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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야 할 업무 정리 방법

일못러에서 벗어나기

by 보이저

양대리는 교육팀에서 근무한다. 이번 네트워크 기술교육 강의자료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생소한 개념이 일단 너무나 많다. 전송장비 이름 하나하나 쉽게 설명하는 게 참 쉽지 않다고 느끼며 간신히 2시간 강의 자료를 만들었다. 속에서 뿌듯함이 밀려온다.


"이 정도면 충분해. 사진에 동영상까지 많이 추가했으니 어렵다는 말은 안 나올 거야"



차장님께 강의자료를 보여줬다. 차장님 얼굴이 어두워진다.


"내가 지난번에 쉽게 설명한 자료 있다고 그거 반영해서 작업하라고 이메일로 보내줬었지. 그 자료 들어간 거야? 내용에 하나도 안 보이는데?"



앗..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차장님이 참고자료를 보내줬었지. 그게 열흘 전 일이다 보니 기억을 못 했던 것이다.



지시사항을 자주 놓칠 때 벌어지는 일들


회사는 상사와 부하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상명하복 체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때 윗사람의 지시사항을 그대로 수행하느냐 아니냐는 그 사람의 업무 수행능력을 좌우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이 참 약하다. 상사 지시사항을 곧잘 놓친다. 동료들이 부탁한 일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늘 핀잔을 듣게 되고, 저 사람과는 같이 일하기 싫다는 비아냥을 듣게 된다. 혹시 내가 싫어서 일부러 태업하는 것이냐는 의심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


팀원들의 불만은 팀장 귀에도 들어가게 된다. 일을 못하는 사람은 팀원들의 기피 대상이 되기에 점점 팀에서 고립된다. 중요한 업무에서 배제되고 자연히 좋은 인사평가를 받지 못하게 된다. 나쁜 평판으로 인해 다른 팀으로 가고 싶어도 받아주는 팀이 없게 된다. 나이라도 젊으면 이직이라도 해보겠지만, 만일 내 나이가 40살이 넘었다면 이제 이직도 쉽지 않다. 사면초가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지시사항을 놓치지 않는 방법


결국은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정답이다. 내 머리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사람은 1시간만 지나도 들은 내용의 절반을 잊어버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로 망각의 동물이다. 기억에 의존해서는 100퍼센트 실패한다. 아래 방법은 내가 근무하면서 수많은 실패를 거쳐가며 체득한 방법이다.




1. 듣는 즉시 반드시 기록하거나 알람을 설정해라


꼭 기록해야 한다. 만일 노트가 없다면 폰에라도 저장하자. 나 같은 경우는 카카오톡의 나에게 보내기 메시지 기능을 활용했다. 또는 핸드폰 알람 기능을 활용하자. 이렇게 저장하는 것이다.


- 8/13 사옥 지하 2층 대강당 오전 시간 예약 (10분 뒤 알람)

- 2분기 수도권 키오스크 판매실적에 키오스크 자매품인 사이렌 오더 실적도 추가할 것 (1시간 뒤 알람)


이렇게 일단 폰에 저장해 놓고 자리로 돌아오면 알람이 울릴 때 내 일정표에 옮겨 적는 것이다.




2. 내가 이해한 말로 다시 한번 확인해라


상대방이 말한 것을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혹시 놓친 것은 없는지 꼭 다시 체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엉뚱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실수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물어보자. 있는 대로 다 물어보기보다는 핵심 위주로 물어보는 것이다.


(1) 3분기 판매촉진비 지출실적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2) 말씀 주신 것처럼 수도권 지역만 정리하면 될까요?

(3) 지난번 대리점 대표 골프 행사 때 썼던 행사비도 포함시키라고 말씀 주신 게 맞으시지요?




3. 할 일 정리 리스트는 이렇게 만들어라


복잡하면 안 된다. 복잡하면 귀찮아서 안 하게 된다. 꼼꼼하게 관리하고 싶은 생각에 이것저것 많이 기록하려고 하면 오히려 작심삼일로 끝나게 된다. 꼭 필요한 내용만 기록하자. 아래와 같이 리스트를 만드는 것을 추천드린다.

정말 중요한 것진한 주황색, 다소 중요한 것옅은 주황색으로 표시하였다.



처음에는 이렇게 만들자. 리스트 작성이 숙달되면 더 세분화해서 관리해도 된다. 단 리스트 작성에 너무 시간을 쓰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되니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자.

이걸 수시로 채우고, 다 끝난 일은 완료라고 표시하며 나가자. 이렇게 하면 그동안 했던 일 히스토리 관리도 되고, 하나씩 부러뜨리는 재미도 느껴볼 수 있다.




마무리하며


업무를 정리하는 것은 직장인의 기본이다. 그런데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이 기본적인 것을 못해서 매번 일을 펑크 내고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내가 지금 몇 년 차인데 이런 걸..' 이러면 평생 실수만 하게 된다. 꼼꼼한 일 처리의 기본은 바로 업무를 기록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데서 시작한다.


너무 거창하게 관리할 필요 없다. 잘 쓸 필요도 없다. 나만 알아볼 수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업무 리스트 쓰는 것만큼은 꼭 습관화해야 한다. 내가 일을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바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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