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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글은 없다

by 하상인

글을 쓰려고 할 때 어려운 것 하나는 '어떤 글을 쓸지'를 정하는 일이다. 어느 정도의 분량을 쓸 것인지, 어떤 문체를 쓸지 등은 그 이후 문제다. 때문에 과제로 주어진 글은 잘 쓰는데 능동적으로 쓰라고 하면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성인이 되고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을 떠나면 대부분은 글을 꾸준히 쓸 일이 없기 때문에 쓰지 못한다는 게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취미가 없어도 사는데 전혀 지장이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글을 쓰기 위해 주제나 글감을 선정하기 힘든 경험을 한 사람들은 간혹 내게 글감이 떠오르는 것인지 어떻게 꾸준히 쓸 수 있는지를 묻곤 한다. 나는 그럴 때면 당연하게도 글감이 막 샘솟는다거나 하진 않는다고 설명한다. 어떤 글을 쓸지 생각을 오래 하기도 하고 때론 그렇게 생각해서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한다.


글을 꾸준히 쓰고 있지만 나도 글을 처음 쓰는 사람들처럼 어떤 글을 쓸지를 고민하는 것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쓸 수 있는 건, 어떤 경험을 하거나 스쳐가는 감정이나 생각을 인식했을 때 내가 '이것을 글로 쓰면 어떨까'란 생각을 자주 하는 것에 있다.


그런 점에서 '이유 없는 글'은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 글을 쓰는 일이 어떤 글을 쓸지 정하지 못해 어려운 것이라면, 글을 왜 쓰렸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는 데 있어 다른 사람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자신을 납득시킬 정도의 이유면 충분하다.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 자신에겐 큰 이벤트가 될 수 있고 당연히 기록할 때 감정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글들이 모이면 한 권의 책이 된다.


목적 없는 글처럼 보이더라도 쓰는 사람이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 공통점을 발견하고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일상을 기록하게 되어 그것이 모이면 에세이가 될 것이고, 자신이 몸담은 분야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모은다면 실용서가 될 것이며, 자신의 여행을 기록하면 그것이 여행서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글을 쓸 것인가에 답을 내리기 힘든 사람이라면 글을 쓰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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