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 아닌 과거의 나를 만나는 시간
대학시절 한 친구는 사진 찍는 걸 정말 좋아했다. 나는 사진엔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그 친구가 한 말은 공감할 수 있었다.
"어차피 시간 가면 남는 건 사진이야."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기반으로 한 SNS인 인스타그램을 좋아하고 이용 중에 있다.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또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 생각된다. 이와 관련해 나는 과거를 기록하는 것에 사진이 갖지 못한 장점을 갖고 있는 게 바로 글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은 그때의 단면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때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그 사진을 찍기까지 혹은 찍은 후에 어떤 마음이었는지 등은 알 수 없다. 그저 사진 속 내가 웃고 있다면 그때 전후 사정이 어떠하든 '그때의 나는 행복했구나'라고 느낄 뿐이다. 물론, 관련된 에피소드가 떠오르며 그때의 감흥을 제대로 떠올리게 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가면 기억은 흐릿해지기 마련이고 때론 왜곡되기까지 하니 사진 속 자신의 모습과 달리 현재 자신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면 괜스레 우울한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은 다르다. 글은 그때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진 못하지만 그때의 감정을 정확히 기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SNS의 관점으로 볼 때 글은 사진에 비해 인기가 덜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다는 의식도 덜 해도 된다. 특히 추억을 기록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글을 잘 쓰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기만 하면 되니 쓰기도 쉽다. 심지어 날짜도 함께 기록되니 사진으로 전달되는 순간보다 더 깊게 그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나는 브런치에 업로드한 '신혼일기'를 다시 읽어본다. 글을 잘 썼든 잘 쓰지 못한 것 같든 상관없이 그때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느껴지기 때문에 써두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추억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는 요즘이지만 그것 못지않게 글로 기록하는 것도 감동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