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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실세가 나를 괴롭히나요?

일못러에서 벗어나기

by 보이저

문 대리는 팀 단체방 메시지 창에 알림이 뜰 때마다 항상 불안하기만 하다. 팀 단체방은 늘 문 대리를 저격하는 정 차장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오늘은 또 무엇을 가지고 나를 물어뜯으려고 할까?"


정 차장은 팀의 실세이다. 팀의 중요한 업무를 도맡아서 하는 에이스이기도 하다. 그러나 늘 공격적이고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 내뱉는 스타일이라 팀원들은 그를 무서워하고 또 싫어했다.


팀장도 정 차장을 함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 팀의 궂은일, 중요한 일을 도맡아서 하다 보니 정 차장의 역할이 중요하기도 했고, 그 없이는 팀이 잘 돌아가지 않는 탓이었다. 무엇보다도 정 차장은 상무님과 둘이서 술자리도 자주 할 만큼 인맥도 탄탄했다. 그러니 팀장에게도 정 차장은 손 대기 힘든 존재였던 것이다.


그렇게 정 차장은 안하무인으로 팀의 모든 일에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특히나 정 차장은 문 대리를 싫어했다. 집요하게 괴롭히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 일쑤였다.


문 대리는 일을 못하는 사람이다.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눈치가 부족했다. 일 처리 속도도 느리고 잔 실수도 많다 보니 정 차장은 문 대리를 샌드백처럼 마구 두들겨댔다. 특히나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 화풀이는 항상 문 대리를 향했다.


"이거 왜 빨리 나한테 결과보고 안 해?"

"다른 사람에게 일 떠넘기려고 하는 거지?"

"저녁 6시만 되면 퇴근하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거리지?"



이런 모욕적인 말을 팀 단체방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마구 날려댔다. 10분 전에 자료를 받았는데 빨리 결과보고를 안 하느냐고 쪼는 것은 무슨 심리일까? 무슨 근거로 내가 일을 떠넘긴다고 단정 짓는 걸까? 일이 다 끝났으면 정시에 퇴근하는 게 당연한 거지 그게 욕먹을 일일까? 문 대리는 그저 속이 상해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어 혼자 끙끙 앓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정 차장의 공격은 더 심해지기만 한다. 정 차장이 다른 부서로 갈 때까지 버텨야 하나? 이직을 해야 하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해야 할까?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가지만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팀에 실세가 존재하나요?


실세란 무엇일까? 실제로 힘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직급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뒤에서 온갖 명령에 지시를 내리면서 군림하는 사람이다.

실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팀에서는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일 잘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이런 사람이 발언권을 갖기 마련이다. 그리고 권력도 주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 실세가 팀의 직급체계를 부정하고 자기 멋대로 팀을 좌지우지하거나, 다른 팀원을 괴롭히면서 자기 지배욕구를 채우고자 한다면 그 조직은 금방 병들게 된다. 마치 중국 고대시대 때, 황제 곁의 환관들이 실세가 되어 황제도 제치고 자기들이 정치를 좌우한 것처럼 그런 모양새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실세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더욱이 실세가 나를 괴롭히고 차별하고 있다면 빨리 대처해야 한다.




나를 괴롭히는 실세 대처방법


이 경우는 임원이나 팀장이 괴롭히는 것과는 또 다르다. 같은 팀원이 나를 괴롭히는 경우, 다음 두 가지 케이스를 나누어서 대응해야 한다.




1. 팀원들이 대체로 다 싫어하는 실세인 경우


이런 사람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예전에는 임원이나 팀장 눈에만 잘 들면 이들이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었다. 까라면 까는 식의 상명하복 문화가 자연스럽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도 있고, 많은 회사들이 익명의 신고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속된 말로 혼자서 그렇게 깝죽거리다가는 골로 간다.


예전에 이런 과장이 있었다. 담당 상무가 총애하던 총무팀 과장이었는데 자기는 힘들면 비서실 들어가서 쪽잠 자면서, 밑의 직원이 정시 퇴근하는 것은 그렇게 망신 주고 괴롭히던 사람이었다. 위에는 잘하면서 밑에는 괴롭히는 전형적인 강약약강형 인물이었다.

결국 팀원들이 들고일어났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하더니, 그 과장의 비리까지 폭로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그는 권고사직을 당하게 되었다.


혼자 설치는 실세가 나를 괴롭힌다면 참지 말고 바로 대응해라. 단 혼자서 싸우지 말고 나와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같이 정식 루트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자.





2. 팀원들에게 인정받는 실세인 경우


이 경우는 대응 난이도가 매우 높아진다. 이런 실세의 경우, 팀 내 자기세력을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자기 사람들에게는 끔찍하게도 잘하면서 가장 만만한 사람 딱 하나만 집요하게 괴롭히는 스타일일 가능성이 크다.


일도 잘하는데 자기 사단도 보유하고 있고, 임원이나 팀장도 그에게 전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참 고달파진다. 내가 당하는 것을 비웃는 사람들, 뒤에서 흉보는 사람들 속에서 나만 외롭게 당하게 된다. 나도 일을 못하기에 실수도 많고 그래서 원인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으니 자책을 하기도 한다. 이게 다 내 탓처럼 느껴질 뿐이다.


아무리 내가 억울함을 호소해도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그 사람은 교묘하게 나를 괴롭히기에 사람들은 그의 실체를 잘 모른다. 안다고 해도 사람들은 굳이 내 일도 아닌데 간섭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음 팀장이 될 가능성이 큰 그 실세에게 그저 잘 보이고 싶어 할 뿐이다.


이런 사람들은 나르시시스트일 가능성이 크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아무나 다 괴롭히지 않는다. 자기가 가장 다루기 쉬운 만만한 사람 하나를 골라 집요하게 괴롭힌다. 대체로 자기주장을 잘 못하고 일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동료들 눈 밖에 난 사람이기에 내가 괴롭혀도 별 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는 이렇게 하자. 일단 그 조직을 어떻게든 탈출해야만 한다. 거기서 바보처럼 당하고 있으면 심각하게 병든다. 영혼이 파괴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된다. 자살까지 고민할 정도로 영혼이 망가지게 된다.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면 써라. 병가도 좋다. 팀을 옮길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반드시 옮겨라. 가장 좋은 방법은 이직이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알아야 한다. 한 번 그렇게 당하는 사람은 다른 조직을 가더라도 또 당할 가능성이 크다. 어디에나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존재한다. 내가 만만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만만한 사람이 되기 싫으면 일 못하는 일못러에서 벗어나자. 일 못하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환상을 버리자.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평생 동안 내 삶의 방식, 가정환경이 결합되어 일 센스가 만들어진다. 그걸 무슨 수로 바꾸겠는가? 그러나 평균 수준으로 일하는 사람은 충분히 될 수 있다. 이 블로그에 소개한 많은 글들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 다시 당하기 싫으면 평균 정도는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증거를 꼭 수집하라. 가만히 당하고만 있으면 억울하지 않은가? 내가 당했던 수많은 일들, 우연히 알게 된 그 사람의 비리 등을 다 수집하자.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걸 고발하자. 나 홀로 싸워야 한다면 그때부터는 증거와의 싸움이다. 내가 비록 얻는 것은 적어 보이지만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살면서 당한 것을 복수하는 것은 내 인생에 큰 자신감을 선사한다. 나도 더 이상당하기만 하는 힘없는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세상에는 별의별 인간들이 다 존재한다. 직장을 다니면 그게 확 느껴진다. 특히 내가 일을 잘 못하고 대인관계가 넓지 못하다면 더더욱 그런 악한 실세들의 표덕이 되기 쉽다.

제일 좋은 방법은 내가 업무처리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당장 소나기가 내리는데 길에 앉아서 직접 우산을 만들고 있으면 이보다 더 답답한 일이 없다.


비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산을 사서 빨리 써야 한다. 그건 직접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발하는 방법도 있을 수가 있고, 육아휴직이나 병가, 이직, 팀 이동과 같은 방법도 있다. 물론 업무 능력을 키우는 것이 빠져서는 안 된다. 내가 이 조직을 떠나서 다른 곳에 가서 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능력을 꼭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일을 잘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거 딱 4가지만 신경 써도 남들만큼은 일 할 수 있다.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4대 원칙을 알려드리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1) 거짓말하거나 변명하지 않기

2) 이기적인 모습 버리기

3) 대충 일하려는 이지-고잉(Easy-Going) 방식 버리기

4) 나는 일을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겸손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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