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숫자가 사라진 자리에 드러난 글쓰기의 본질
"지수가 박살 났다." 10년 가까이 매일같이 드나들던 블로그 통계 창을 보며 내뱉은 첫마디였다. 일일 방문자 수 100명 미만.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숫자일지 모르나, 9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고 '도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해 온 나에게 그것은 성적표이자 자존심이었다. 검색 로직의 변화는 10년 공든 탑을 순식간에 흔들어놓았다.
나는 행정사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도 공유된 행정심판재결례를 남길 만큼, 타인의 억울한 사정을 법리로 풀어내는 일에는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었다. 하지만 내 글이 검색 엔진의 선택을 받지 못해 외면당하는 상황 앞에서는 어떤 법조문도 나를 구제해주지 못했다. 당혹스러웠고, 솔직히 말하면 깊은 불안이 엄습했다.
쓴 것이 무엇인지보다는 눈에 보이는 숫자에 만족해 글을 써왔는지 모른다. 정보성 글 끝에 기계적으로 붙이던 홍보 문구, 검색어 노출을 위한 키워드들. 문득 그것들이 '작가'로서의 내 문장을 얼마나 갉아먹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이제는 달라질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숫자는 무너졌고, 눈치 볼 필요도 없었다. 그저 다시 '진짜 글'을 쓰기만 하면 됐다.
물론 결심했다고 해서 바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여전히 방문자 수는 거의 변화가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마음을 새로이 하자는 결심 때문인지 예전엔 보이지 않았던 누군가의 댓글 등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다시 느끼는 기분이었다. 검색 로직은 내 글을 밀어냈을지언정, 글 쓰기의 본질엔 지금 같은 태도가 더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9권의 책을 냈다고 해서 쓰기가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음 달 출간될 10번째 에세이 <마음이 넓지 않은 사람이 불안을 대하는 방법>의 원고를 쓰며 나는 여전히 부족한 글쓰기 실력과 싸웠다. 하지만 이제 조금은 안다. 무너져도 나의 문장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무너진 자리에서야 비로소 가장 투명한 고백이 나온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오늘도 타인의 삶을 구제하기 위해 법률을 살피고, 나의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빈 종이를 채운다. 그리고 최근에 겪고 있는 이런 경험 덕분에 나의 10번째 책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한 진심을 담게 될 것 같다.
[9권의 저서를 지나 닿게 된 저의 가장 솔직한 사유, <마음이 넓지 않은 사람이 불안을 대하는 방법>이 다음 달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