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과 토마토, 우유를 한국에서 잘 먹지 않았던 이유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by 보이저

국가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소울 푸드들이 있다. 베트남은 쌀국수, 일본은 초밥, 이탈리아는 스파게티, 튀르키예는 케밥, 인도는 카레 이런 식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과거에는 불고기, 비빔밥, 김치였지만 최근에는 부대찌개나 간장게장, 삼계탕, 김밥, 양념치킨 이런 음식들까지 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이한 것은 각 국가별 사람들마다 입맛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선호하는 한국음식이 다르다.

일본인들은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다보니 덜 매운 한국음식을 선호한다. 인도인들은 한국 음식이 전반적으로 너무 달다고 생각한다. 서양 사람들은 떡의 찐득찐득한 식감을 싫어한다. 반면에 한국인들은 스페인의 하몽이나 독일의 학센 이런 요리가 너무 짜다고 느낀다. 고수가 들어간 쌀국수나 똠얌쿵 이런 치약맛 나는 동남아시아 음식을 못 먹는 사람들도 많다.


왜 국가 별로 음식을 느끼는 입맛이 다 다른 것일까? 그건 살아온 환경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낯선 재료로 만든 음식은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낯설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기초로 하여 직장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알아보고자 한다. 직장에 들어오기 전까지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에 따라 직장인 체질이 결정된다. 이걸 노력으로 극복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은 실패한다. 그 이유를 음식 식재료를 통해 볼 수 있다.




1. 한국에서 밀을 잘 재배하지 않은 이유


한국인들의 쌀 소비량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주식은 단연 쌀이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닌 것이다.


반면 서구사회는 빵이 주식이다. 크루아상, 베이글, 머핀, 프레첼, 붓세, 마들렌 등 빵의 종류도 참 다양하다. 알다시피 빵은 밀로 만든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왜 서구사회는 쌀을 잘 먹지 않게 되었을까? 반대로 동아시아는 왜 밀이 주식이 되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기후조건이다. 쌀은 많은 물을 필요로 하며 햇빛을 많이 받아야 한다. 그리고 무더운 기후일수록 잘 자란다. 유럽은 건조한 곳이 많다. 그리고 북유럽 쪽은 북해의 영향을 받아 그늘진 날이 많으며 일 년 내내 기후가 서늘한 편이다. 여름에 비가 쏟아지는 환경 역시 아니다. 그렇다 보니 유럽의 경우 쌀을 재배하기 좋은 조건이 아닌 것이다.


그 외에도 유럽은 많은 국가들이 국경을 서로 맞대고 있다. 전쟁이 많았고, 중세시대까지는 가축을 키우며 유목생활을 주로 하였다. 유목생활을 하면서 고기 외의 다양한 식재료를 일일이 다 챙겨서 다니기는 어려웠다. 특히 쌀의 경우 빨리 부패하는 편이기도 했고, 가루로 만들어서 먹기도 어려웠기에 저장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밀의 경우 일단 밀가루로 만들면 통에 넣어 저장하기 쉬웠다.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만들기 편했기에 굳이 다른 여러 가지 반찬이 필요하지 않았다. 유목민들이 키우는 소나 닭, 양고기에 빵을 곁들여 먹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경우 농경민족이었고, 한 장소에 머물러 살았다. 중국 서쪽은 세계의 지붕이라고 부르는 티베트 고원이 버티고 있어 그 너머로 가기는 쉽지 않았다. 동쪽 바다는 세계에서 가장 큰 면적이라는 태평양이 버티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한족은 중국 땅에. 한국인들은 한반도에, 일본인들은 일본 열도에 산다는 인식이 고착화되었다. 한 곳에 정착해서 다양한 작물을 키우기 유리한 조건이었던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비가 많이 내리고 여름철은 무더우니 쌀을 키우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밀 역시 한반도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삼국시대부터 재배되었으나 일반화되지 못하였다. 다른 음식들과 조화를 이루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 외 콩, 보리, 부추, 무, 배추 등 다양한 작물을 키우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다양한 반찬을 곁들여 먹을 수 있었기에 빵보다는 밥이 더 어울렸던 것이다.



2. 토마토가 식재료로 유행하지 못한 이유


이번에는 토마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토마토가 언제 한반도에 처음 들어오게 되었을까? 근대화 시기 이후 들어온 과일 (사실 토마토는 채소이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토마토가 한반도에 처음 알려진 시기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토마토는 임진왜란 시기에 일본에서 한반도에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일본은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과의 교류를 통해 서양의 여러 작물들을 받아들였고, 그중 하나가 바로 토마토였다.


비슷한 시기에 한반도에 들어왔던 작물 중에는 고추도 있었다. 고추는 지금 한국 음식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재료이다. 그렇다면 고추는 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재료가 되었고, 토마토는 그렇게 되지 못했을까?


정답은 한국인의 식단에 있다. 한국인의 식단은 기본적으로 발효 음식 중심이다. 고추장, 된장, 간장은 모두 숙성을 통해 깊고 풍부한 맛을 낸다. 이 맛에 토마토 특유의 신맛은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토마토는 한국음식에 쓰이지 않게 되었다.


반면 서양은 토마토가 굉장히 많이 음식에 들어간다. 로마의 카이사르는 몸에 좋다고 매일 토마토를 거르지 않고 챙겨 먹었다는 소문이 있다. 피자나 스파게티, 파에야 등 많은 요리에 토마토가 들어간다. 심지어 토마토를 던지며 두 편으로 나눠 싸움을 하는 스페인 축제도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토마토는 사랑받은 음식 재료인 것이다.

토마토



3. 우유가 한국에서는 잘 쓰이지 않은 이유


서양의 경우, 우유를 기본으로 하는 음식이 많다. 치즈는 우유를 오랫동안 굳혀서 만드는 음식이고, 크림이나 버터 역시 우유를 통해 만든다. 우유를 아침마다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고는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우유는 거의 마시지 않았다. 왕에 한해서만 타락죽이라고 하여 소의 우유에 밥을 넣고 죽처럼 끓인 음식이 제공될 뿐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우유가 왜 널리 사용되지 못했을까? 일단 한국에서 사육되는 소는 젖소가 아니었다. 누런 황소를 키웠고 황소는 힘이 좋아 농사에 적합했지만 우유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조선 시대 때는 관가의 허가 없이는 소를 도축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었다. 나라에 큰 경사가 있는 경우, 고을 대감댁 잔치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일정량의 소를 도축할 수 있을 뿐이었다. 황소는 농사일에 집중하도록 해야지, 우유를 생산하도록 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렇다면 양이나 염소의 젖을 사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한국은 목초지가 적었다. 풀을 먹으며 살아가는 양과 염소는 널리 사육되기 힘들었다. 소는 그나마 농사에라도 도움이 되지,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단순히 고기를 위해 양과 염소를 키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한국인들은 우유를 마시지 않게 되었다.

우유



4. 한국에서는 와인이 생산되지 않은 이유


한 때 우리나라에서 와인 열풍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피노누아, 말벡 등 포도 품종들을 줄줄 외는 사람들도 있고, 회사 교육 과정 중에는 와인 전문가인 소믈리에를 초청해서 와인 마시는 매너를 가르치는 과정도 있었다.


이처럼 인기 많은 와인이 대한민국에서 인기를 얻은 시기는 오래되지 않았다. 포도 생산이 대중화된 게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포도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키우는 인기 과일이다. 한반도에서도 삼국시대 때부터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포도는 사과, 배와 같이 대중화되지 못했다.


포도는 여름철이 건조하고 배수가 잘되는 환경에서 잘 자란다. 그러나 한반도는 장마철에 엄청난 비가 내리고 영양분을 잔뜩 머금은 토양은 배수가 잘 되지 않는다. 포도를 재배하기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막걸리 등 곡식으로 만든 술이 인기였기에 포도주처럼 과실주는 한국인에게는 낯선 술이었다. 그래서 포도는 근대 이전에는 잘 재배되지 않게 되었다.

와인



5. 양고기를 잘 먹지 않은 이유


요즘 양꼬치 집이 큰 인기이다. 직장 일을 끝내고 양꼬치를 안주 삼아 하루의 회포를 푸는 직장인들이 많다. 쇠고기나 돼지, 닭고기만큼은 아니지만 양고기 역시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고기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고기는 낯선 고기였다. 그저 중앙아시아나 중동 국가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 정도로 아는 정도였다. 그렇다면 양고기는 왜 한국인에게 낯선 고기였을까?


그건 한국의 기후와 생활방식 때문이다. 농경민족의 경우 들판을 놔두기보다는 농경지로 개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풀을 뿌리째 뽑아먹는 양은 들판을 금방 황폐하게 만든다. 말을 타고 수시로 이동해야 하는 유목 민족의 경우 늘 이동해야 한다. 들판을 따라 여기저기 이동해야 하는 특성상 양이 안성맞춤인 것이다.


선사시대부터 한반도에서는 양을 키웠다. 근대에도 양털을 얻기 위해 양을 계속 키워왔다. 그러나 더 이상 좋은 양털이 나오지 않는 늙은 양이 고기로 팔렸는데, 문제는 늙은 양은 누린내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쉽게 적응하기 힘든 맛이라 고기로 팔리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양고기는 한반도에서는 인기를 얻기 힘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을 만드는 요인들


음식뿐 아니라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이다.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은 낯설게 느껴지고 쉽게 하기 어렵게 만든다. 예를 들어 중, 고등학교 때 교회 중, 고등부 학생회에서 여름 성경학교나 수련회 등 많은 기획업무를 해 본 경험이 있다고 해보자. 아니면 대학교 동아리에서 연주회나 공연 기획이 많이 있다고 하자. 이런 사람들에게는 회사에서의 기획 업무가 어렵지 않다. 평소에 해본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창 시절 내내 공부만 했던 사람에게 기획 업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정해진 분량 내에서 책만 들입다 파면되었던 공부랑은 아예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만일 100개 이상의 대리점 대표들을 초청하여 골프 대회도 열고 시상식까지 진행해야 한다면, 장소 섭외, 골프 조 편성, 시상 대상자 선정, 시상품, 저녁 만찬 장소 선정 등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악몽처럼 다가올 것이다. 너무나 낯선 일이기 때문이다.


영업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상대해 본 경험, 직접 물건을 팔아본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영업하기 훨씬 수월하다. 다양한 상황들을 직접 몸으로 겪어봤기에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삼대가 같이 살았던 경우, 웃어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오랜 기간 경험이 있기에 더 유리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서 집안일을 도맡아 한 경우, 일에 대한 센스를 갖고 있게 된다. 요리부터 청소, 빨래, 동생들 육아까지 경험이 생기는 덕분이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일을 편하고 효율적으로 하는 법을 알게 된다. 혼자서 여행 계획을 세워 비행기표부터 렌터카, 호텔 예약, 주요 관광지 티켓 예매 등 일련의 일정을 직접 수립해 본 사람과 그저 따라다니기 급급한 사람은 큰 차이가 있다. 일을 주도해서 실행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어려서부터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은 사회생활 센스가 천지 차이가 난다. 이미 농경 생활, 유목민 생활에 덥고 춥고 습기 찬 환경 경험이 풍부한 사람은 어떤 작물이나 가축이건 쉽게 다 키워낼 수 있다. 그러나 딱 특정한 환경만 경험해 본 사람은 온실 속의 화초나 다를 바 없기에 온실만 나가면 식물이 다 얼어 죽는다. 이런 사람들은 온실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재배하기 힘든 것이다.



마무리하며


식생활을 연구하면서 느낀 것은 일단 기후나 토양, 생활방식에 따라 익숙한 작물이나 가축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익숙함을 벗어나게 되면 잘 먹지 않게 된다. 낯설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평생을 따뜻한 기후 속에서만 살아온 사람이 건조하고 차가운 기후 속에서 잘 자라는 작물을 익숙하게 먹기는 쉽지 않다. 입맛을 바꿔야 하는데 이미 6세가 되면 사람의 입맛은 완성되기 때문이다.


직장일도 마찬가지이다. 자기가 주도해서 어떤 일을 기획해 보거나, 사람들을 직접 만나 협상해 보고 어려운 일을 해결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 집안일이나 여행 등 은 회사 일을 해내기 결코 쉽지 않다.


이미 성인이 되어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면 사실 되돌리기에는 한참 늦었다. 지금 와서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인가? 이런 것을 가르쳐주는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강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내가 프로 강사가 되면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한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범주화해서 그중에서도 자주 벌어지는 일들을 상황 별로 정리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해결책을 다 알려주려고 하는 것이다. 각각의 상황을 케이스로 만들어서 학습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완벽하지는 않아도 훨씬 좋아질 수 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입시 위주 교육만 강조하기보다는 사회 활동 경험을 많이 쌓게 하자. 교회 중, 고등부 학생회도 괜찮고 학교 내 동아리 활동도 괜찮다. 가족 여행을 갈 때는 직접 비행기표부터 호텔 예약, 관광지 선정 등 모든 과정을 직접 자녀가 해보도록 기회를 주자. 그런 경험 하나하나가 직장에서 엄청난 경쟁력이 된다. 머릿속 지식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황에서건 체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실행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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