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떻게?’를 버려야 변한다.
안녕하세요, 삶을 바꾸는 5분 하상인 작가입니다.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은 책만 읽는 허생에게 배고픔에 지친 아내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하루는 그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과거를 보지 않으니, 글은 읽어 무엇 합니까?"
허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도서를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장인바치 일이라도 못하시나요?"
"장인바치 일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장사는 못 하시나요?"
"장사는 밑천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글을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장인바치 일도 못 한다. 장사도 못 한다면, 도둑질이라도 못 하시나요?" - 허생전 중
이 대화에는 생계를 책임지지 않고 책만 읽는 허생에 대한 아내의 화난 모습이 잘 그려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화를 마친 후 허생은 계속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가장 부자인 변씨를 찾아가 만 냥을 빌린 후 이를 짧은 기간 동안 은 백만 냥으로 만들어 내는 장사 수완을 보입니다. 그가 이처럼 상황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었던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변화 이유는 ‘어떻게 하겠소?’라는 변명을 버렸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천호식품의 김영식 회장입니다. 최근엔 몇 가지 문제로 비판 받고 있지만 그가 어려웠던 순간을 극복했던 방법은 허생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김영식 회장은 과거 대한민국에서 현금 보유량 100위 안에 드는 사람이었지만 1998년 사업이 어려워져 빚만 22억 원에 이르는 상태가 됩니다. 하지만 그는 20만 원을 가지고 1년 11개월 만에 빚 전부를 해결합니다. 그는 이렇게 해결할 수 있었던 방법에 대해 한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변하려고 하는 사람은 내 머릿속에 '어떻게'라는 말을 지울 수 있어야만 변할 수 있습니다.
'내가 예전에 현금 보유량 100위 안에 든 사람인데 내가 어떻게 이렇게 전단지를 돌려 이렇게?'
'내가 명문대학교 나왔는데, 내가 어떻게 그렇게 해, 내가!'(중략)
'어떻게'라는 말을 버리는 사람만이 과감하게 변할 수 있습니다."
바로 과거에 “잘 나갔던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나?”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 김영식 회장의 경우 현금 보유량 100위 안에 들었던 큰 사업가였지만 전당포에 자신의 결혼반지를 저당잡고 빌린 돈으로 전단지를 만들어 직접 돌리며 영업을 뛰었던 것, 그리고 하루를 소주 하나와 분홍 소시지로 버티며 앞만 보고 갈 것이라 다짐한 것이 그로 하여금 천호식품을 일으킬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라는 생각은 꼭 이렇게 큰 부자거나 큰 성공을 이룬 사람만이 하는 생각은 결코 아닙니다. ‘체력이 약한 내가 어떻게’, ‘공부를 잘했던 내가 어떻게’, ‘지금까지 그런 일은 해보지 않은 내가 어떻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행동하지 않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행동하지 않는 이유를 명확히 할 수 없을 때,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내가 어떻게?’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을지 모릅니다. 흔히 하는 말로 사회 초년의 성공이 좋지만은 않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 말의 참 뜻은 일찍 성공을 맛본 후 모든 걸 잃었을 때 “과거 잘 나갔던 내가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어?”라는 마음으로 과거에 얽매여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엔 절대적인 건 없다고 하지만 오랜 과거부터 지금까지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갖고 전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의 ‘내가 어떻게?’라는 내용 역시 변화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강연
1.김영식 회장 강연(세바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