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글쓰기
나는 브런치에 123개의 글을 썼다. 갑자기 쓴 글의 수를 세어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최근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회수가 평소보다 높길래 많이 본 글을 확인하다 지금까지 쓴 글의 수를 보게 된 것이다. 최근 많이 본 글은 "글재주 없는 남자가 작가로 사는 법"이었다. 솔직히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찾아주신 것은 감사한 일이었지만, 다른 글로 관심을 이어가지 못한 것은 글 쓴 사람의 입장에선 안타까운 일이었다. 첫 시작은 인기가 많았지만 그다음부터는 매력이 크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 말이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에세이를 써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마음에 들지 않아 더 쓰고 있지 않았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에세이의 시작에서는 글쓰기와 관련된 나의 경험과 함께 어떻게 작품을 써왔는지를 담고 싶다고 했는데, 쓰다 보니 내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계발도서의 내용처럼 글의 방향이 변질된 것 같다는 점이다. 글에서도 밝혔듯 10번째 책이 될지도 모르는 에세이를 쓰며 지난 글 쓴 시간들을 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 느낌이 나는 글이라 그런지 내가 봐도 글의 매력이 부족했고 왜 읽어봐야 하는가에 대해 답할 수 없는 글이 많았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내 이야기를 하면서도 모든 걸 고려할 수 없음에도 마치 독자의 다양성을 전부 고려하며 글을 쓰겠다는 것도 좀 아쉬웠다.
무슨 일이든 그렇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은 없다. 아무리 유명한 맛집이라고 해도, 어떤 사람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수 있고 맛 이외에 다른 요소가 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의견이 있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모든 의견을 반영한다면 장담하건대 그런 맛집은 곧 평범한 가게가 되고 말 것이다.
나는 글에서도 이런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독자는 지식 습득과 같이 특별히 독서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게 아니라면, 유희의 목적이 크다. 그래서 작가들이 얼마나 노력했든 관계없이 읽었을 때 재밌거나 공감이 되어야 계속 읽을 수 있다. 개그에서도 취향이 있듯 글에서도 전개 방식부터 작게는 문체까지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내 글은 건조하지만 현실적인 면이 강한 편인데, 모두를 고려하고(정확히는 글을 쓰다가 '누군가는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으로 표현을 무난하게 바꾸는 것) 젠틀한 느낌을 고민하다 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글이 되었다. 나한테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자신이 가진 장점을 살리지도 못하고 단점만 부각되는 것처럼, 글도 자신의 색에 부합하게 쓰는 게 좋다.
혼자 쓰는 글이라도 편안하게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