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친구는 결국 요리사가 되었다.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 불안한 20대를 위하여

by 하상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믿기 어렵습니다. 말하는 사람조차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경우보단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까요. 어쩌면 차라리, ' 원래 일이라는 건 말이야 혹은 돈이라는 건 말이야 하기 싫은 일을 해야 되는 거야'라고 누군가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주는 편이 20대를 살아가는 친구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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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 전 이 맘 때였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당시까지 해왔으나 저에게는 '직업'이라고 부를 만한 일이 없었을 때였습니다. 대학은 졸업했고, 인턴으로 있던 신문사는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출간된 첫 책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졌으며, 두 번째 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던 상태였습니다. 곧 서른 살이 되는 나이였지만 '직업'이 없는 게 제 현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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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주어진 순간마다 열심히 공부하면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믿음은 졸업과 동시에 산산이 부서져버렸습니다. 그렇게 저는 2015년 8월 말부터 저는 고등학생이나 1~2학년 대학생들과 함께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돈이 급했기에 그날그날 바로 돈을 주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면 제일 나이가 많은 사람은 저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를 고용한 사람의 나이가 저와 비슷한 경우가 많았고, 가끔씩은 저보다 어린 사람인 때도 있었습니다. 그전까지는 항상 '백 살까지 살 수 있다고 하는데, 나이 몇 살 정도 늦는 것은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마주해보니 그 생각을 갖고 멀리 보기가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이 말을 했던 사람들, 그리고 이 말을 믿고 분명히 나에게도 늦지만 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제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다는 생각에 단기 아르바이트에 집중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때 길거리 공연 홍보, 모델하우스 피켓 알바, 결혼식 서빙 알바 등 다양한 단기 아르바이틀 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들이 지나면 지날수록 제 자신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정말 힘들었던 것은 이 생각들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제가 해온 일들에 대해서 '왜 그렇게 했냐'며 스스로를 부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조언을 해줬던 사람들이나 제가 읽었던 책들이 정말 싫어졌습니다.







그리고 1년 후, 믿었던 두 번째 책인 『20대, 20대에게 길을 묻다』가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였고 저는 이제 곧 서른 살이 되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던 상황이었습니다. 행정사 공부를 하고는 있었지만 매일매일이 제 과거와의 싸움이었습니다.




"대체 왜 그런 선택을 한 거냐?"라며 매일 밤 되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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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선택'의 순간은 매일 밤 다르게 찾아왔습니다. 하루는 그 선택이 호주에서 일하던 때이기도 하였고, 하루는 대학원 제안을 받은 날이기도 하였으며, 또 하루는 고시 공부를 선택하지 않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낮에는 행정사 시험공부를 하였고, 밤에는 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이는 제가 좋아서 한 일이라기보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한 일이었고, 앞으로 행정사로서 하고자 하는 일은 있지만 이에 대한 확신은 많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얼마 전 제가 하는 일을 다시 차분히 돌아보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6년 정도 연락이 두절되었던 고등학교 때 친구와 연락이 닿은 것이었죠. 그 친구는 고등학교 때 친구로 저희는 3년 동안 같은 반이었습니다. 제가 호주에 갔다 오면서 연락처를 다시 찾지 못했기에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다른 친구를 통해 그 친구와 다시 연락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근 6년을 연락하지 못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치 어제까지 같이 놀던 고등학교 때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때는 '게임'이나 '수능'에 대한 소재로 대화를 했다면 이제는 '먹고사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는 점었습니다. 그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며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았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는 나름 지역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모여있는 학교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여 있는 학생들 대부분의 첫 목표는 좋은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공부도 치열하게 했었죠. 저는 그런 학교에 적응을 못했고, 자취를 하며 일상도, 학교생활도 엉망인 채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당연히 끼니는 제대로 챙겨 먹지도 않았죠. 평소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친구는 어느 날 우연히 저에게 아침 식사로 자신이 구운 빵을 가져다줬습니다. 포일로 엉성하게 포장되어 있는 빵이었지만,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빵입니다. 그리고 그때 이 친구의 꿈이 요리사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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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이 친구가 3학년을 마치고 대학 입학을 앞둔 상황에서 학과 선택을 두고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당연히 요리사가 되고 싶었으나, 집에서 많은 반대를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요리와는 전혀 관련 없는 학과로 가게 되었고, 군대를 갔다 오고 저도 호주를 가게 되면서 연락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근래 서로 연락이 닿았고 저는 이 친구에게 요즘 무슨 일하며 지내냐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나 요리한다.


였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대답이었기 때문에, 저는 더 묻지 않았습니다.


한때 다른 길을 선택했던 이 친구의 모습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이 대답을 듣고 정말 기뻤습니다. 마치 누군가 저에게 이 친구를 통해 제가 선택한 일에 대한 확신을 채워준 것 같았습니다.


저는 어느덧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가 좋아하는 일을 조금씩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결국 '누구든 원하는 길이 있고, 그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길을 가게 되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이 친구는 저에게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일은 힘들어. 남들 쉴 때 일하는 거니까. 그런데 손님들이 내가 만든 음식 맛있다고 하거나 더 주문하게 되면 그때만큼 보람찬 순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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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듣고 저는 과거를 부정하며 선택에 대해 후회로 매일 밤을 보냈던 지난 1년의 시간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졌습니다. 분명히 우리가 삶을 진지하게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스스로에 대해 분석하면 할수록, 그리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본인이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조금씩은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을 저는 이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분명히 저는 제 20대 동안 이런 저의 선택에 대한 근거를 제대로 찾지 못했습니다.

서른 살이 되어서야 저는 제 선택에 대한 근거와 함께 온전한 제 자신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20대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분명히 있어 보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없어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지난 10년을 돌이켜 봤을 때 좋아하는 게 정말 없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제 친구같이 꾸준히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이런 일련의 선택을 해왔던 과거의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며, 결국엔 그 선택이 옳았다는 걸 깨닫게 될 것입니다.


스스로의 삶에 확신이 없어 고민하고 있는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다면, 다만 '그' 좋아하는 일을 잠시 잊고 있는 것뿐입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확신에 찬 순간이 곧 올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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