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말을 바꾸고 배신을 잘하는 리더
서태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서태후는 청나라 말기에 사실상 황제 노릇을 하던 황후였다. 나이 어린 꼭두각시 황제를 앉혀 놓고 모든 권력은 그녀가 손에 움켜쥐고 행사했던 것이다. 청나라가 서구 열강에게 이리 찢기고 저리 찢기고 멸망하게 된 가장 큰 원흉이 바로 서태후이다.
그녀의 대표적인 악행 중의 하나는 바로 '의화단 사건'에서 의화단원들을 자기의 호위무사로 임명하고는, 전세가 불리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반란의 주범으로 지목하여 처형당하도록 내주었다는 사실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리더 중에서도 자기가 필요하면 부하 직원에게 온갖 호의를 베풀고, 필요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내치는 사람들이 있다. 전형적인 토사구팽인 셈이다. 서태후의 모습을 보면서 바람직한 리더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녀는 만주족으로, 청나라 함풍제의 황후였다. 함풍제가 30세로 일찍 죽은 후, 그녀는 25살 때부터 50년 가까이 사실상 황제처럼 군림했다. 남존여비 사상이 강했던 당시 분위기 상 황제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황제 이상의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사치가 매우 심했다. 한 끼 식사에 오르는 반찬의 개수는 무려 128개였고 진귀한 음식만을 먹었다고 한다. 한 끼 식사비용은 무려 100냥,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8,000만 원에 달했다. 그녀의 철칙 중 하나는 똑같은 반찬은 절대 3번을 초과해서 먹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전속 요리사만 100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화원이라는 사치스러운 궁전을 짓고 그곳에서 뱃놀이를 하는 것을 즐겼다.
당시 청나라는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국가였다. 백 년 전만 해도 아시아 전체를 호령하던 대제국이었지만, 이제는 농민반란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하고 있었고, 서구 열강들을 상대로는 싸우는 족족 털리는 수준이었다. 이런 청나라를 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서태후는 자기 권력을 천년만년 누리는 것에 대해서만 집착했다.
서태후는 권력을 위해서라면 비겁한 짓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의화단 운동 때 보였던 서태후의 배신이었다.
의화단이 생겨난 배경
의화단은 백련교라는 토착종교를 기반으로 무술을 연마하는 종교단체이다. 사회가 어수선해지고 살기가 어려 위지자 의화단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날로 늘어만 갔다. 이들 중에는 자신들이 겪는 모든 어려움들이 서양 세력의 침투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영국은 아편을 중국에 유통시키며 중국인들이 아편중독에 걸리게 만들었다. 서양의 신문물이 유입되면서 중국 토착 산업이 일순간에 붕괴되었다. 특히 조상에 대한 제사를 금지하는 기독교의 유입은 기존 유교적 가치와 큰 충돌을 빚게 되었다.
청나라에는 수많은 서양의 선교사들이 있었다. 이들은 기독교 가치를 전파하면서 중국의 전근대적 풍습들을 없애려고 했다. 선교사들 눈에 여성들의 발 크기를 억지로 줄이려는 전족, 뒷머리만 쭉 길러서 땋는 변발 풍속은 미개하게만 보였다. 풍습을 지키려는 세력과 없애려는 세력 사이에서 날이 갈수록 갈등은 커져만 가고 있었다.
의화단은 이런 상황 속에서 '부청멸양'이라는 가치를 내세웠다. 서양 세력을 멸하여 청나라를 부강하게 하자는 가치였다. 일반 백성들 뿐 아니라 서양에 반감을 갖고 있던 많은 청나라 관리들, 심지어 황족들 중에서도 의화단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만 갔다.
마침내 이들은 봉기하게 되었다. 1900년 독일 공사 케텔러 살해를 시작으로 서양인들이 모여사는 지역을 대대적으로 공격하였다. 서양인들과 그들을 따르는 수많은 중국인들은 의화단의 표적이 되었다. 며칠 사이에 188명의 서양인들, 무려 35,000명에 달하는 중국인 그리스도교인들이 살해당했다. 이들은 끔찍한 고문 끝에 산채로 파묻히기도 하고 화형 당하거나 목이 잘려 죽기도 하였다. 한 번 피를 본 이들의 광기는 갈수록 심해졌다.
살아남은 사람 약 4천 명은 각국 영사관들이 모여있는 지역으로 피신하게 되었다. 이곳은 각국 영사관이 보유하고 있는 소수의 수비 병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력도 적은 데다가 무기나 식량이 바닥나고 있었던 터라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는 암울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이들은 수많은 교전을 치르며 무려 55일 간을 버티고 있었다.
의화단 운동 소식을 들은 서구 각국은 청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자국 군대를 총동원하여 의화단 진압에 나섰다. 이때 서태후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만다. 의화단을 자기편으로 삼아 이 참에 서양 세력을 청나라에서 내쫓고자 했던 것이다. 의화단은 서양 군대에 상대가 될 수 없음에도 서양을 싫어하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 현실 인식에 실패한 것이다.
의화단은 당당하게 서태후의 환영을 받으며 베이징으로 행진했다. 서태후는 의화단에게 서양 세력을 성공적으로 몰아낸다면 큰 부귀를 누릴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약속을 하기도 하였다. 기세등등했던 의화단은 외국 공사관을 향해 화력을 집중했다. 이제 공사관에 있던 사람들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았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서구 열강들이 이를 그대로 지켜볼 리 없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미국, 일본 등 열강 국가들은 연합군을 조직하여 베이징으로 밀고 들어왔다. 애초에 훈련이 잘 되어있지 않고, 구식 무기로 무장한 의화단은 머릿 수만 많았지 서구 열강 군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순식간에 포위는 뚫려 버렸고 서태후는 황제를 협박하여 같이 피난길을 떠나고 말았다.
서양 연합군의 피의 보복이 시작되었다. 의화단원들은 모조리 붙잡혀 참수당했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사람들도 무사하지 못했다. 연합군은 의화단을 잡겠다고 민가를 약탈하거나 불을 지르고는 했다. 서태후가 애지중지하던 초호화 궁전인 이화원도 약탈을 피하지 못했다. 진귀한 보물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군인들이 모조리 들고 가 버렸던 것이다.
여기에서 서태후의 비열한 면모가 여지없이 잘 드러나게 된다. 서태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의화단을 내팽개친 것이었다. 그녀는 의화단원들을 모두 반역자로 몰아세웠다. 그리고 일망타진할 것을 명령한 것이었다. 어제의 동지였던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서태후는 아예 의화단의 뿌리까지 다 뽑아버릴 것을 명하였다. 그들의 근거지까지 다 조사해서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는 사람들은 다 잡아들이고 가혹한 고문을 가했다. 정치란 냉혹한 것이다. 어제의 동지가 언제든 내일의 적으로 바뀔 수 있다. 서태후는 그 전형적인 면이 잘 드러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서태후가 의화단을 끌어들여 서양 열강을 공격하도록 한 일에 대한 대가는 혹독했다. 신축조약을 통해 청나라가 바치기로 한 배상금은 9억 8000만 냥, 당시 청나라의 11년 치 국가 예산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베이징의 포대는 모두 철거해야 했다. 그리고 외국 군대는 자유롭게 중국에 주둔할 수 있게 되었다.
서태후가 뿌린 씨앗은 이렇게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왔다. 이 사건 이후 12년 뒤 결국 청나라는 멸망하고 말았다. 그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바로 서태후였다.
달면 뱉고 쓰면 삼키는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기가 필요할 때는 사람들을 꼬셔서 자기 부서에 데려오고는 막 부려먹고는 한다. 이미 잡은 물고기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약속이랑 다르다고 뒤늦게 항의해 봐야 이미 늦은 일이다. 이런 유형 외에도 배신하는 리더들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사적인 자리에서 공유했던 개인적인 약점, 고민, 혹은 민감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흘리거나 공개적으로 이용하여 난처하게 만드는 리더가 있다. 약점을 잡은 뒤 이를 매개로 자기의 부당한 부탁을 들어주도록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동료, 부하의 신용을 떨어뜨리기 위해 허위 사실이나 과장된 내용을 퍼뜨려 부서에서 왕따가 되도록 뒤에서 조종하는 리더도 있다. 그렇게 자기 사람,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다.
예전 직장 때 팀장이 그런 사람이었다. 앞에서는 팀원 걱정도 해주면서 사람 좋은 티를 팍팍 내었다. 그러나 한 명이 휴가나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면 다른 팀원들을 한 명씩 지하 카페로 불러낸 뒤, 뒷조사를 했다.
나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하면서 나도 조금은 대답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정보를 모자이크 식으로 조각조각 모으면서 그 사람에 대한 약점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본의 아니게 내가 그 팀장을 도와준 셈이 되고 말았다. 그런 리더들의 의외로 많다.
팀원과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의 성과나 아이디어를 자신만의 공으로 포장하여 승진이나 인센티브 같은 포상을 독차지하는 리더들도 있다. 일이 잘못되거나 실패했을 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비난과 책임을 동료나 부하 직원에게 떠넘기는 비열한 사람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외에 중요한 업무 관련 정보나 기회를 의도적으로 공유하지 않거나,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여 동료나 팀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리더도 있다. 자기보다 뛰어난 구성원이 나타나지 못하게 제거하는 유형인 것이다.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여 불합리하고 비윤리적인 업무를 강요하거나, 괴롭힘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리더도 있다. 특정 직원에게 텃세를 부리거나, 부당한 차별을 가하여 심리적으로 고립시키고 퇴사를 유도하는 사람들, 개인적인 감정이나 파벌에 따라 객관적인 기준 없이 부당하게 인사고과를 낮게 주는 경우 등 뒤에서 팀원들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런 리더 밑에서는 절대 같이 일할 수 없다. 계속 참고만 있다가는 몸과 마음에 골병들게 된다. 참지 말고 대응하되, 아래 방법에 따라 최대한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배신은 보통 말이나 행동을 뒤집는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반드시 기록을 남겨야 한다. 결국은 증거 싸움이기 때문이다. 모든 중요한 대화(지시, 약속, 피드백 등)는 이메일, 메신저, 회의록 등 형태로 꼭 남겨두자.
그리고 내가 맡은 업무의 진행 과정, 성과, 기여도를 꾸준히 기록하자. 리더가 성과를 가로채거나 책임을 전가할 때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강력햐 무기가 된다.
리더의 행동에 감정적으로 휘둘리면 더 힘들어진다. 업무 관계에만 집중하고 절대 그 이상의 사적인 관계는 맺지 말자. 그리고 리더에게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나 약점, 회사 밖의 불만 등을 털어놓지 말자. 회사에서는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더 이상 비밀은 없다. 믿을 사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하다. 더욱이 배신 잘하는 리더는 이러한 정보를 나중에 불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리더에게는 신뢰나 정서적 지지를 기대하지 말자. 오로지 업무를 주고받는 관계라고 선을 긋고, 필요한 최소한의 소통만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신뢰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물론 막 대하라는 것은 아니다. 예의 바른 태도를 유지하되, 리더에게 친밀감이나 호의를 보일 필요는 전혀 없다.
직장 내에서 믿을 만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큰 방어막이 될 수 있다. 믿을 수 있는 동료들과 업무적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며 협력 관계를 유지하자. 다만 리더에 대한 불만을 지나치게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언제든 비밀이 새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 싸우게 되면 나중에 분쟁이 생길 때 외로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있으면 증언할 사람도 있고 증거 수집에도 유리해지게 된다. 주변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가 중요한 것이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자.
인사팀이나 고충처리 부서에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 인사팀에 이런 고충 신고가 생각 외로 많이 들어온다. 그러니 내가 유별난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 전혀 없다. 자신감을 가지자.
상담을 통해 상사의 행동이 부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부서 이동이 가능할 수도 있다. 리더가 리더 자리에서 중도하차하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심각할 경우 이 방법도 고려해 보자.
서태후는 의화단원들이 필요할 때는 구국의 영웅으로 치켜세우면서 온갖 부귀영화를 다 줄 것처럼 구슬렸다. 그러나 상황이 불리해지고 자기 권력이 위협받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도를 바꾸고 말았다. 청나라를 망하게 한 원흉으로 지목하여 반역죄로 처벌했던 것이다. 권력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게 이 세계의 냉혹한 현실이다.
문제는 서태후처럼 배신 잘하는 리더가 직장에도 있다는 사실이다. 앞에서는 팀원들에게 잘해주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험담하고, 그 사람이 없을 때 다른 팀원들을 통해 뒷조사를 하면서 정보를 캐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획득한 정보들은 나중에 직원들을 옭아매는 올가미로 쓰이게 된다. 자기 목적을 달성하는데 그 약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배신을 잘하는 리더에게 자기 속마음을 보이는 것처럼 바보는 없다. 형식적인 예의는 갖추되, 절대 그 사람에게 속마음을 비추지 말자. 그리고 업무 이상으로 사적 관계를 맺지 말자. 그런 사람과 갖는 시간은 다 낭비일 뿐이다. 오히려 나를 부추겨서 다른 동료들의 비밀을 캐고 협박하기 위해 이용할 가능성이 많다. 의도치 않게 내가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저 일 열심히 하고, 거기에서 만족을 느끼며 살고 싶은데 세상에는 참 악한 사람들이 많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내가 그냥 편하게 했던 말이 비수가 되어 나를 찌르기도 하고, 나와 불편한 사람에 대해 불평했던 것이 그 사람 귀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사이가 서먹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은 배신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말이다
직장에서는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약점 잡힐 어떤 구실도 주지 말자. 그리고 배신을 잘하는 리더는 절대 가까이하지 말자. 언젠가는 나를 공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태후는 우리에게 배신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