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갖는 힘은 현재가 어떠하든 그 순간으로 돌아가 그때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추억엔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순간들도 있지만 모든 행운이 나만 비껴가는 것처럼 잘 풀리지 않았던 시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추억이 된 건, 그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며 얻은 보람과 그때의 감정이 잊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추억은 경험의 일부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추억이란 남지 않는다.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런 추억과 관련해 나이가 들어 좋은 점 하나는, 10년 전 혹은 그 이상되는 꽤나 오래전에 일을 돌아보며 지금 이 순간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며칠 전의 일이, 가까운 과거에 있던 일은 추억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그때만 할 수 있었다와 같은 감정이 들어가기 어렵기에 꽤나 오래전 자신의 행동이 지금과 다른 경우 그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최근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 준비했던 일이 잘 안 되면서 일상에 집중하는 게 쉽지 않았다. 모든 일이 잘 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내면에선 '이렇게 오래 준비한 것도 하지 못한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의문으로 고민이 컸다.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가 있지만 이번엔 심적으로 헤어 나오지 못한 시간이 길었다.
그러다 친구와 대화를 하다 우연히 벌써 15년이나 지난 나의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기의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 시절 나는 떠날 때부터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현실이 만만치 않아 꽤나 고생을 했었다. 그러나 한 가지 믿음이 있었는데 '분명히 이 시간이 나중에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애초에 떠날 때부터 갖고 있었던 목표가 그랬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같이 살고 있던 외국인으로부터 "넌 채식주의자냐?"란 말을 들을 정도로 매일 식빵만 먹으면서도 버틸 수 있었다.
그때의 시간들을 잠시 떠올려 보니 지금 사정은 그때보단 훨씬 좋은 상태인 건 분명했다. 그리고 모든 일이 다 안 된 건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걱정할 것도 아니기도 했다. 이런 순간이 있었다고 해도 나란 사람은 여전히 나에 대한 의심을 거두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았던 시간이 있었기에 식빵이 아니면 먹을 게 없던 수준의 걱정을 지나 지금과 같은 고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용기를 얻는다.
"추억이란 인간의 진정한 재산이다." - 알렉산더 스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