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되면 안 되는 사람(4편: 프랑스 루이 14세)

자기 권위를 높이는 데만 관심있는 리더

by 보이저

"네 시작은 미약하였지만 나중에는 심히 창대하리라" 구약성경 욥기서에 있는 말씀이다. 이 구절처럼 처음에는 부족한 상태로 시작하였으나,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성공을 거두는 위인들이 참 많다. 고려의 현종, 동로마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시작은 창대했으나 나중에는 심히 미약하게 끝나버린 반대의 케이스들도 제법 있다. 초창기에는 큰 성공을 거두며 승승장구했으나 나중에는 그 승리 방정식이 실패를 초래하게 된 사례들이다. 후백제의 견훤,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리더도 처음에는 태양왕으로 모든 국민들의 칭송을 한 몸에 받았지만, 나중에는 온갖 비난을 들으며 쓸쓸하게 사라졌던 왕이다. 그 원인은 유럽에서 벌어지는 온갖 전쟁마다 다 참견하며 군대를 파병했던 것에 있었다.


과도한 징집 및 세금 징수에 지친 프랑스 국민들은 심지어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집집마다 축배를 들고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고 할 정도였다. 그는 바로 "짐이 곧 국가다" 이 말로 유명한 프랑스의 '루이 14세'였다.




험난했던 어린 시절


그는 불과 5살의 나이에 프랑스의 왕이 되었다. 그의 아버지였던 루이 13세는 자녀들에게 매우 엄격해서 어린 황태자였던 루이 14세에게도 말을 듣지 않으면 마구 매질을 했다고 한다.


나이가 너무 어렸던 그 대신 쥘 마자랭이라는 재상이 섭정을 시작하였다. 그는 백성들에게 많은 원성을 듣던 사람이었다. 여기저기 전쟁을 벌이는 것을 좋아했던 마자랭은 루이 14세 때에도 스페인에게 네덜란드 쪽 땅을 내어달라고 하는 바람에 스페인과 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이 전쟁은 무려 11년간이나 계속되었고 전쟁 자금이 필요했던 마자랭은 과도한 세금을 거두어들이기 시작하였다.


이에 반발하여 귀족들은 '프롱드의 난'을 일으켰다. 이 반란은 너무나도 참혹해서 파리 인구의 2/3가 사망했을 정도라고 한다. 어린 루이 14세 역시도 여기저기 피해 다니며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겨야만 했다. 이때 몸소 체험했던 비극, 왕이 권위도 없이 여기저기 쫓겨 다니며 사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 그는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이때의 경험은 그가 왕의 권위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루이 14세


그가 권위를 세웠던 방법 1 : 예법을 강조하다


루이 14세는 23세 때부터 재상 마자랭의 섭정에서 벗어나 비로소 스스로 통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이리저리 쫓겨 다니고 신하들 눈치나 보며 살아가는 왕이 되면 안 되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방법은 다소 의외였다. 예법을 엄청나게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사실 중국의 한비자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신하들이 왕을 존경하게 만들고 싶으면, 왕은 사람들에게 얼굴을 자주 비추지 말고 말을 적게 하며, 왕을 알현했을 때의 예법을 엄청나게 복잡하게 만들어라"


루이 14세가 한비자를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그 방법을 충실하게 따랐다. 일단 관료회의 때 얼굴을 잘 비추지 않았다. 나타나더라도 그는 웬만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신하들이 격렬하게 서로 논쟁하는 것을 듣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그가 마지막 순간에 한마디 했다.


"짐이 결정하겠소. 이번 스페인과의 전투를 승인하오"


그걸로 모든 게 다 끝이었다.


그리고 왕을 한 번 만나기 위해서는 엄청난 예를 갖추어야만 했다. 그 커다란 베르사유 궁전의 방들을 지나 옷을 최대한 갖춰 입고 예를 갖추어야만 비로소 왕을 만날 수 있었다. 루이 14세 만나는 일이 워낙 힘들다 보니 그를 만나는 경우 너무나 행복해했다고 한다.


심지어 왕이 큰 일을 본 뒤 뒤를 닦는 일을 신하에게 시켰는데 그 일을 서로 하고 싶어서 난리였다고 한다. 왕이 항문을 보이는 건 암살에 굉장히 취약한 순간이다. 그 위험한 순간을 맡길 수 있는 신하라는 것은 왕의 엄청난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권위를 세웠던 방법 2 : 화려함을 강조하다


그는 엄청나게 큰 궁전을 짓도록 지시했다. 바로 베르사유 궁전이다. 그 궁전은 당대의 유명한 건축가가 총동원되어 진귀한 재료들로 건축되었다. 당연히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었다. 그 궁전을 짓기 위해 막대한 세금이 징수되었고 가뜩이나 살기 어려웠던 백성들은 그야말로 아사 직전까지 내몰렸다.


엄청난 식단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꿩고기 2마리, 양고기 한 접시, 샐러드 한 접시, 삶은 달걀 5개를 먹어치웠고 당대의 유명하고도 진귀한 요리들을 공수해서 마음껏 먹었다. 특이했던 것은 그는 마치 먹방 촬영하듯이 자기가 식사하는 장면을 백성들이 볼 수 있게 했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 선발된 백성들은 그가 먹는 장면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그가 권위를 세웠던 방법 3 : 전쟁으로 영토를 넓히다


그는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켰다. 프랑스 영토를 한 뼘이라도 더 키워 자기 세력을 마음껏 넓히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의 집권기 내내 온갖 지역에서는 전쟁이 끝이지를 않았다. 심지어 어느 나라 왕을 누구로 삼느냐 이런 것을 두고도 전쟁을 일삼았다.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때는 자기 손자를 스페인 왕위에 앉히기 위해 무려 14년간이나 전쟁을 벌였다.


프랑스가 하도 전쟁을 많이 벌여대는 통에 이미 군사들은 소모될 대로 다 소모된 상태였다. 더 이상 징집할 젊은이조차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루이 14세는 그럭저럭 만족할만한 수준에서 타협하고 전쟁을 서둘러 끝마치게 되었다.


네덜란드. 스페인,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유럽 각지에서 프랑스군은 전쟁을 벌여야만 했다. 마치 전쟁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처럼 프랑스는 늘 전쟁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그의 마지막과 권위의 추락


루이 14세의 마지막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자식복이 없어서 그의 모든 아들들과 손자들은 그보다 먼저 병으로 사망했다. 유일하게 생존한 것은 그의 둘째 증손자였다.


77세로 당시로서 장수했던 루이 14세는 죽기 전, 증손자인 루이 15세를 앉혀 놓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처럼 무수히 많은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반드시 피하도록 하거라. 그 전쟁들은 백성들을 파멸시켰다. 짐은 종종 전쟁을 너무 가볍게 여겨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였지. 너는 이웃 나라와 싸우지 말고 평화를 유지하도록 힘쓰거라. 짐이 밟은 나쁜 길을 따르지 말아야 한다. 백성의 괴로움을 덜어 주는 정치를 하여라. 아쉽게도 짐은 이걸 행하지 못했구나..."


그는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이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프랑스를 다스렸던 72년 간 국가는 점점 파탄으로 가게 되었다. 몇십 년 뒤 프랑스는 결국 국민들이 버티지 못하고 프랑스혁명을 일으켰다. 왕과 귀족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단두대세서 목이 잘리고 말았다. 사실 그 씨앗은 루이 14세가 뿌렸던 것이다. 그가 파탄 낸 국가는 결국 후대 왕들이 회복하지 못하고 말았고 왕조는 붕괴되고 말았다.


그가 죽었을 때 백성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축배를 들었다고 한다. 젊었을 때는 태양왕 소리를 들으며 자신만만하게 "짐이 곧 국가다"를 외쳐도 사람들이 그를 추종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짐덩어리, 나라를 좀 먹는 세균일 뿐이었다. 그 사실을 그는 너무 늦게 깨닫고 말았다.




권위를 중시하는 리더의 최후


루이 14세는 권위를 세우려고 애쓰는 리더의 표본이다. 권위가 있어야 리더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늘 상석에 앉으려고 하고 팀원들과는 적당히 거리를 두며 신비감을 느끼게 하려고 한다.


이런 리더들일수록 자기가 아끼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심하게 차별한다. 자기랑 식사 같이 하는 것을 큰 영광으로 느끼도록 특정 팀원과만 식사를 한다. 겸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웬만해서는 팀원 자리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리더일수록 이것저것 참견하기를 참 좋아한다는 것이다. 자기 팀 일이 아닌데도 막 물어온다. 그러고는 팀원들한테 막 던진다. 가뜩이나 일이 많아 힘들어하는 팀원들에게 짐을 더 지운다. 그러고는 제 때 해내지 못하면 마구 괴롭혀댄다. 쥐어짜고 착취해서 얻어낸 성과는 오롯이 리더 개인의 몫이 된다. 그는 그걸로 다른 리더 앞에 내세우고 자기 권위를 세우게 된다.


이건 절대 오래가지 않는다. 파도 앞의 모래성과 같다. 아무리 모래성을 근사하게 지어도 큰 파도가 덮쳐오면 한 번에 와르르 다 무너지고 만다. 팀원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게 되면 불만이 터져 나오게 되고 이는 항명으로 이어진다. 결국 그 불만이 위에 닿게 되고 그 리더는 모든 권위가 다 실추된 채 반강제로 쫓겨나게 된다. 그때 아무도 그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자기가 세우려던 권위는 온데간데없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없다.


권위는 자기가 억지로 세우려고 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섬김의 자세로 구성원들을 챙기고 하나씩 진심으로 위할 때 팀원들은 비로소 마음을 연다. 내가 이 리더 앞에서 어떤 말을 해도 안전하다는 심리적 안전감이 생기게 되면 알아서 리더를 따르게 된다. 그때 진정한 권위가 생겨나는 것이다. 루이 14세는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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