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함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당신을 위해
대학시절 내가 좋아했던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의 제목은 '예스맨'. 짐 캐리와 주이디 샤넬이라는 배우가 주연한 영화로, 내용은 짐 캐리가 모든 일에 '예스'라고 답하면서 자신의 일상이 바뀌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물론 후반부에 가서는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에만 '예스'라고 말하는 법을 배우며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된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 영화가 너무 좋아서, 내 영어 이름조차 이 영화 주인공의 이름인 '칼'로 지었다. 이렇게 영화 주인공의 이름으로 내 영어 이름을 지을 정도였으니, 나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였다. 그래서 가끔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즉흥적으로 제안받은 일에 'yes'라고 답을 해보기도 하였다. 덕분에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가 내 인생에서 다시는 해보지 않아도 될 '번지점프'와 같은 일들을 겪어보기도 했다.
당시에 내가 이 영화에 미쳐있었던 것은 영화 속 주인공이 선택해야 하는 매 순간에서 'yes'를 통해 마주하고 있는 고민을 즐겁게 해결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영화니까 가능했겠지만,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나도 내 고민을 해결하고, 즐거움을 찾고 싶었다. 무엇이든 재밌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브런치에 연재한 글에서 단 한 번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후회다'라고 말한 일이 없었다.
내가 쓴 글을 본 사람이라면 내가 후회하는 것들이 대부분 전문성을 갖기 위한 준비를 하지 못하였거나, 장기적인 계획하에 무언가를 해보지 못한 점,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지 못한 점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나는 즐거움을 찾고 싶었다고는 했지만, 실제로 즐거움을 찾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내 모습과 장기적으로 계획하지 못하고 떠도는 현실 등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불안한 당시에 내가 느끼던 불안함의 해결책을 '즐겁게 지내고 싶다'라는 명목으로 즉흥적인 결정을 통해 피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것도 상당 부분 픽션일 수밖에 없는 영화라는 매체를 근거로 말이다. 그리고 일단 'yes'라고 하면 뭔가 할 일이 생기니까, 즉흥적인 결정으로 나의 현재 불안한 심리상태를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던 것이다.
생각하기를 싫어하고, 자신의 삶은 늘 즐거움으로 가득해야 한다고 믿었던 나 자신의 실수였다.
상처가 곪아버리면, 그 곪아버린 부분을 도려내야 하듯 불안함이라는 문제가 생기면 그 불안함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것이 언제든 가장 빠르고 정확한 해결 방법이다. 그런데 나는 내 미래를 결정하는 일에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즐겁게 지내기 위한 선택을 하다 보면 좋은 결과도 함께 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었던 것이다.
사람마다 성격부터 자라온 환경까지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에 마주하는 고민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든 지금 마주한 그 문제들이 나처럼 생각하기 싫거나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회피한다면 언젠가는 다시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말 것이다. 내가 30대가 되어 20대에 했던 그 불안함을 지금 다시 마주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