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나는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라는 말이 너무 싫었다. 왠지 그 말이 내게는 '넌 그 정도에서 만족해라'라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라는 게 큰 것에서는 행복을 느끼지 말라는 말도 아니고 더 큰 행복을 추구하지 말라는 의미도 아니었는데 그저 내가 비꼬아서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해서 혹은 일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만족감 등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말은 인생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있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나의 행복이나 만족감은 늘 미래에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미래를 정확히 그리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서 계속 열정을 불태울 수도 없고 억지로 계속할 수도 없다. 때문에 의미도 없고 즐기지도 못하는 일을 계속 억지로 하는 건 같은 시간을 해도 그렇지 않은 일에 비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고 더 피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달리 생각하게 된 건, 대학 졸업 후였다. 대학 생활 중에 책도 썼을 뿐만 아니라 전액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내 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에 만족과 행복이 있다며 억지로 했던 일이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게 아니며 그렇다고 미룬 행복과 만족감을 보상해 주는 것도 아니라는 걸 그때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알게 된 점은, 난 작은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거나 행복해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 누구보다 그것에 만족하고 있음에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랬기에 겉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거나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했으니 미래엔 보상이 있을 거라고 만족했다. 겉과 속이 다른 점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며 당연히 현재에 발을 제대로 딛고 사는 느낌도 들지 않았을 것이다. 막연하게 미래를 그리면서 지금보다는 괜찮을 거라는 '희망'만 갖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깨우치면서 새로 마주하게 된 세상에서는 내가 그간 잘못 살아왔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글은 정말 큰 도움이 됐다. 과거 겉과 속이 다른 채 살며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모습을, 글을 쓰며 주의를 기울이게 됐기 때문이다. 글을 쓰며 내가 느낀 걸 제대로 쓰고 있는지 또 뭔가를 외면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알게 됐다.
그래서 지금은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끼려 노력한다. 나의 행복은 나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있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