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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석 Dec 03. 2023

괴물은 누구인가.

怪物

「豚の脳を移植された人間は、人間でしょうか、豚でしょうか」


돼지의 뇌를 이식받은 인간은 인간일까, 돼지일까.


전체 3장으로 이루어진 영화 <괴물(怪物)>(2023)의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 답의 가치는 3장에서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괴물이 누구인가 찾을 이유가 사라진다. 굳이 그 답을 찾자면, 괴물이 누구인가 찾으려는 이일 수도 있겠다. 아무런 정보와 스포 없이 상영관에 들어간 사람이라면 1장에서는 사오리(안도 사쿠라)의 시선으로 분개할 것이고, 2장에서는 호리(나가야마 에이타)와 함께 사건의 내막을 앎과 동시에 함께 억울해할 것이고, 3장에서는 비로소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를 만나면서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시선이 괴물이었을지 모른다고 자각하게 된다. 이 영화는 절대적으로 스포일러를 피하고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따라서 아직 영화를 보기 전이라면, 부디 이 글은 영화를 본 후에 읽으면 좋겠다.

식스센스급의 충격적인 반전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스스로에게,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묻는 「怪物だ ー れだ」라는 질문에 얽혀 있다 보면 결국 괴물을 찾는 이마저 괴물로 만들 것이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 속에 괴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시선으로 '괴물'을 찾을 수 있다. 즉,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괴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관객마저도.


1장에서는 미나토를 키우는 싱글맘 사오리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사오리는 세탁소에서 근무한다. 고레에다 감독의 이전 작품 <브로커>(2022)나 <어느 가족>(2018)에서도 세탁소가 등장한다. 얼룩진 것이나 더러워진 것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세탁소가 하는 일의 본질이다. 남들이 더럽힌 것을 깨끗하게 하는 일에는 사명감까지는 필요 없다. 하지만 그게 혈육이라면 달라진다. 게다가 자신의 아들이라면 더욱이 그럴 것이다. 자신의 아이는 최대한 얼룩지지 않고 깨끗하고 평범하게 살길 바란다. 하지만 미나토가 어느 날 갑자기 머리카락을 마구 자르고, 물병에 흙탕물을 담아 오고, 아무 말 없이 침대에 웅크려 끙끙 앓기도 한다. 사오리는 엄마의 역할과 사회 구성원의 역할, 가장의 역할을 동시 해내고 있었다. 아빠의 죽음으로 빈자리를 느낄 미나토를 위해 무심한 듯 모든 걸 챙겨주고 있었지만 이미 찢어졌던 것이다. 엄마라는 역할도, 아이도 대체하거나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모두 했다. 돼지의 뇌를 이식받으면 그건 사람인지 돼지인지 묻는 아이, 자신의 뇌는 돼지의 뇌라는 아이를 위해서. 하지만 세상은 그녀를 멋대로 다루고, 비난하고, 부족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사오리라는 사람은 없었다. 억척스러운 '싱글맘'이라는 돼지의 뇌를 이식받은 사람이 된다.

싱글맘이라는 프레임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은 이미 신경 쓰지 않은지 오래다. 의도치 않게 한 부모 가정에서 키우게 된 아이이지만, 그는 장래에 평범하게 결혼해 평범하게 아이를 낳고 그저 '평범하게' 살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평범하지 않다고 보는 그 시선으로 인해 사오리는 자신의 아이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평범함을 주입시키고 만 것이다. 그래서 결국 호리에게 소문으로만 듣던 캬바쿠라('걸스바'로 번역되었으며, 극 중 대사에서 걸스바와 함께 혼용되었음) 이야기를 사실인 것처럼 본인에게 공격을 위한 말로 사용하거나, 얼마 전 손녀를 잃은 교장 마키코(다나카 유코)에게 아이의 죽음에 슬픈 당신과 자신이 같은 심정이라며 호소하기도 한다. 타인이 괴물이라고 보는 시선으로 자신은 괴물이 아니라며 부정하지만 결국 그것을 부정하기 위해 괴물이 되는 인물이다.


2장은 미나토의 담임선생인 호리의 이야기다. 1장에서는 어디 하나 나사가 빠진 것 같은, 정말 미나토에게 '네 뇌는 돼지의 뇌다'라고 말했을 것 같은 수상한 인물이다. 하지만 역시나 2장에서는 그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살인자의 아들은 살인자가 되지 않으며, 방화범의 아들은 방화범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남을 조금씩 갉아 모아서 만든 소문을 좋아하고, 그 소문이 충분히 그 사람을 밑바닥으로 보내야만 싫증을 내며 다른 소문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 소문의 중심에 호리가 있다. 영화는 캬바쿠라가 있는 건물의 화재 사건으로 시작한다. 그의 주변을 떠도는 소문은 여러 가지다. 화재가 난 캬바쿠라에 간다는 것, 그 화재의 범인이 호리일지도 모른다는 것, 캬바쿠라에 출근하는 여성과 교제 중이라는 것 등. 초등학교 교사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소문들 뿐이다. 이중에는 지도하는 학생들이 멋대로 만든 것도 있고, 학교 교사나 직원들 사이에 떠도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그에게 사실 확인은 하지도 않고 판단하고, 심지어 그에게 직접 '그렇다면서요?'라고 묻기까지 한다. 남을 뜯어먹고 사는 것을 즐기는 인간의 본성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호리가 희생양만 된 것은 아니다. 미나토와 관련된 일로 오해가 생겼지만 결국 함구하고 만다. 처분이 내려지고 짐을 챙겨 나가는 밤 복도에서 만난 교장 마키코에게 실제로 운전한 사람이 당신 아니냐며 결국 손녀를 죽이고도 학교 때문에 곤란하니 남편을 내세운 것 아니냐고 분풀이하기도 한다. 소문 때문에 괴로워하는 인간도 결국 소문을 쫓아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준다. 3장에서 눈에 띄게 자주 나오는데, 호리는 계속해서 미나토나 요리에게 '남자다움'에 대해 얘기한다. 남자답게 사과를 하라던가 탑 쌓기를 못하니 남자답지 못하다고 한다던가. 여자친구 히로나(타카하나 미츠키)와의 대화에 잠깐 언급되지만 호리 또한 싱글맘 가정이다. 2장 중반에 미나토의 일로 주변 교사들에게 나서지 말라는 말을 들을 때 미나토가 싱글맘 가정이라며 그런 부모는 까다롭다는 등의 험담을 들었을 때는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괴물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도 모르는 사이에 괴물이 되어버린다.


마지막 장으로 넘어가기 전은 미나토와 요리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조금 다른 형태를 띤다. 1장의 마지막은 태풍이 온 날 아침, 미나토가 사라진 방과 호리의 부름으로 끝이 나고, 2장은 그와 연결되는 전개다. 호리는 이사를 위해 짐을 정리하다가 '장래희망'이라는 글짓기 과제물을 보게 된다. 그중 요리의 '품종개량'이라는 글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문장의 첫 글자가 모두 반대로 되어 있는 것. 그 첫 글자들을 모으면 'ほしかわよりむぎのみなと'가 된다. 호시카와요리 그리고 무기노 미나토. 그냥 짜증이 났다며 난동을 부리고 요리와 싸웠던 미나토는 요리가 싫어서가 아니었다. 실내화가 없어져도 아무렇지 않아 하고 화장실에 갇히고 교장실에서 거짓말을 한 요리는 호리를 난처하게 하려던 게 아니었다. 자신의 아들의 뇌는 돼지의 뇌라고 하던 아빠에게 가정교육을 받고 자라는 싱글대디 가정의 착하디 착한 요리와, 호리 선생님이 자신을 때렸고 돼지의 뇌라고 했다고 거짓말한 미나토는 잘못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호리는 그제야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미 괴물인 어른들이 두 아이의 아지트에 찾아갔을 때는 흙탕물을 닦고 또 닦아내도 그 속은 볼 수 없고, 그들의 발자취도 찾을 수 없다.


보통이라면 이다음 미나토와 요리 이야기로 바로 넘어가겠지만 그렇지 않다. 사카모토 유지는 이전 장에서 보여준, 어쩌면 관객들이 가장 괴물 같다고 보았을지 모를 교장 마키코의 모습을 먼저 보여준다. 앞에서 시종일관 누가 봐도 괴물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런 적 없음에도 그런 것으로 만들어 무고한 호리에게 당신이 이렇게 함으로써 학교를 지키는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 말고도 바로 이전에도 같은 일을 했다. 바로 손녀의 죽음. 소문은 소문이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쯤에는 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복직 전날 남편에게 찾아가 과자도둑 이야기를 한다. 과자도둑 이야기를 한참을 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그렇구나'뿐이다. 이런저런 말을 하더라도 감정이 없는 듯한 그저 메마른 대답뿐이다. 이 모습은 사오리가 학교에 찾아와 미나토의 이야기를 하며 어떠한 답을 내놓으라고 하지만 정해진 답만 하던 마키코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후 화재가 나던 밤 라이터를 떨어뜨리는 요리를 만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사이렌은 정신없이 울리고 있다. 마키코와 요리는 아무렇지 않다. 관객의 입장에서 라이터를 든 요리는 화재의 범인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시 한번 장면을 되돌아보면 마키코 또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라이터라는 직접적으로 화재를 낼 수 있는 물건을 보여줌으로써 요리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다. 언제든지 화재를 낼 수 있는 물건을 소지할 수 있는 어른인 마키코가 아니라 라이터를 가지고 있는 요리를 의심하게, 그 장면을 보는 관객을 괴물로 만드는 장치다.


마지막 장의 인트로를 지나면 미나토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3장에 앞서, 미나토의 이름을 보면 재미있는 지점이 있다. '湊(미나토)'라는 한자는 '물이 한 곳으로 모인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영화는 물이 한 곳으로 모인 호수를 중심으로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즉, '호수=미나토'로 두면, 이 영화는 주인공 미나토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을 다루는 것이다. 이후에 등장하는 비를 동반한 자연재해인 태풍이나 물과 관련된 일들을 미나토와 연결하면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고양이 사체를 태우려다가 들킬까 흙탕물을 떠다가 불을 끄는 행위도 이와 연관시킬 수도 있겠다.

평범한 일상에 자신의 뇌는 돼지의 뇌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요리가 등장한다. 여기까지 왔다면 그 '돼지의 뇌'라는 것이 '가스라이팅'의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요리의 아빠 키요타카(나카무라 시도)가 요리에게 네 뇌는 돼지의 뇌라서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라며 가스라이팅을 해왔다는 사실을 요리의 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요리는 그것을 병이라고 생각했고, 여자애 같다며 동급생들에게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미나토는 처음에는 그런 그를, 그를 둘러싼 상황을 경계하다가 그에게 점점 가까워진다. 둘은 자신들의 아지트를 만들기도 하고, 함께 빅크런치를 대비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감정이 우정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미나토도, 관객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다. 미나토는 요리와의 관계에서 미묘한 부분들을 보인다. 관심이 있으나 애들 앞에서는 말을 걸지 말라고 하거나 요리가 만진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아빠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와 자신의 혼란스러움을 공유하고, 마음을 연 이후에는 가감 없이 그 혼란스러움을 내보이기도 한다. 이사를 간다는 요리를 붙잡다가도 밀쳐내기도 한다. (물론 이 부분은 신체적 변화 때문이었다) 악의 없이 요리에게 묻기도 한다. 아빠가 있어서 걸스바(캬바쿠라)에 불을 냈어? 하지만 요리는 술을 마시는 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으로 답을 대신한다.

빅크런치는 빅뱅의 반대다. 역방향이라고 보면 된다. 중력이 우주가 팽창하는 힘을 이기고 모든 것을 끌어당겨 한 점이 되는 것이다. 요리는 이것을 다시 돌아가는 것, 우주가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미나토와 요리는 빅크런치를 대비한다. 그들의 아지트인 버려진 열차에는 공룡, 별, 행성, 물고기 등으로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곳에서 '怪物だーれだ' 카드 게임을 하기도 한다. 이 두 사람의 대화 속 어른들은 모두 그렇지 않다. 꽃 이름을 아는 남자는 인기가 없고, '그러면 징그러우니까?'라고 묻는 요리에게 미나토는 '부모니까 그렇게 말하지는 않지'라고 한다. 장래희망에 대한 글을 쓸 때 리요와카시호토나미노기무 라고 써도 호리 선생님은 모를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세상은 어른들은 알 수 없다. 그 어른들도 아이였던 적이 있음에도. 자신들의 세상에, 생각에 아이들까지 맞추려고 하는 괴물들처럼 될 수는 없다. 미나토는 평범하게 살길 바란다는 엄마에게 말한다. "난 아빠처럼 될 수 없어." 그리고 아빠에게 말한다. "나를 왜 낳았어?"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듣지 않기도 했고, 듣지 못하기도 했다.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서 미나토는 밖으로 내뱉는다.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죄송하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마키코가 듣고 있었다. 그렇구나. 거짓말한 거였구나. 그리고 미나토는 잘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애가 있고, 사람들에게 말을 못 한다고 고백하지만 이내 그녀는 말 못 할 것이 있으며 그냥 불어버리라고 한다. 그리고 미나토에게 말한다. "몇몇만 가질 수 있는 건 행복이 아니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 하지."

태풍과 함께 요리에게 미나토가 찾아와 그를 해방시킨다. 빅크런치가 오고 있다. 우주가 다시 태어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요리가 미나토의 손을 잡아 이끌었지만 이번에는 반대다. 두 사람이 아지트로 가자 나무가 쓰러진다. 괴물로 가득 찬 바깥세상과 단절된다. 둘은 괴물이 없는 세상으로 출발한다. 비를 맞으며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이때 나오는 노래는 <Aqua>다. 수로를 통해 나간 세상에는 비가 잦아들고 새소리가 들리고 나무 사이로 해가 난다. 요리가 미나토에게 묻는다.

"우리는 다시 태어난 걸까?"

미나토가 답한다.

"그럴 리는 없어."

요리가 웃는다.

"그런가? 그럼 다행이고."

이전까지는 굳게 닫혀있던 선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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