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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나를 자주 놀리나요?

인간관계 극복하기

by 보이저

고등학교 때 대입 학원을 다녔을 때 일이다. 개그맨 박수홍이랑 닮은 아이가 한 명 있었다. 그 반 아이들은 그 아이를 다들 박수홍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학원에 등록한지 얼마 안되었던 나는 빨리 친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나 역시 그 아이에게 "박수홍! 박수홍!" 이렇게 불러댔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애가 나에게 다가와서 화를 냈다.


"네가 언제부터 나랑 친했다고 박수홍이라고 불러?"

나도 그 때 순간 욱해서 싸우게 되었다. 많고 많은 반 친구들 중에서 유독 왜 나한테만 그러는거지? 그 당시는 그런 생각이 들어 나도 울컥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이 그 표현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알고 행동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내가 배려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주 놀림을 받던 나


자주 놀림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어딘가 특이한 외모나 행동 방식을 갖고 있거나, 남들이 뭐라고 해도 제대로 반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로 타겟이 되곤 한다.


나 역시 학창시절 내내 별명이 있었다. 내 이름보다는 별명이 훨신 더 많이 불렸다. 고등학교 때는 농구를 할 때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슛을 쐈는데 그게 또 놀림거리가 되었다. 떡볶이를 먹다가 실수로 입 안에 있던 떡볶이가 입 밖으로 튀어나온 적도 있었는데 이 것 역시 놀림의 좋은 소재가 되었다.


사실 나는 이런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별로 상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도 나랑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짖궂게 놀려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게 문제였다.




사람들이 놀리는 이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다음을 들 수 있다.



1. 내가 친숙하게 느껴질 때

대하기 힘든 사람에게는 함부로 놀리지 못한다. 괜히 얼굴 붉히기도 싫고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자주 놀림 받는 것을 마냥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다만 그 놀림이 친숙함의 표현일지라도 정도가 지나치면 신경이 거슬리게 된다.



2. 내가 어수룩하거나 우스꽝스러울 때

사오정처럼 사람 말을 잘 못 알아듣거나, 행동거지가 어설픈 사람들이 있다. ADHD가 있는 사람들 중에 특히 이런 유형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별명이 늘 따라붙게 되고 놀림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3. 내가 포용력이 넓어 잘 이해한다고 생각할 때

어떤 장난을 쳐도 잘 웃어넘기도 잘 받아준다.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머리가 큰 여자아이가 하나 있었다. 정말 머리가 커서 별명이 '두두' 였다. 기분 나쁠 수 있는 별명인데 웃으면서 쿨하게 넘기는 것을 보고 정말 인성이 좋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내가 장난을 쳐도 받아준다는 생각이 들면 자주 놀리게 된다.




놀림에 대처하는 자세


사실 놀림을 받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다. 나는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아빠는 이것도 할 줄 모르지?" 약 올리면 화를 내기도 한다. 아들이 장난치는 것도 임계치를 넘게 되면 화가 나는데 다른 사람이 놀리는 것은 오죽하겠는가? 이렇게 대처하자.



1. 그냥 쿨하게 넘어가자

인신공격성 놀림이나 내 역린을 건드리는 그런 놀림이 아닌 이상 그냥 쿨하게 넘어가자. 뭘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는가? 사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이런거랑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것에 목숨걸지 말자. 이런 것까지 다 스트레스 받으면 이 세상 못산다.




2. 한 번은 짚고 넘어가자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는 영화 대사처럼 한 번, 두 번 받아주면 선을 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때는 분명한 어조로 말하자.


"가뜩이나 요즘 살이 쪄서 저도 괴로운데, 그렇게 놀리시니 솔직히 많이 불쾌합니다!"


아이 메시지(I-Message) 방식에 따라, 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완곡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선을 넘는다고 생각하면 명확하게 한 번 자르고 가야한다.



3. 놀림을 유발하는 요인을 분석해보자

비슷한 성향으로 자꾸 놀림을 받는다면 한 번은 짚고 넘어가자. 왜 내가 자꾸 놀림받는 것일까? 말투가 어색해서 일수도 있고, 자꾸 촉새처럼 일러바치기를 좋아해서, 오지랖이 넓어서 그럴 수도 있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한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의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내가 어떤지 알아야 한다. 친한 사람 중에 나를 오랫동안 지켜봤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직접 물어보자.



"사람들이 나를 자꾸 빅마우스라고 그러는데, 내가 말 실수 한거라도 있었니?"


혼자서 추측하지 말고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




마무리하며


야사에 의하면 고종의 왕비였던 명성황후는 곰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왕비가 되기 전, 군데군데 얽은 얼굴로 인해 놀림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김동인이 쓴 '운현궁의 봄' 소설을 보면 동네 아이들이 "곰보래요! 곰보래요!" 놀리면 그녀는 이렇게 응수했다. 별 것 아닌 것으로 쿨하게 치부한 것이다.



"이 얼굴에 있는 파인 자국에는 복이 가득 들어 있단다! 너희는 모르겠지만!"


결국 그녀는 그 말마따나 국모가 되었고, 조선을 뒤흔들게 된다.



누가 놀리는 것에 대해 너무 마음 쓸 필요 없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신경 쓰고 살아가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것 하나하나에 목숨 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관대해서, 친절하고 착해서, 사람들이 나를 편하게 생각해서 놀리는 것일수도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단, 그 선을 넘는다고 생각하면 단호하게 그러지 말라고 말하자. 그리고 사람들이 왜 나를 놀리는지는 명확히 파악하자. 혹시 내 언행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닌지 아는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놀리는 것에 대해 쿨하게 넘어가자. 단, 왜 나를 놀리는지 원인은 알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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