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로 압니다 (스타벅스 정책 변경)

외부음식 반입 금지를 통해 본 인간의 심리

by 보이저

마침내 스타벅스가 칼을 빼들었다. 며칠 전 스타벅스 코리아는 카페 내 외부음식 취식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사실 식당 내 외부음식 반입은 거의 대부분의 식당, 카페들의 불문율이다. 음식, 주류 등 음료를 팔아서 수익을 내는 식당, 카페들에게 외부음식 반입은 큰 피해를 주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아예 '외부음식 반입금지'를 큼지막하게 걸어놓은 곳들도 많다.


스타벅스가 그동안 냄새가 나지 않은 외부음식의 경우 반입을 허용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카페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곳이 아니라, 내 생활의 일부가 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스타벅스 창립자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의 철학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스타벅스가 호의를 베풀었던 것이지, 이게 이용객들의 당연한 권리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이용객들은 카페를 마치 자기 집 안방처럼 사용하고는 했다. 얼마 전 화제가 된 사진이 있었다. 스타벅스 테이블 몇 개 자리를 떡하니 다 차지하고는 데스크톱 컴퓨터에 프린터, 심지어 칸막이에 멀티탭까지 설치한 것이다. 공유 오피스도 아니고 그렇게 양심 없이 행동하는 사람을 보고 질타가 쏟아졌다.


창립자 하워드 슐츠의 철학을 들며, 이런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들의 민폐 행동을 그냥 묵인했던 스타벅스 코리아도 마침내 칼을 빼들고 말았다. 일부 이용객들의 행위가 한참 도를 넘었고, 다른 고객들의 불만이 계속 접수되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외부음식을 가져와서 먹거나, 제 집 마냥 데스크톱에 멀티탭까지 꽂아가며 여러 자리 차지하는 것을 금지하게 되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영화 속 문구가 떠올랐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류승범이 했던 유명한 대사이다. 이 대사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처럼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내가 타인을 위해 호의를 계속 베풀다 보면 상대방은 그것을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생겨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일까? 그 원인을 알아보고 바람직한 대처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호의를 권리로 받아들이는 사례들


재미있는 건 한국에만 이런 표현이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영미권에도 이를 비꼬는 격언이 있다.


"Do Someone a Favour and It Becomes Your Job."(남의 부탁을 계속 들어주다 보면 어느새 네 일이 되고 만다)


이것을 보면 호의를 권리로 착각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 곳곳에 있나 보다 싶어진다.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




1. 거지의 큰소리


한 신사는 매일 아침 같은 길을 걸어가면서 거지에게 매일 만 원을 주었다. 그러다가 그 금액을 오천 원, 천 원으로 줄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그 거지가 신사에게 물었다.


"예전에는 만 원을 주시다가 오천 원, 이제는 왜 천 원만 주시는 겁니까?"

"요즘 사업이 신통치가 않아서..."

"아니, 그럼 제 돈을 당신 사업에 썼다는 얘기입니까?"


이제는 거지가 당당하게 권리를 외치는 상황이었다. 누가 돈 주는 사람이고 누가 받는 사람인지 알 수 없는 판이다.




2. 탈북민들의 북한에 있는 가족 돕기


우리나라에 정착한 탈북민들 상당수는 중개인을 통해서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송금하고 있다. 사실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삶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예 다른 체제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그들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렵게 모은 돈을 아끼고 또 아껴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하고 있다. 이때 중국에 있는 중개인에서 송금하면 그들은 수수료를 뗀 남은 금액을 북중 국경에서 몰래 북한에 있는 중개인에게 전달한다. 북한 중개인은 자기 몫을 뗀 나머지 돈을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몇 번씩 수수료를 떼이게 되면 실제 가족들이 받는 돈은 처음 액수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돈은 북한의 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탈북민 통해서 돈을 받는 가족들은 장마당에서 식량을 살 수 있기에 적어도 굶지는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송금액이 너무 적다고 불평하는 가족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맛있는 것도 더 먹고 싶고 옷도 더 좋은 것 입고 싶다고 돈 좀 더 보내달라고 조르는 것이다. 그 돈 버느라 뼈 빠지게 일하는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호의를 권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아예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사는 탈북민들도 많다고 한다.





3. 동네 주민들의 교회 주차장 이용


내가 다니는 교회 이야기이다. 대형 교회이다 보니 주차장 건물을 가지고 있다. 먼 곳에서 오는 성도들은 손쉽게 차를 주차하고 예배를 드릴 수 있다.


처음에는 복지 차원에서 동네 주민들에게 무료로 주차장을 개방하였다. 그랬더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차게 되었다. 아예 몇 달씩 장기주차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예배를 드리러 온 성도들이 주차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였다.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어 주차요금을 받기 시작하였다. 그랬더니 동네 주민들의 볼멘소리가 나왔다.


"종교의 취지가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 아닌가요? 주차할 곳이 없어 고생하는 주민들을 위해 이 정도 편의 제공도 못하는 겁니까?"


처음에는 호의로 시작했던 일을 동네 주민들이 당연한 권리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호의를 권리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심리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호의를 마치 자기 권리처럼 여기는 사람들은 도재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것일까? 여기에는 특권의식과 경로 의존성이 내재되어 있다.



1. 특권 의식을 가진 경우


특권 의식은 자신이 특별 대우나 보상을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믿는 심리적 특성이다. 이들은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마땅히 특별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별다른 노력이나 공로 없이도 타인으로부터 호의나 특혜를 기대한다. 이들은 '세상은 나에게 빚을 졌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주변 아파트 공사 때문에 분진이 발생하자 시공사에서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 가구 당 100만 원 내에서 가전제품을 설치해 주었다.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호의로 그렇게 한 것이다. 문제는 완공 이후에도 온갖 핑계를 대며 계속 지원해 달라고 떼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심리에는 특권 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시공사는 나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2. 경로 의존성의 형성


경로 의존성이란 무엇일까? 사람이 한 번 어떤 것에 익숙해지면 계속 그것만을 하게 되는 것을 일컫는다. 습관이 한 번 형성되면 좀처럼 그 습관에서 탈출하기 힘들어지는 것도 경로의존성 때문이다.


호의가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면, 사람들은 그것을 익숙한 관행이나 시스템의 일부로 인식하게 된다. 처음에는 베푸는 사람의 선의였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이제 관행처럼 되는 것이다. 이때 일관되게 제공되던 호의가 중단되면, 받는 사람은 이를 불이익이나 부당한 대우로 느끼며, 그 호의를 마치 빼앗긴 내 권리처럼 여기게 된다.



호의를 권리로 느끼게 하지 않으려면?


이렇게 되면 그동안 계속 도와줬음에도 내가 욕먹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배은망덕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1.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은근하게 강조하기


호의가 '호의'임을 명확히 하고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자. 처음 호의를 베풀 때 이것이 '특별히 당신을 위해' 또는 '이번 한 번만' 해주는 것임을 가볍게 언급하여, 일반적인 기대치가 아님을 인식하게 한다. 그렇다고 너무 생색을 내는 것은 곤란하다.


"내가 널 위해서 일하는 건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야"

"넌 내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이미 죽은 목숨이었어. 평생 나한테 은혜 갚으면서 살아"


첫 번째는 너무 저자세이고, 두 번째는 생색이 지나치다 보니 거부감이 든다. 이 두 양 극단 사이를 잘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2. 거절할 때는 확실하게 거절하기


모든 요청에 응할 필요는 없으며, 때로는 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거절할 때는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차분하고 명확하게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도 천만 원 너에게 빌려주고 싶지만, 우리 집은 돈 관리를 아내가 다 하다 보니 내가 빌려주기가 힘들어. 사실 주택 대출금 갚는데 다 쓰고 있거든"


여기서 잔불을 남겨 놓으면 안 된다. 지금은 안되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가능하다는 둥 여지를 남겨 놓으면 계속 부탁이 들어오게 된다. 산불을 진화할 때 잔불이 꺼졌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또 불이 활활 타오르게 된다. 정중하게 말하되, 여지를 주지 말고 확실하게 거절하자.




3. 일관된 태도 유지


어떤 날은 해주고 어떤 날은 안 해주는 등 일관성이 없으면 상대방은 혼란을 겪게 된다. 이때 상대방은 호의를 얻어내기 위해 더 집요하게 요구할 수 있다. 일관된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품개발팀에서 일하는 노 과장에게 영업팀에서 계속 부탁을 한다. AI 기반 동글이 청소기를 호텔에 홍보해야 하는데 기술에 대해서 잘 모르니 영업 현장에 동행해 달라는 요청이다.


처음에는 이게 다 회사 매출을 위한 일인데! 흔쾌히 승낙했다. 그러나 매번 영업을 뛸 때마다 같이 가달라고 한다. 영업팀에서 관련 기술을 배워서 말할 생각은 안 하고 계속 노 과장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다. 호의가 계속되니 권리인 줄 아는 것이다. 이때 어떤 경우는 따라가 주고, 어떤 경우는 안 가고 일관성이 없으면 곤란하다. '1억 원어치 이상 계약건일 때만 동행한다' 이런 원칙을 세워서 대응해야 하고 일관성 있게 그 원칙대로 행동해야 한다.




4. 한 번에 호의를 다 베풀지 않기


심리학에는 '문 간에 발 들여놓기 (Foot in the door techniq)' 기법이 있다. 작은 것부터 요구하여 동의를 얻어낸 다음, 점차 그보다 큰 요구를 하면 상대방은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사람은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도움을 주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작은 것부터 들어준 뒤 상대방이 얼마나 고마워하는지에 따라 점차 그 강도를 높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가 기말고사에서 전교 10등을 했을 때 아이가 원하는 자전거를 바로 사주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약한 것을 주기로 하고 아이의 성적이 전교 5등, 3등, 1등 이렇게 올라갈 때 자전거를 주는 것이다.




5. 기브 앤 테이크 구조를 만들자


일방적으로 주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상대방에게도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상호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임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돈이 없어 한 끼만 무료로 식사하면 안 되겠느냐고 간청하는 걸인이 있다면 밥 한 끼 그냥 주는 것보다는, 식당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키는 등 밥값에 상응하는 일을 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무전취식이 반복되지 않게 되고, 식당 주인이 마냥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습관적으로 요구하지 않게 된다.




마무리하며


호의는 절대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호의를 계속하는 것은 둘리이다 (호이! 호이!) 우리는 둘리가 아니기에 호의를 계속하지 않는 것이다.


처음 호의를 받을 때는 고마움을 느끼며 그 사람을 칭송하지만 그런 호의가 반복되면 사람들은 이걸 당연시한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기특해서 사장이 특별히 여름휴가비 20만 원을 모든 직원들에게 지급한 경우, 다음 해가 되면 직원들은 또 여름휴가비를 기대하게 된다. 안 주게 되면 왜 주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래서 호의를 제공하고자 하는 경우, 시작 때부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스타벅스 사례를 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호의를 제공하면 이를 아득바득 벗겨먹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진짜 세상에는 별의별 인간군상들이 다 있구나 싶었다. 실컷 좋은 일 하고도 기분 나쁜 소리를 듣는 일은 꼭 피하자. 호의는 그것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신중하게 제공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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