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되면 안 되는 사람(7편: 영국의 메리여왕)

자기 복수를 위해 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리더

by 보이저

벤허라는 영화를 아는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로서, 몇 년 전에 세 번째 리메이크 영화가 나올 정도로 영화팬들이 열광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유다 벤허는 어려서부터 친구였던 메살라의 배신으로 가족들은 지하 감옥에 갇히고 벤허 본인은 노예가 되어 로마 함대에서 채찍을 맞아가며 노를 젓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기적적으로 노예선 생활에서 탈출하게 된다. 당시 전투 중에 바다에 빠진 로마 함대 장군을 구해냈기 때문이다. 그 함장의 양아들이 되면서 그는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되었다. 부와 권력을 다 가지게 된 것이다. 복수심에 불타던 그는 고국 이스라엘로 파견되어 메살라에게 복수할 생각만을 하게 된다. 마침내 목숨을 건 마차 경기에서 그는 메살라를 죽이고 원한을 풀게 된다. 원한을 풀었으니 이제 모든 것이 다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는 이제 메살라와 다를 바 없는 악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괴물과 싸우려고 이를 악물고 버티다 보니 어느새 그 역시 괴물이 된 것이었다. 그 모습에 놀란 그는 결국 양아들의 지위도 다 포기하고 권력도 내려놓은 채 옛 가족들을 찾아 새로운 인생을 다시 살아가게 된다.


벤허에서 볼 수 있듯이, 한 사람이 사사로운 복수심에 사로잡히게 되면 주변에 큰 불행이 닥치게 된다. 만일 한 국가의 리더가 복수에 눈이 머는 경우 복수심으로 인해 피바람이 불어닥치고는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인 '영국의 메리 여왕'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벤허

구박만 받던 공주


앞의 글에서 언급했던 헨리 8세가 그녀의 아버지였다. 메리 여왕은 헨리 8세와 그의 첫째 부인이었던 카탈리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공주였다.


헨리 8세는 카탈리나 왕비를 싫어했다. 과거 형수였던 데다가 애교도 없고 무뚝뚝했던 그녀는 전혀 왕의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헨리 8세는 왕비의 출신지인 스페인 및 교황청과의 대립도 불사하면서까지 그녀와의 이혼을 밀어 붙였다. 당시 애인이었던 앤 불린이 그의 아이를 임신하면서 그 강도는 점점 더 거세졌다.


입장이 난처한 것은 메리 공주도 마찬가지였다. 늘 어머니가 구박받으며 왕비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전형적인 역기능 가정이었다. 아버지는 허구한 날 바람피우고 다니면서 집안일에는 무관심했고, 어머니는 슬픔에 젖어 늘 울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메리가 올바를 가치관을 갖기란 힘든 일이었다.


헨리 8세가 이혼에 성공한 이후, 메리의 운명은 더 비참해졌다. 그녀는 궁전에서 쫓겨났고 다른 왕족의 시녀로 일하도록 명을 받게 되었다. 공주로서의 최소한의 대우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헨리 8세는 카탈리나가 이혼을 거부하는 바람에 온갖 나라, 심지어 교황과도 싸워야만 했다. 오랜 이혼 절차를 거치며 쌓였던 분노를 카탈리나의 혈육이었던 메리 공주에게 다 쏟아부었던 것이다.


"넌 이제부터 내 딸도 아니다. 그러니 내 눈앞에서 당장 사라져라. 돈은 한 푼도 주지 않겠다. 알아서 먹고살아라"


헨리 8세는 아버지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도 저버리고 말았다. 심지어 헨리 8세는 애인이었던 앤 볼린의 후손만이 왕이 될 수 있다는 해괴망측한 법을 만들었다. 이 법 제정을 거부했던 법무부 장관은 왕명을 거역한 죄로 참수될 정도였다.


그럼에도 메리는 왕위 계승법에 선서하기를 거부했다. "어디 나도 죽일 테면 죽여봐라!" 이제는 악과 깡만 남은 메리였다. 어머니가 화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며, 어머니가 겪었던 모든 것에 대해 복수하겠다고 다짐한 메리였다.




강요에 의한 헨리 8세와의 화해


이때 아버지 헨리 8세는 교묘한 중재안을 내놓았다. '왕과 카탈리나와의 결혼은 무효이고, 메리는 무효인 혼인에 의해 태어난 사생아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면 궁전으로 돌아오게 해 주고, 공주에 준하는 대우를 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 제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메리는 단칼에 거부하였다. 그러자 헨리 8세는 그녀의 친구들, 심복들마저 다 제거하려고 들었다. 수족을 다 잘라버리겠다는 속셈이었다. 자신의 명예 때문에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이 굴욕적인 제안을 수락하게 된다. 그 뒤 그녀는 오랜만에 아버지인 헨리 8세를 만날 수 있었다. 의외로 헨리 8세는 그녀를 꼭 안아주며 이리저리 신나서 뛰었다고 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조금이나마 혈육의 정은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이때 주변 상황은 많이 변해있었다. 헨리 8세가 어머니와 이혼하도록 부추기고 사주했던 앤 불린 은 참수형으로 처형되었고, 다른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왕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메리에게 호의적이었다. 특히 세 번째 왕비 제인 시모어는 왕을 설득해 메리가 많은 자격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다고 메리의 한이 다 풀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왕이 되다


비록 아버지 헨리 8세와 화해하고 궁전에서 살게 되었다고 해서 그녀의 삶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나이 30살이 넘도록 결혼도 하지 못했으며 독살 위험에 늘 시달리고 있었다. 영국법에 따르면 대를 이을 아들이 없을 경우 딸이 이어받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에드워드 왕자에 이은 왕위 계승 서열 2위였다. 그 점 때문에 메리는 굴욕을 감수하면서도 아버지에게 굽히고 들어갔던 것이다.


헨리 8세가 죽고 아들 에드워드가 다음 왕이 되었다. 에드워드는 헨리 8세의 세 번째 부인 제인 시모어가 낳은 이복 남동생이었다. 불과 9세에 왕이 된 에드워드는 몸이 약해 늘 병을 달고 다녔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죽게 되었다.


다음 왕은 메리가 이어받아야 했다. 어린 에드워드에게는 자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리 여왕의 즉위를 반대하는 신하들이 많았다. 메리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그의 어머니가 스페인 출신에다가 가톨릭 신자였기에 어릴 때부터 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교황과 이혼 문제로 싸우면서 영국 국교회를 만들었던 것에 반항하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그녀가 집권하면 가톨릭 우선 정책을 펼치게 되어 영국 국교회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을 했던 것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할 것이라는 우려 역시 컸다. 특히 카탈리나 왕비 이혼에 찬성했던 나이 많은 신하들이 심하게 반대했다. 그중 길포드 더들리 공작은 메리 여왕의 고종사촌인 제인 길모어를 내세워 반란을 일으켰다. 그 반란은 진압되었지만 그만큼 메리 여왕은 초반부터 극심한 반대를 뚫고 나가야만 했다.




피의 복수를 펼치는 메리 여왕


메리 여왕은 우려했던 대로 피의 복수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 구실이 되었던 것은 가톨릭으로의 회귀였다. 그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더욱이 아버지 헨리 8세의 측근들은 대부분 영국 국교회 신자들이었기에 이걸 빌미로 복수극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제일 먼저 어머니 카탈리나 왕비의 이혼이 무효임을 선언하였고 가톨릭 교회의 토지를 모두 돌려주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그녀는 선을 넘고 말았다. 모든 영국 국민들에게 가톨릭으로 개종하도록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처음 영국 국민들은 메리 여왕을 동정했다. 아버지 헨리 8세에게 구박받으며 겪은 수모를 다들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딸에게 저러면 안 된다는 동정 여론이 높았다. 그 여론만 잘 유지하면 되었는데 메리 여왕은 악수를 두고 말았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심지어 메리 여왕은 개종을 거부한 사람들을 화형에 처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명령에도 끝까지 신앙을 지킨 사람들이 있었다. 그 숫자는 300여 명에 달하였다. 마치 일제 강점기 때 신사참배를 거부했던 주기철 목사 등 기독교인들이 대거 순교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영국 전역은 화형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가득 차고 말았다.


그녀가 스페인의 펠리페 왕자와 결혼을 추진한 것도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스페인 왕자와 결혼하게 되면 영국은 스페인의 입김 아래 놓일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특히나 가톨릭의 맹주 스페인은 영국 국교회 신자들에게는 큰 위협이었다.


많은 신하들과 귀족들은 이 결혼을 필사적으로 반대했지만, 여왕은 요지부동이었다. 이미 30대 후반이라 빨리 결혼하고 싶었던 마음도 컸고 펠리페 왕자는 미남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혼인은 성사되었지만 펠리페 왕자는 메리 공주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메리 공주는 무려 11살이나 연상이었던 데다가 깡마르고 우울증까지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혼 생활도 순탄하지 않았다. 메리 여왕은 펠리페 왕자와의 혼인을 반대했던 사람들 역시도 극심하게 탄압하였다.

메리 여왕


메리 여왕의 사망


40대가 되면서 그녀의 우울증은 더 심해졌다. 식사도 잘하지 못했고 늘 인상을 쓰고 살았다. 기력이 떨어진 그녀는 자기 이복 여동생인 엘리자베스를 다음 왕으로 지정한 채, 결국 42세의 젊은 나이로 쓸쓸히 사망하게 되었다. 왕이 된 지 불과 5년 만이었다. '피의 메리'라는 별명을 얻은 채, 그녀는 제대로 된 통치를 해보지 못하고 간 것이다.


피바람을 부르며 영국 전역을 가톨릭 광풍에 휩싸이게 한 그녀는 복수에만 사로잡힌 군주라는 평가를 받고 말았다. 명목상으로는 종교를 내세웠지만. 사실은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영국 국교회 소속이었던 아버지 헨리 8세의 측근들을 모조리 화형 시켰던 것이었다. 그녀는 복수를 위해 그렇게 권력을 휘둘렀다.




복수심에 사로잡힌 리더의 위험성


복수심에 사로잡힌 리더는 피바람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조선 시대 때 연산군이 딱 그랬다. 어머니였던 폐비 윤 씨가 억울하게 죽은 것을 이유로, 당시 어머니가 왕비 자리에서 쫓겨나는 것을 결정하는 회의 참석자들은 싹 다 죽여버렸다. 심지어 그 회의 때 참석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도 죽여버릴 정도였다.


반면에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과거 자신을 교도소에 가두고 핍박했던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을 모두 사면했다. 어찌 전직 두 대통령들에 대한 원한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이걸 앙갚음으로 대응하며 복수는 또 복수를 부르게 된다. 그걸 잘 알기에 사면을 했던 것이다.


회사에서도 리더가 된 사람들이 종종 원한을 갚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평소 내 말을 잘 따르고 동조하지 않던 팀원, 싸웠던 적이 있던 팀원에 대해 다른 부서로 쫓아내 버리거나 일부러 나쁜 고과를 주는 것이다. 중요한 의사결정 자리에서 배제하거나 회사 내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있다. 옹졸하기 그지없는 방식이다.


리더가 마음먹고 팀원 하나를 찍어내려고 하는 경우 이를 막아내기는 쉽지 않다. 대응수단이 있다면 직장 내 괴롭힘인데, 증거가 남지 않게 교묘하게 불이익을 주거나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고 리더가 둘러대는 경우, 팀원은 이를 반박하는 입증책임을 지게 되는데 이게 결코 쉽지 않다. 회사 내 많은 자료는 리더가 틀어쥐고 있기에 증거자료 모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복수심에 사라 잡힌 리더는 팀 전체를 망가뜨리게 된다. 피해자가 이걸 잠자코 당하고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복이 시작되고 이걸 당한 사람은 해코지하게 되고.. 이렇게 팀은 망가지게 된다.




바람직한 리더의 자세


내가 리더가 되었을 경우, 과거의 상처는 용서하고 가자. 잊지는 말되 용서하는 것이다. 사사로운 원한을 갚으려고 하면 내 모든 노력이 다 거기에 쓰이게 된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과거 자기에게 누명을 씌워 19년 간이나 감옥에 가둬버린 사람들을 찾아가 하나씩 파멸시킨다. 그러나 결국 그 목적을 다 이루지는 못한다. 그 복수가 부질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했던 벤허 역시도 복수에 성공했지만 만족감을 느낀 것이 아니라 허망함이 밀려왔다. 전혀 기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모든 권력을 다 내려놓고 말았다.


미움을 다 벗어던지자. 칭기즈칸은 과거 몽골부족을 통합할 때 자기 발을 화살로 쏘았던 장군 제베를 용서하고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제베는 그 뒤 충실한 신하가 되어 몽골의 세계정복에 이바지하였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도 끊임없이 국경을 약탈하고 자신을 괴롭히던 여진족 장수 이지란을 용서했다. 그 뒤 이지란은 이성계의 심복이 되어 조선 건국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용서하게 되면 복수를 예상했던 사람들은 크게 감동하게 된다. 그리고 기꺼이 그 사람 편이 되어준다. 미안함까지 있기에 더 충실하게 따르게 되고 자기만 아는 노하우까지 내어주게 된다. 이 점을 명심하자. 메리 여왕처럼 복수심에 사로잡히게 되면 결국 그 악의 뿌리는 자기를 감아버리게 된다. 그 끝은 파멸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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