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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희생양이 생겨나는가? (2편 : 직장에서 대처법)

인간관계 극복하기

by 보이저

1편에서는 역사 상 생겨났던 희생양들의 사례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이게 단순히 과거 역사 속 사건이었을 뿐일까? 결코 아니다. 희생양은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특히 위계질서가 있는 직장에서 희생양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책임지지 않으려는 리더가 있을 경우 그 일을 실제 수행했던 담당자가 모든 책임을 다 뒤집어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가진 리더가 있을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들은 아예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담당할 직원을 정해놓고 괴롭혀 댄다. 그래서 한 번 희생양이 되면 벗어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직장에서 희생양이 되는 이유


직장에서 억울하게 희생양이 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한두 가지 원인보다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몇 가지 원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조직 내의 구조적인 문제


(1) 책임 회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사나 동료들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기보다는 특정 개인에게 모든 잘못을 떠넘기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조직 문화가 경직되어 있거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일 때 혼나는 것이 두렵다 보니 만만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게 된다.



(2) 권력 다툼

조직 내 파벌 싸움이나 정치적 역학 관계 속에서 특정인을 제거하거나 깎아내리기 위한 수단으로 희생양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온갖 비방과 억측이 난무하게 되며 상대방이 사라질 때까지 이 싸움은 계속된다




2. 괴롭힘을 용인하는 문화



(1) 일 못하는 사람에 대한 무시


일을 못하는 사람은 직장에서 늘 괄시받게 된다. 항상 혼나다 보니 주변 동료들이 무시하게 된다. 일부 직원들은 이 점을 악용해서 담당자가 명확하지 않은 회색 지대의 일들이나 손이 많이 가는 잡무를 다 그 직원에게 떠넘긴다. 그걸 제대로 못했을 경우 엄청난 비난이 가해진다.


그 직원에게 모든 화살이 날아가기 때문에 나는 그 화살을 피해 갈 수 있다. 그 직원이 총알받이 역할을 해줘야 내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 그 직원을 희생양으로 내세우게 된다.




(2) 튀는 사람에 대한 응징


조직의 주류 문화와 맞지 않는 독특한 성향을 가진 사람은 따돌림당하며 희생양으로 몰리기도 한다.

회식이 많은 팀인 경우, 모든 직원이 다 출석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곳에서 혼자만 회식을 자꾸 빠지는 경우 눈 밖에 나게 되고 희생양이 되기 쉽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처럼 조직의 룰을 따르지 않는 직원에게 응징이 가해지는 것이다.


혼자서 점심을 먹거나, 자기 계발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뭔가 일반적인 직장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 동료들의 수준이 낮다면 곧바로 희생양이 되기 쉽다.




3. 시범 케이스로 삼아 다른 팀원 통제하기


일부 리더들은 자신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특정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조직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나한테 대들면 어떻게 되는지, 내가 시킨 일을 똑바로 못하면 어떤 꼴이 되는지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다. 복종하던지 이 사람처럼 비참하게 살던지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무언의 메시지인 셈이다.




희생양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문제들


직장에서 희생양이 되는 순간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내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경력에도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1. 정서적 및 심리적 어려움


지속적인 비난과 압박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이는 불안감과 우울증으로 이어지게 된다. 자신의 업무 성과나 기여도를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면 자존감에 상처를 입게 된다.


또한 동료들이 자신을 피하거나 따돌리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직장 내 소통을 단절시키고 더 깊은 고립을 초래하게 된다. 이는 불면증, 소화불량을 일으키며 인지능력을 저하시켜 경계선 지능장애 수준으로까지 판단능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비난을 피하기 위해 늘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고 주눅이 든 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2. 업무 및 경력상의 어려움


맡은 역할과 책임이 줄어들거나,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배제될 수 있다. 심지어 자신이 하지 않은 일,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일에 대해서까지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게 된다. 변명이라도 하게 되면 늘 남 탓만 하고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계속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되고, 부정적인 평판 때문에 승진이나 이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개미가 도망치려고 발버둥을 칠수록 더 거미줄에 강하게 붙잡혀 버리는 것과 같다. 이렇게 희생양들은 직장에서 몸과 마음에 병이 든 채 커리어가 망가지게 된다.




직장에서 희생양이 되었을 때 해결방법


이 문제는 당연히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자칫 속상하고 억울한 감정에만 치우쳐 홧김에 일을 벌일 경우,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된다.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1. 당장 준비할 것들


(1) 명확한 경계선 설정


가해자는 대부분 내 평가를 담당하는 상급자인 경우가 많다. 단호하면서도 정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당한 요구를 받을 경우 "죄송하지만, 그 일은 제 업무 범위가 아닙니다"라고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 "저는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제 가정사까지 유추해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솔직히 당황스럽고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이렇게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이야기해 보자.


굳이 길게 말할 필요 없다. 말이 길어지게 되면 구차해 보이기도 하고, 불필요한 말이 같이 나오기 마련이다. 감정적인 반응보다는 논리와 사실을 기반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직장 내 괴롭힘 신고


희생양이 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당한 지시, 모욕적인 발언, 업무 누락 등의 증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자. 이메일, 메신저 기록, 녹음 파일, 목격자의 진술 등 있는 대로 다 확보해서 시간대 별로 다 기록해 놓자. 결국 증거와의 싸움이다.


인사팀, 고충처리 담당자, 또는 상위 관리자에게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는 언론사에까지 제보한다는 결심으로 단호하게 가야 한다. 한 번 칼을 빼들었으면 피를 볼 때까지 칼을 칼집에 집어넣지 마라. 그 누가 회유, 협박을 하더라도 속지 마라. 거기에 넘어가면 지금까지 준비한 것은 다 무용지물이 된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것이며 당신은 보복을 당할 것이다. 준비한 칼로 상대방을 찌르지 못했다면, 허리에 차고 있는 폭탄이라도 터뜨려서 자폭할 생각까지 해야 한다.


이때, 앞서 확보한 증거들을 활용하여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한 번에 모든 패를 다 드러내지 말고 살라미 전술처럼 조금씩 패를 보여주자. 1단계는 괴롭힘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되, 이게 잘 먹히지 않는다면 2단계는 가해자들이 일하면서 저질렀던 비리들을 터뜨리는 것으로 가야 한다. 이 부분까지 다 고려해서 미리 증거를 다 쌓아놓자. 나중에 하려고 하면 증거가 다 인멸되었거나 가해자들이 다른 부서로 떠나버리게 된다.




2. 장기적으로 준비할 것들


신뢰할 수 있는 동료, 친구, 가족과 상황을 공유하며 심리적인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내 고민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자기 계발에도 힘쓰자. 냉정하게 말해서 한 번 괴롭힘의 표적이 된 사람은 이후에도 그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을 못해서건 어리숙하건 간에 악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좋은 먹잇감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밖에서도 발휘할 수 있는 업무 능력을 향상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한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내 생존을 위한 필수이다.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게 되면 자신감이 높아지고, 직장 내 입지를 굳히는 데 도움이 된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에 덜 연연하게 된다.


출구전략을 늘 생각해야 한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당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곳은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나를 되돌아보고 내가 자주 지적받는 업무상 약점들, 대인관계에서 자주 실수하는 부분에 대해 분석하고 고치는 노력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마무리하며


미국에서는 잊을 만하면 학교나 직장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다. 괴롭힘을 지속적으로 당하는 것에 앙심을 품고 총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도 군대에서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종종 벌어지고는 한다. 만약에 우리나라도 총기 보유가 합법이라면 곳곳에서 총을 통한 복수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희생양이 되는 것이 무섭다. 피해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판단능력이 흐려진다. 그래서 극단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주변에서 조언을 구할 사람도 없고, 마땅한 해결방법도 잘 모르니 더 그런 방법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힘들수록 더 이성적이고 냉철해져야 한다. 그동안 피해받은 것을 다 보상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먼저 증거를 꾸준히 모으고 내 편을 충분히 확보하자. 그리고 단호하게 행동하자. 노 빠꾸! 이걸 명심하자. 그리고 다시 이런 일 당하기 싫으면 실력을 키우고 더 야무지게 살아가보자.



당신은 분명히 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 개미지옥부터 탈출해야 함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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