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 떨지 않으면 생기는 일
호들갑 : 경망스럽고 야단스러운 말이나 행동(출처:표준국어대사전)
야단스럽다 : 보기에 매우 떠들썩하게 일을 벌이거나 부산하게 법석거리는 데가 있다.(출처:표준국어대사전)
나는 내가 생각해도 호들갑이 심한 편이었다. 무슨 일을 하면 그냥 조용히 하는 편이 잘 없었다. 티를 내고 싶어 안달이라고 해야 할까.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어떤 일을 하면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 혹은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자주 이야기했다. 그래봐야 그 일이 더 힘들어진다거나 혹은 더 가치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고 그 반대도 아니었지만 나는 종종 그랬다.
그러던 어느 하루 호들갑을 떨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외면하고 있던 불편함이 느껴졌다. 가만히 그 불편함에 대해 생각해 보니 '그렇게 말하면 뭐가 달라져?'라는 의문이 들었다. 어차피 해야 할 공부는 떠들든 그렇지 않든 분량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난이도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호들갑이었던 것인지 의문이 든 것이다.
이런 의문에 답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졌고 부담감도 사라졌다. 떠들어봐야 내게 도움이 되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호들갑을 떨어봐야 내가 해야 할 일에 필요한 노력이 10 중에 3 정도라면 마치 10이 들어가야 할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는 3밖에 노력하지 않지만 스스로 10 정도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쯤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해야 할 것들을 끝냈을 때 왜 보람을 느끼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내 일을 과장하며 떠들었으나 실제로 체감되는 건 그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런 행동의 이유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하는 일이 무엇이고 어떻게 지내고 있든 나는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았다. 나 자체로는 부족하다는 생각, 그래서 내가 하는 일에라도 뭔가를 덧붙여서 떠들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내가 경험해 보니 세상에 존재하는 일(일을 직업으로 특정하는 것이 아니며, 공부든 운동이든 누군가 하는 일을 말함)이란 각자가 체감하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그 일 자체는 늘 그대로였다. 누군가에게 특별히 더 힘들거나 특별히 뭔가를 더 요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난 시간을 생각해 보니 호들갑 떨지 않을수록 더 내 삶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