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에 해본 것도 아니고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닌 상태로 '그건 안 맞았어'라며 선택지를 스스로 좁히고 있을 수 있다. 나는 대학원 과정을 하면서 내게도 이런 순간들이 많았음을 인정해야 했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결국 이런 태도는 선택지를 계속 좁힌다는 것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생을 무기력하게 만들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만만하게 생각하면 성장이 안 된다는 것이다. 가치관에 따라 내게는 무엇이 더 중요하다며 우선순위를 정할 수는 있겠지만,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인간 사회에서 성장을 방해하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사를 짓는 것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그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마케팅을 잘하는 거래처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자신이 하는 농사는 힘들고 아무나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마케팅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절대 거래가 유지될 수 없다. 그리고 만만하게 여기기 때문에 마케팅을 본인이 직접 하지 않더라도 좋은 거래처를 찾기 위해 본인이 공부할 가능성도 낮다. 이 또한 장기적으로 본인 사업 성장에 방해가 되는 태도가 된다. 


인생을 여행이 비유한다면, 결국 본질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의 농도를 짙게 만들고 가치 있게 하는 건 태도일 것이며, 그 태도에 정답은 없겠지만 적어도 해봤는데 해보지도 않은 것과 같은 태도는 답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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