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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힘든 상황을 못 견디고 도망가시나요?

일못러에서 벗어나기

by 보이저

장대리는 명문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인생은 성공가도를 쭉 달리고 있었다. 적어도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새 인사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기존 데이터를 모두 새 시스템에 옮기고, 회사에 필요한 기능을 새로 만드는 일이 몇 달째 진행되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업무에, 매일같이 이어지는 야근에 그는 지쳐가고 있었다.


사실 장대리는 IT 쪽에는 자신이 없었다. 남들은 쉽게 배우는 스마트폰도 장대리는 제대로 익히는데 족히 한 달은 걸렸다. 아직도 윈도 프로그램이 잘 안 되면 해결방법을 몰라 전전긍긍하는 그이다.


그는 조금씩 도망치고 있었다. 나는 인사 전문가지 IT 전문가가 아니야,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돼? 그리고 하루 8시간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해야지 왜 이렇게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돼? 그는 슬슬 태업 모드에 돌입했다. 회의 때는 건성으로 앉아 있었고, 툭하면 개인 용무를 핑계로 저녁 6시면 칼퇴근을 했다. 해야 할 일도 치일피 일 미루기만 했다.


조금씩 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팀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고생하는데 장대리는 도망만 다닌다는 소리가 나온 것이다. 장대리도 한 번 일이 싫어지니, 회사도 같이 일하는 마음에 들지 않게 되었다.

'이 따위 회사 그냥 때려치우고 말지.
내가 갈 곳이 없나, 대학도 좋은 곳 나왔고, 대기업 출신이고, 직급도 대리인데..
마음만 먹으면 다른 회사 이직하는 건 일도 아니지'


그는 다른 곳으로 떠날 결심을 하게 되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나는 어떤 유형인가요?


사람은 힘들 때 자기 본성이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평소에는 모른다. 사실 평안할 때 웃으며 지내는 것은 그 누구라도 다 할 수 있다.

힘든 일이 생기면 사람은 네 부류로 나뉜다.


1) 오히려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

2) 솔직히 힘들지만 내 책임과 역할이 있으니 묵묵히 감당하는 사람

3) 하기 싫고 짜증 나지만 속으로만 욕하며 꾹 참고 버티는 사람

4) 이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도망치는 사람



첫 번째 부류는 그냥 별종이다. 정주영 회장 같은 사람이다. 현대그룹 창업주였던 정주영 회장은 오늘은 무슨 신나는 일이 있을까 설레어서 매일 회사 가는 것이 기다려졌다고 한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일을 통해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회사에서 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면 일이 비록 힘들어도 기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번, 3번, 4번 중 하나이다. 사실 2번이나 3번 정도만 돼도 회사 생활 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다. 회사일이 즐거우면 돈 내고 일해야지, 돈 받으며 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내 뜻과는 다른 짜증 나는 일들이 참 많이 생긴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들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1~3번은 좋아서 하던 싫어서 하던 어쨌든 하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4번 유형이다. 힘든 일만 나타나면 드러누워 버리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팀 동료이면 참 짜증 난다. 한 사람의 공백은 그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왜 힘든 일을 회피하려고 하는가?


이런 심리를 갖는 것은 어려서부터 가정환경, 생활 습관에 따른 결과이기 쉽다. 아이가 숙제를 하다가 짜증을 낸다.


"엄마! 나 숙제하기 싫어요. 게임하고 이거 할래요"


이때 그냥 게임하게 놔두는 부모와 힘들어도 숙제부터 끝내고 게임을 하게 하는 부모가 있다. 힘든 것을 자꾸 회피하는 게 반복되면 이 아이는 커서도 그런 성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세상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들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회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힘든 일이 나타나면 도망가려고 한다.


이들은 파랑새 증후군을 갖고 있다. 파랑새 증후군이란 지금 현실 너머에 행복한 세상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갖고 현실을 벗어나려는 모습을 일컫는다. 자꾸만 지금 상황을 벗어나려고만 하고 어떻게든 맞부딪혀 극복해 보려는 생각은 안 하게 된다.




회피하면 생기는 문제점


이런 유형의 직원들은 이직이 잦다.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떠나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진로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 개인 사업을 꿈꾸다가 전문직을 꿈꾸기도 하고 갑자기 공부하고 싶다고 대학원을 가기도 한다. 문제는 미래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도피성으로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방황도 40대에 접어들면 선택지가 줄어든다. 더 이상 받아주는 회사도 많지 않다. 그 나이대 직원은 조금씩 나가라고 회사에서 압박이 들어오는 마당에 특별한 기술도 없는 40대를 외부에서 데려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회사에서 경쟁력을 잃고 만다. 회피하는 것은 결국 나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바람직한 자세


이미 뼛속까지 깊게 뿌리 박힌 내 습성을 바꾸기는 어렵다. 이게 의지나 노력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누가 나에게 총을 겨누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드는 것처럼, 힘든 일이 닥치면 이 사람들은 이걸 위협으로 느끼고 반사적으로 탈출하려고 한다. 추천하는 방법은 다음 두 가지이다.




1. 재미 요소를 결합해 보자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싫은 일이 마음먹는다고 즐거운 일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때 좋은 방법은 재미 요소를 결부 짓는 것이다.


야근을 해야 할 때, 노래를 들으면서 하는 것이다. 뮤지컬을 좋아한다면 뮤지컬 노래를 정주행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맛있는 음식을 혼자 먹으며 보상을 줄 수도 있다. 늦게까지 일하느라 고생한 나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근무시간에 이어폰 끼고 근무하는 것은 눈 밖에 나는 행동이다. 그러나 야근 때는 이해해 주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노래 들으며 할 수 있다. 이때 평소에 듣기 힘들었던 노래를 들어보는 것이다.

휴가도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이틀 정도 휴가 내고 동해안으로 떠나는 것이다. 푸른 경포대 해변을 떠올리면 위안이 될 것이다.




2.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자


비록 힘들기는 하지만 이번 일을 잘 끝내면 내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자. 실제로 힘든 프로젝트를 잘 끝내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앞선 사례에서 장대리가 새로운 인사 시스템 도입 프로젝트를 완수했다면 인사 전반에 대한 시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인사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것은 최근 많은 기업들의 트렌드이다. 이건 큰 경력이다. 제대로 방법만 익혔다면 장대리 몸값은 크게 올랐을 것이다. 당장 힘들다는 것만 생각했지, 그 이후에 나에게 올 수 있는 혜택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어린아이들도 한 번 크게 아프고 나면 쑥 큰다고 한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힘든 프로젝트 치르고 나면 확 성장하게 된다. 그렇게 업무 역량도 키울 수 있고, 내 경력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야구에서도 칠 때면 쳐봐라 하고 자신 있게 가운데로 공을 꽂아 넣는 투수들이 있다. 강타자들에게도 주눅 들지 않는 것이다. 반면에 위기 상황이 오면 지레 겁을 먹고 자꾸 도망 다니는 투수들이 있다. 이런 투수들은 결코 성장할 수 없고 도태된다. 위기를 헤쳐나가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인도 마찬가지이다. 힘들 때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사람들은 성장하게 된다. 어떻게 힘든 상황을 이겨나가야 하는지 노하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힘들다고 도망가는 것도 습관이다. 이 악순환을 끊어야만 한다. 젊었을 때는 도망 다니는 게 통했겠지만, 나이 40살이 넘는 순간 이제 도망도 마음대로 못 간다.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부딪쳐보자. 그리고 이겨내 보자. 할 수 있다.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만약에 끝나지 않을 것 같으면 나가면 된다. 그전까지는 부딪쳐가며 한 번 이겨내 보자. 할 수 있다?



Defying Gravity (중력에 맞서 싸우자!)
(뮤지컬 위키드 주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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