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 취업기②

어문과 졸업생은 왜 광고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나

by hase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광고/마케팅 분야에는 별 관심이 없던 사람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소위 '인싸'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광고홍보학과 전공인 친구 왈, 전공 수업에 들어가면 죄다 핵인싸들 투성이라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으며 '나랑은 거리가 먼 사람들이군...'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 이유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은 이미 너무 많은 소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라는 다소 철학적인 이유이다. 환경 문제에 조금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니(정확히 말하면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다 보니) 세상엔 멀쩡한 상태로 버려지는 게 너무나 많은데 (공익 광고가 아닌 이상)사람들에게 소비를 하도록 독려하는 일을 굳이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 사람이 왜 광고회사의 공고에 지원했느냐 하면 사실 업무와는 별 관련 없는 이유였다. 일단 이전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어디든 일할 곳이 필요했기에 찬 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 타이밍에 눈에 띄었던 공고였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기에 광고가 아니라 다른 일을 하는 회사였어도 지원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소심쟁이 infp인 내가 용기 내서 지원할 수 있었던 건, '일이 어렵지 않다', 그리고 '젊고 자유로운 분위기다'라는 설명 때문이었다. 채용 공고는 걸러서 보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출근해서 일해보니 나의 경우엔 채용 공고에 쓰인 말이 사실이기는 했다. 회사 일이나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쓰긴 하겠지만, 그 젊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정규직 제안을 수락하는 데 일조하기는 했다.


결론적으로는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이 회사에서 하는 일이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영 못해먹겠다 싶지도 않아서, 그리고 마음 한 켠에 취업의 불안함을 안고 사는 게 지겨워서 입사하게 되었다. 원래 일하고 싶었던 분야가 따로 있었지만, 수많은 입사 지원과 몇 차례의 면접이 실패로 돌아간 탓도 있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지만 나의 경우에는 늘 간절히 바라는 쪽보다 별로 기대하지 않은 쪽이 이루어졌다. 어쩌면 무언가를 그렇게 간절히 바란 적조차 없을지도 모르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얼렁뚱땅 취업기①-취업의 시작은 이별에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