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다. 메이지 대학교 홋타 슈고 교수는 자신의 책 <효과 빠른 번아웃 처방전>에서 그런 불안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불안은 원래 위험을 예측해서 행동하기 위한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불안이 있기에 인간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래서 뇌는 내버려 둬도 마음대로 불안해지는 습성이 있다."
뇌과학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안할 수 있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마음대로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저자는 불안의 원인을 명확히 하여 이에 대응하는 행동을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저자가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유서의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인용하며 미래를 불안해하는 인간 심리를 묘사하였듯, 애초에 불안의 원인을 분석하고 명확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불안으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자살한 사람이 자신의 심리를 있는 그대로 쓴 경우는 아직 없다. 나는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 이 심리를 분명하게 전하고 싶다.(중략) 나는 그저 희미한 불안이다. 내 미래에 대한 그저 희미한 불안이다." - 야쿠타가와 류노스케 유서 중
위의 인용한 내용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복합적이며 당장 어떻게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홋타 교수가 제시한 방법은 생각조차 불가능할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독서를 하며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그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또는 너무 복합적이어서 불안을 떠올리기조차 힘든 불안감)으로 고민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란 질문을 하게 됐다.
그리고 우연히 영화 "티끌 모아 로맨스"(한예슬, 송중기 주연)를 보다가 그에 대한 답을 얻게 됐다.
영화엔 미래에 대한 답이 보이지 않는 청년백수 천지웅(송중기)가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구홍실(한예슬)의 말에 다음과 같이 답하는 내용이 나온다.
"지금까지 살아왔으니까 앞으로도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 천지웅
정확히 위와 같은 대사는 아닐 수 있지만 뉘앙스는 비슷했다. 사실 대사는 미래를 깊게 고민하지 않은 천지웅이 자조적인 느낌으로 한 것이었지만, 내게는 그의 대사가 미래가 불안하든 그렇지 않든 일단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사실이라는 것을 일깨워줬다.
그래서 그의 대사는 내게 지금 당장 미래가 너무 불안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그 불안을 참아내든, 무시하든 관계없이 어떻게든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것은 그 불안을 극복할 힘이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평소 걱정을 달고 살며 불안 속에 사는 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자주 '이것만 해결되면 좋겠다'는 가정을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그 '불안'이 해결되면 이 '불안'이 찾아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아왔으니까 앞으로도 어떻게든 살아가겠지라는 말은 내게 큰 용기가 되었다. 자주 미래가 불안해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지금까지 견뎌온 자신을 생각해 보며 불안을 해결할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