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쿄 리벤저스>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양키물 분석
폭력, 위협, 절도. 위험하고 부정적인 단어는 전부 어울리는 양키에 왜 사람들은 미칠까(긍정적). 답은 단순하다. 미디어 속 양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악행을 지켜보기만 해도 괜찮다. 몸을 피하지 않아도,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아도 된다. 게다가 양키가 주인공인 미디어 속 대부분의 경찰은 속수무책인 데다가 심지어 가끔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는다. 최근 화제의 넷플릭스의 <불량 연애>도 그렇다. "앉으라고! 사랑하러 왔잖아!". 영상(짤)부터 밈까지 만들어진 것을 보면 이미 제작자의 의도는 끝났다. 성공의 가도를 부드럽게 달리면 된다. 오토바이든 리무진이든 상관없다. 뭐 어떤가. 낭만만 있다.
역시 경찰이 엑스트라, 혹은 음향효과로만 등장하는 건 영화 <도쿄 리벤저스> 시리즈(이하 <도리벤>)도 마찬가지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불량 연애>와는 조금 다르다. 제작자의 의도가 담겼다는 건 같지만, <도리벤> 속 양키(나아가 야쿠자)들은 그 어떤 것보다 <불량 연애>보다 나은 장점이 있다. 그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2D다. 다만 글에서 말하는 <도리벤> 시리즈는 TVA(Television Animation)가 아니라 하나부사 츠토무 감독의 실사영화다. 그러니 3D 세상 속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이니 2D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 그들을 만나보겠나. (내한이나 더 자주 와주면 좋겠다.)
시리즈의 첫걸음인 <도쿄 리벤저스>(2021)는 개봉 당시 말 그대로 일본 열도를 흔들었다. 2026년 2월 기준 실사영화 1위 흥행을 기록한 <국보>(2025)의 요시자와 료(마이키)를 시작으로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2025)의 키타무라 타쿠미(타케미치), 다음달 개봉 예정인 <폭탄>과 애니메이션 <블루 자이언트>(2023)의 성우 야마다 유키(드라켄), 이외에도 이마다 미오(히나타), 스기노 요스케(나오토), 이소무라 하야토(앗군), 무라카미 니지로(카즈토라), 타카스기 마히로(치후유), 마미야 쇼타로(키사키) 등 현재까지 인기 투표에서 이름이 빠지지 않는 2-30대 배우들의 총집합이다. 그 인기에 힘입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섹션 상영까지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2023년 4월과 6월에 개봉한 <도쿄 리벤저스: 핼러윈편 - 운명><이하 <운명편>) <도쿄 리벤저스: 핼러윈편 - 결전>(<이하 결전편>)은 일본 국내 인기를 유지했지만, 한국에서는 러닝타임 90분의 <운명편>은 2025년 5월 극장 개봉 없이 IPTV로 직행했고, 같은 해 10월에 <도쿄 리벤저스 2: 결전>으로 개봉했으나 2주 만에 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외영화 특성상 현지 개봉과 비슷하게 개봉하는 데에는 일부의 (초)인기 영화들을 제외하고 수입∙배급사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팬데믹 사이에 잊힌 시리즈 영화의 성공을 예상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결전편> 현지 개봉 일주일 전과 지난해 말, 출연 배우 두 명이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되면서 앞으로 모든 출연진을 좋아하기에 민감한 작품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지 개봉 당시 <도리벤>이 실사영화수입순위 1위를 유지하고 있었을 정도로(시네마랭킹통신), 애니메이션 영화가 물론 <도리벤> 시리즈가 이미 만화 원작과 애니 방영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실사화(化) 영화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겠지만, 아무래도 인기 청춘스타들의 총집합인 캐스팅 라인업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양키 및 야쿠자를 주인공으로 한 수많은 작품 중 <도리벤>을 선택한 이유에 배우만 있는 건 아니다. 매일 맞고만 다니는 찐따(였던) 주인공이라면 다르다. 처음부터 양키였던 주인공이 아니다. <도리벤>은 양키물 중 특이하게 타임슬립 소재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양키가 되기 위한 계기를 주는 건 충분하다. 그리고 <불량 연애>처럼 약간은 순애보이기도 하다. 주인공 타케미치는 어중간한 비행 청소년으로 살다가 성인이 되어 방음도 되지 않는 허름한 멘션의 1 LDK(1리빙룸+1다이닝룸+1키친. 방이 쓰레기장 수준이었으니 분명 이보다 작았을 것이다. 주방이라도 있으면 다행이고.)에 살다가 고등학생 때 좋아하던 히나타의 부고를 뉴스에서 보게 된다. 그녀는 '도쿄 만지회(이하 도만)'의 파벌 항쟁에 휩쓸려 죽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무의미한 매일을 살다 첫사랑의 사망 소식을 뉴스로 알게 된다는 건 꽤 충격적이다. 멍만 때리다가 끝날 것 같은 하루를 보낸 후 퇴근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누군가에게 밀려 선로로 떨어져 열차에 치일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모두 예상하듯 여기서 타임슬립이 발생한다. 요약하자면, 무의미하게 시간만 보내던 주인공이 첫사랑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과거로 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고군분투'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여기에 집중한다.
타케미치는 보통 사람이라면 생각하지 못할 발상을 한다. 사고 직전으로 가 히나타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 사고 현장에 그녀가 가지 못하게 막는 것도 아니다. 바로 그녀가 휘말린 조직 '도만'의 톱이 되는 것이다. 정말 대단하다. 정말 용감하다(부정적). 그 기개에 박수를 보낸다. 그의 선택에 대한 당혹감은 우리 몫이다. 하지만 여기서 당황한 건 우리만이 아니다. 타케미치를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이 그의 발언에 놀라고 만다. 한때 양키처럼(양키였던 적 없다. 양키 호소인에 가깝다.) 머리를 탈색하고 왁스를 발라 빗으로 초사이언 형태로 만들고 통을 두세 배는 늘린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꽂고 떼거지로 어슬렁거린 적은 있지만, 정작 두 손을 얼굴까지 추켜올리고 누군가의 얼굴, 혹은 바짓단 펄럭이며 급소 부위에 발차기를 하는 정말 양키 같은 싸움 같은 건 한 적이 없다. 일방적으로 맞은 적은 있지만.
여기서 필요한 건 우정이었다. 시커먼 남자애들이 떼거지로 나오는 여느 양키학원물처럼 '우정'이 그들을 먹여 살렸다. 일본어로 표현하자면 '仲間([나카마], 직역하면 동료라는 뜻이나 회사 동료의 동료와는 보통 다른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의도적으로 '나카마'라고 표현하겠다.)'. 아오, 정말 나카마가 뭐길래. 그들은 우정, 나카마를 위해서 뭐든지 한다. 설령 그게 자기 목숨을 내놓는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결전편>에서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패싸움, 파벌 싸움의 결전이 이루어진다. 그를 위해서 약간의(?) 희생도 필요하다. 나카마, 혹은 그의 여자친구를 위해 기꺼이 피 흘리는 이 우정은 도저히 일반인으로서 이해할 수 없다. 알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살우죽(우정에 살고 우정에 죽는다)을 몸소 실천하는 이들이 떼거지로 나온다. 그들의 우살우죽, 나카마 의식은 지역에서 나온다. 흔히 '나와바리(ナワバリ. '구역'을 뜻한다.)'라는 말로 한국에서는 속어로 쓰이지만 야쿠자(양키)의 활동 범위를 뜻하는 말로 쓰인 것이 넘어온 것이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문자 그대로의 순수한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나와바리는 다시 한번 '소속감'을 위해 만들어진다. 너와 내가 하나로 묶이는, 집에서는 양아치라며 혹은 학교에서는 문제아라며 배척받은 이들이 같은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이 지역의 치안을 지키며 칭찬을 듣든 욕을 먹든 자존심을 지킨다. 마치 중세 일본의 다이묘(大名)와 그가 통치하는 지역을 지키는 사무라이 같기도 하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만화가 있다. 현재 인기리에 연재 중인 만화 <윈드 브레이커(ウィンドブレイカー)>다. 그냥 치고받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그룹이 속한 지역을 청소하고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면 맞서 싸우는, 양키 문화를 아름답게 미화하는 내용이다. 파벌 싸움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사실 그렇다.
세기말부터 2026년 현재까지 일본 남자 배우들은 특수촬영물(특촬물) 출신이나 아니냐로 나뉠 수 있을 정도로 학원물을 기반으로 한 액션 시리즈를 찍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꾸준히 있다는 걸 증명한다. 기꺼이 2,200엔을 내고도(현재 일본 현지 티켓 가격. <결전편> 개봉 당시 성인 기준 1,600엔이었다.) 남자애들이 떼싸움하는 영화를 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명 양키학원물(학원물: 학교를 배경으로 학생이 주인공인 장르를 통칭. 일본은 공∙사립 구분에 따라 학교와 '학원'이 있다. 학원이 아닌 학교 배경이어도 학원물이라고 한다.)이 이토록 꾸준히 수요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한국의 콘텐츠 상황부터 보자. 한국은 액션이 가미된 학원물이 흔하지는 않지만, 학원물 자체는 꾸준히 존재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학교> 시리즈다. 수많은 스타 배우들을 배출한 등용문이기도 했다. 그 안에는 분명 반항아 캐릭터가 존재한다. '나쁜 남자'나 '츤데레' 같은 캐릭터성을 칭하는 이름이 아직도 쓰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말 그대로 수요가 있다!(그것도 아주 많이!) 물론 <학교> 시리즈는 2021년 김요한, 추영우, 조이현 배우와 같은 신인배우들을 배출하고 일단락된 듯 하지만 웹드라마의 흔한 소재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상황을 보자. 2026년 1분기 방영 드라마를 기준으로 눈에 띄는 학원물은.. 없다. 놀랍게도 없다! 그렇다면 양키물은? 당연히 있다. 주인공이 전 양키 출신 의사인 <양도쿠>(후지테레). 아직도 천년돌로 불리는 하시모토 칸나 주연의 드라마다. 양키였던 주인공이 친구의 사고사를 계기로 뇌신경의가 되어 생활하는 '의료엔터'드라마다. 그렇다. 양키물이 아니다. 물론 주인공이 계속해서 세 살 버릇 버리지 못하고 양키 말투 등을 노출하는 게 포인트다. 즉 '양키' 자체는 메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국내 기준 2025년 <도리벤> 실사 영화의 마지막 시리즈가 개봉했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3년이나 된 영화가 되었다. 필자 또한 2023년 상반기에 두 차례 걸쳐 개봉일에 맞춰 일본에 가 관람한 전적이 있다. 실제로 제작되고 있는, 1-2년 내에 개봉될 영화∙드라마 중 양키가 활개 치는 작품은 거의 없다. 0에 수렴 중이다. 학교(학원)에서 벌어지는 범죄물이라면 꾸준히 제작 중이다. 학생들의 범죄나 학생들이 범죄를 해결하거나. 한국의 제작 상황과 비슷해지고 있다.
한국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일본 콘텐츠 흐름도 바뀌고 있다. 더 이상 자국 영화만 보지 않는다. 물론 2025년 개봉한 <국보>와 같은 영화라면 보겠지만 앞서 언급했듯 2,200엔을 주고 킬링타임용 양키물을 보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쿠폰을 쓰더라도 말이다. 관객의 수요는 캐스팅이든 작품성이든 '잘 갖춰진' 작품으로 쏠리고 있다. 극장 관객이 줄고 있는 한국과 비슷한 경향이다. 한국보다 현저히 불편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극상 상황에도 <국보>와 같은 성공작이 나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하지만 아는 맛이 무섭다고, 양키물 드라마가 없는 건 이번 1분기뿐일 수도 있고, 개봉 한두 달 전, 빨라야 서너 달 전에 캐스팅 상황을 공식적으로 보도하는 일본의 콘텐츠 문화 특성상 앞으로 양키들이 득실거리는 찐한 양키물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작년 개봉한 <윈드 브레이커> 실사 영화의 처참한 실패 등으로 보아 실사 콘텐츠로써 양키물은 더 이상 단맛이 나지 않는 조금은 유행이 지난 소재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양키물을 즐겨보았고, 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분명 <불량연애>는 (미남 배우들이 나오지 않더라도) 잠시 다른 장르를 보며 쉬다 다시 돌아오라는 오아시스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하나부사 츠토무 감독 같은 실사 장인이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기지 않고 계속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 한 우물만 파주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그가 계속 한 우물을 파기 위해선 우리의 힘이 필요하다.
모두, 양키물을 보자.
참고: 영화 <도쿄 리벤저스> 공식 홈페이지 https://wwws.warnerbros.co.jp/tokyo-revengers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