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 쓸수록 언어가 가진 무게감을 크게 느낀다. 모국어인 한국어를 사용한 것이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같은 표현을 하면서도 과거와 지금은 그 말이 가진 무게를 확인혀 다르게 느끼는 것이다. 특별히 어떤 계기가 있어서 그런 무게감의 차이를 느꼈다기보다는 경험을 통해 표현한다고 아는 것이 아니고, 설명한다고 해서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소통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같다'처럼 체감한 것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계기가 있던 건 아니라 이 단어가 아닌 다른 말로 설명하긴 어렵다.
말이 씨가 된다는 표현이 말을 가려서 하게 한다면, 말의 무게감을 체감하게 되는 건 말로 표현되기 전 많은 필터를 거치게 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말이 많았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공부하고 싶지 않았어도 인생을 통해 배우는 경험치가 쌓이며 자연스럽게 말이 줄어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여기에 더불어 여유를 갖고 대화할 사람이 줄어드는 것도 한 몫한다고 생각된다.
요 며칠간 나는 평소 하지 않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며 언어가 가진 무게감을 더 느끼게 됐다. 특별히 다른 시간을 보낸 건 아니었는데, 평소 하지 않은 일을 하는 동안 이전보다 말을 할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시간 동안 누군가와 대화를 할 일은 거의 없었다. 외부에서 보기엔 말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와는 더 활발하게 대화를 했는데, 내가 가진 문제에 대해 조금 더 명확히 알게 됐다.
막연히 알고 있던 걸 언어로 설명하며 위기감이 생겼다. 언어는 겉으로 보기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은 듯 보였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마음가짐의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어떤 계기는 사람을 변하게 하는데 그 계기를 뜯어보면 언어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언어는 그 계기를 해석하게 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같은 계기가 되는 사건이 있더라도 행동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된다.
평소 글을 쓰며 느끼는 언어의 무게감을 다시 한번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