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내 생각의 사각지대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사고방식을 갖고 살다 보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른 채 당연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기에 의식하지 않으면 반복되는 행동 패턴 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점 때문에 성인이 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엔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의식하지 못한 채 완성된 사고방식에 의해 지배되는 영역이 너무 크다 보니 변화를 위해 얻은 조언 등이 아무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니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고 결론짓는 것이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고민이 있을 때면 나는 책을 찾는다. 나보다 나은 사람의 조언을 위한 것도 있지만, 책을 읽다 보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말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고민은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없는 것만 보고 있는 사람이 고민을 해결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책에서는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 관련해 다음과 같은 정말 좋은 내용이 있었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해답은 주변 환경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다수의 사람이 모인 군집 속에서 환경에 영향받으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존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능력을 평가 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겸손한 것은 좋지만, 자신을 지나치게 낮추는 것 또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만약 지금 '나는 이룬 게 없다'라고 생각한다면 "초역 니체의 말"에 나온 다음 문구를 기억하기 바란다.
자신을 대단치 않은 인간이라 폄하해서는 안 된다. 그 같은 생각은 자신의 행동과 사고를 옭아매려 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맨 먼저 자신을 존경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을 아직 아무런 실적도 이루지 못한 자신을 인간으로서 존경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이상에 차츰 다가가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타인의 본보기가 되는 인간으로 완성되어 간다." - 책 <더 퍼스트> 중
분명히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은 모두 존중받을 만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타인의 평가나 다른 사람이 이룬 것을 보고 인용한 내용처럼 대단치 않다고 생각하며 폄하할 수 있다. 이런 마음은 스스로 생각해도 대단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애초에 시작조차도 못할 테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위와 같은 설명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만한 내용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이를 인지하기 전까진 깜깜하고 막막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책은 비용, 시간 등 여러 요소들을 감안할 때 생각의 사각지대를 밝히는 정말 좋은 수단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평소 책을 읽기 싫어도 꾸준히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 고민이 있을 때만 책을 찾으면, 읽기를 중도에 포기할 때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 읽기 싫은 때엔 두께가 얇고 내용이 복잡하지 않은 책을 일부러 찾기도 한다. 어떤 일이든 그렇듯 완전히 멈춘 후 다시 움직이는 건 어려우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