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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석 Mar 28. 2023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星降る夜に

- 人は明日は当たり前に来ると思うから近しい人の死に戸惑ってしまうことも多い。

  だから明日死んでも悔しいがないように僕は伝え続けるよ。


사람들이 내일이 당연하게 오는 거라고 생각해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당혹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내일 죽어도 후회가 없도록 계속해나간다. 드라마 <별이 내리는 밤에>(星降る夜に, 2023, TV Asahi, 이하 호시후루(星降る)> 속 주인공 히이라기 잇세이(키타무라 타쿠미)의 대사다.(6회) 잇세이는 유품정리사다. 생전에 본인에게, 혹은 사후에 유가족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는 것이 유품정리사의 일이다. 물론 고인을 기리고, 유품 중 중요한 물건을 유가족에게 전달하고, 전달하지 않는 물건들은 정리하거나 폐기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물건들은 후에 전달을 위해 보관하기도 한다. 이외의 일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인공 유키미야 스즈(오시타카 유리코). 마로니에 산부인과의 산과의다. 작가의 의도대로 두 주인공은 각각 죽음과 삶을 마주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완전히 반대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드라마에서도 언급하듯, 산부인과에서도 벽 하나를 두고 한쪽에서는 축복받는 탄생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사산으로 인한 상실도 존재한다. 그 밖에도 태어났지만(태어날 예정이지만) 그 존재만으로 축복받지 못하는 생명이 있는가 하면, 함께하고 싶어 노력하고 노력해도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호시후루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9회라는 짧은 스토리라인에 뚜렷하거나 와닿는 서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잔잔한 일본 드라마다. 하지만 8회를 걸쳐 9회, 최종회에 닿으면 비로소 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무엇을 주려고 했는지 알 수 있다. 각자의 상실을 겪은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하루를 살아간다. 거창하게 썼지만 우리가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이 꼭 동물의 숲에서 사는 주민들처럼 무해하고, 판타지 영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행복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옆에는 항상 죽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일 있을지도 모르는 죽음을 위해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표현한다고 해도 당장, 혹은 내일 그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 누구든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누군가의 부재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40분씩, 9회 동안 이어간다. 죽음을 겪은 사람이 오늘을 포기하려 할 때 사람들은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하고 말한다. 유품정리사와 산과의라는 두 직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리고 눈에 띄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다. 마로니에 산부인과의 간호사 이누야마 츠루코(네코제 츠바키)의 아들 마사노리(코마기네 키이타)다. 일명 ‘찰리’. 찰리는 곁잠 도우미다. 곁잠 도우미는 말 그대로 여러 이유로 잠을 잘 수 없는 사람의 곁에서 잠을 같이 자는 것이 일이다. 찰리의 의뢰인들은 도대체 왜 돈을 주고 곁에서 잠만 자게 하는 걸까. 곁에 사람의 온기가 느껴져 안정감을 느껴 잠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누군가의 부재를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잠이라는 것이 중요한데, 핑크 머리에 핑크 옷을 입는 찰리가 철부지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에겐 하루를 살아가는 큰 힘이 되는 것이다. 또한, 그의 생일에는 스스로 축하받기보다는 본인을 엄마인 츠루코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이처럼 호시후루에는 삶을 살아가는 데에 중요한 크고 작은 일들을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악역은 스즈가 대학병원 근무 당시 출산 중 사망한 산모의 남편 반(무로 츠요시)이다. 그는 자신의 아내를 담당의였던(스즈의 지인 병원에서 출산이 불가하여 스즈의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스즈가 죽였다는 이유로 의료과실 등으로 고소를 하며, 이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긴 스즈는 시골 마로니에 산부인과로 옮긴다. 드라마 중반부터 등장하는 그는 스즈를 포함한 주변이들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SNS에 ‘유키미야 스즈는 살인자(雪宮鈴は人殺し)’라고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집에 테러를 하고, 심지어 마로니에에 찾아가 공격하기도 한다. 처음엔 스즈도 그의 행동에 휘둘리지만 어느새 그에게 연민을 느낀다. 병원에서 소란을 일으킬 당시 말리던 간호사가 임신 중이었고, 스즈가 ‘그 사람은 임신 중이야!’라고 말리자 이성이 돌아와 물러났다. 그런 그의 여러 모습을 보며 그에 맞서거나 극복할 것이 아니라 위로해 주고 싶다고 느낀다. 잇세이도 같은 말을 한다. 왠지 안아주고 싶고, 함께 별을 보러 가고 싶다고 말이다. 결국 8회 마지막에 잇세이는 반을 안아준다. 그는 아내를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아이를 내팽개치고 스즈를 미워하고 그 당혹감을 가지고 계속 살아간다.

하지만 모든 인물이 폭력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스즈의 동료인 사사키 신야(딘 후지오카) 또한 아내와 아이를 동시에 잃고 산과의가 되기로 마음먹고 현재(극 중) 마로니에 산부인과에서 늦깎이 산과의로 근무 중이다. 소중한 이를 동시에 두 사람을 잃었지만 폭력적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 당혹감을 극복하거나 묻어두지는 않았다. 마지막 회에 가서는 다른 이들과 같이 그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만 반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들을 기억하기로 한다. 반은 아이와 함께 미래를 살기로, 신야는 자신을 위해 10년간 공부하고 의사 생활을 했다면 앞으로는 타인을 축복하기로 한 것이다.

9회분의 드라마와 그 속의 인물들을 하나의 짧은 글의 담는 걸로 부족할 것 같다. 특별한 서사 없이 잔잔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드는 일본의 드라마나 영화 산업이 뒤떨어져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필요한 작품일 수도 있겠다. 평범하고 재미없었을지 모를 오늘은 어땠을까. 별이 내리는 밤하늘을 보며 생각해 보자.


- 今日もお疲れ様でし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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