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살아남기
송 대리는 자기도 모르게 팀장 눈치만 살피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 버렸다. 팀장은 몇 달 전부터 송 대리만 쏙 빼놓고 있다. 팀 점심에서도 송 대리만 빠지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송 대리에게 하는 말도 상급자인 과장님을 통해 건너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부부싸움을 한 이후에 자녀를 통해 부부가 대화하는 것만 같다. "아빠가 오늘 회사에서 늦게 온다고 엄마한테 말해달래" 이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팀장은 송 대리가 아침 출근 인사나 저녁때 퇴근 인사를 할 때도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마치 송 대리를 투명인간으로 취급하는 것만 같다.
처음부터 팀장과 송 대리관계가 이랬던 것은 아니다. 올해 초 부임한 팀장은 처음에는 송 대리가 자기 옆 동네 출신이라고 뭔가 통하는 게 있다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둘 사이가 삐그덕 대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회사 리더 워크숍 때였다. 리더십 프로그램을 팀에서 기획했는데 송 대리가 책임자였다. 당시 팀장이 원하는 방향대로 기획하지 못하고, 자기 의견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팀장이 여러 차례 불만을 토로했던 것이다.
송 대리가 여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그냥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둘 사이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팀장은 이후부터는 중요 업무에서 송 대리를 아예 배제해 버렸다. 급기야는 아예 말도 섞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송 대리는 너무나 답답하기만 하다. 물론 나도 대응을 잘못하기는 했지만, 옹졸하기 짝이 없는 팀장을 볼 때마다 화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와서 팀장에게 굽히고 들어가기는 싫다. 차라리 이직을 하거나 팀을 옮기고 말지.. 송 대리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같은 팀 사람들 모두와 두루 친하게 지낼 수 있다면 참 좋다. 사람은 인간관계가 안정되면 그 회사에 만족을 느끼고 계속 그곳에서 일하고자 한다. 문제는 상사나 동료 중에 나와 사이가 틀어져서 아예 말도 안 하려고 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 때이다.
이러면 참 불편해진다. 매일 최소 8시간 이상을 마주쳐야 하는 사람이 나와 사이가 틀어져서 꿍한 상태로 있다면 마치 양말 속에 조그만 돌조각이 들어간 것처럼 불편한 것이다. 걸을 때마다 늘 신경 쓰이는 것처럼, 같은 사무실 안에 소원해진 사람이 있으면 참 힘든 것이다. 지나갈 때마다 마주치는데 서로 인사도 안 하게 되고, 업무상 꼭 물어볼 것이 있는데도 제 때 물어보기 어려워진다.
결국 다른 사람을 거쳐서 내용을 파악해야 하거나, 자존심을 구겨가면서 안면 몰수하고 채팅방에 메시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최대한 비대면으로 물어보게 된다. 그렇게 접점을 최대한 줄여버리는 것이다. 당연히 업무에 있어서 큰 비효율과 감정 소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만일 임원이나 팀장 등 상급자가 나에게 말을 걸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나를 무시하고 배제해 버린다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중요 업무에서 빠진다는 것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더가 소외시키는 사람과는 그 어떤 팀원도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 않게 된다. 괜히 그런 사람과 엮여봐야 리더 눈 밖에 나기 때문이다. 나도 같은 사람으로 분류되기 딱 좋기에 나랑 다들 거리를 두려고 하게 된다. 이래저래 직장생활이 참 힘겨워지게 된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들은 이토록 나를 배제하고 말을 걸지 않는 것일까?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상위 욕구로 존경과 인정 욕구를 가지고 있다. 내가 힘들게 자료를 만들어서 줬는데 정작 받은 사람은 그 자료를 활용하지 않거나, 실컷 고생해서 업무를 처리했는데 수고한 사람 이름에서 나는 빠져있거나 하면 큰 실망을 느끼게 된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그 사람에 대해 불신이 쌓이게 되고 점점 대화가 줄어들게 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숨기고 싶은 약점이 있다. 내 학벌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극구 피한다. 대머리이거나 뚱뚱하거나 키가 작거나 등등 외모나 신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 장난 삼아 이걸 가지고 놀리게 되면 역린을 건드리는 것이다. 특히나 오랜 기간 이 특징 때문에 스트레스받았던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더 클 것이다. 자기 자녀가 아빠, 엄마보고 뚱뚱하다 못생겼다 놀려도 은근 스트레스받는데 남이 그런다면 스트레스가 더하지 않겠는가? 가해자는 모른다. 그러나 당한 사람은 오랫동안 그 말을 고이고이 가슴속에 간직하게 된다.
분명히 다했다고 했는데 확인해 보니 안 한 일 투성이거나, 살짝살짝 거짓말을 했거나 잘 모르는 것을 확정적으로 말하는 경우 그 사람에 대한 신뢰는 급하락 하게 된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그 직원에 대해 점점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그만큼 중요하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내 잘못이 아님에도 내가 타깃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이다. 앞의 1~3번과는 판이하게 상황이 다른 케이스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사례이다.
부서에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가진 팀원, 파벌을 만들어서 자기 세력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그 파벌에 속하지 않게 되면 의도적으로 나를 무시하고 따돌리게 된다. 중요한 정보는 자기들끼리만 공유하면서 나에 대한 나쁜 평판을 주변에 퍼뜨리게 되는 것이다.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던 아니든 간에 나를 싫어하고 피하는 사람이 같은 팀 안에 있다는 사실은 큰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이 상황에서 바람직한 대처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상대방이 나를 피하더라도, 업무적으로는 예의를 갖추고 필요한 소통은 하고 있어야 한다. 기분을 맞춰줄 필요는 없다. 그냥 딱딱하게 아무런 감탄사, 이모티콘 없이 단답식으로만 묻고 답하면 된다. 그래야만 내가 일하는데 지장이 없다.
그 사람이 왜 그러는지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인지, 오해 때문인지, 그냥 그 사람이 이상해서 그런 것인지, 나를 괴롭히는 것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섣불리 판단하기 전에, 상대방이 나를 피하는 것이 정말 확실한지, 아니면 일이 바빠서 등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기회가 된다면 꼭 그 상대방에게 물어보자. 요즘 나를 피하는 것 같은데 무슨 이유라도 있는지 말이다. 단둘이 있는 조용한 자리에서 물어보자. 처음에는 우물쭈물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허심탄회하게 말할 것이다.
"지난번에 보내주신 결과보고서 자료 수치가 틀려 있었어요. 그걸 모르고 제가 팀장님께 그 숫자 그대로 말씀드렸다가 엄청 혼나는 거 보셨지요? 미안하다고 한 마디라도 하실 줄 알았는데 그런 말씀도 전혀 없으셔서 솔직히 기분이 지금도 많이 나쁘네요"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 때문에 상대방이 피해를 입었고, 그 뒤에 적절한 대처가 없었다면 상대방이 화가 나게 된다. 내 잘못 때문에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는 것이라면 정중하게 사과하자.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조심할 것인지도 꼭 같이 말하자. 그렇게 나쁜 상황을 끊고 가야만 한다.
종종 상대방이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도 대화를 통해 원인을 알아내고 오해를 풀어야 한다.
미생에는 이런 일화가 있다. 인턴사원 한 명이 급하게 서류를 들고 가다 중요한 문서가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하필 옆 부서 팀에서 전달해 준 서류였다. 헐레벌떡 정신없던 그 인턴사원은 그 사실도 모르고 사라진다.
전무가 우연히 복도를 지나가다가 그 문서를 발견하게 된다. 화가 난 전무는 문서를 작성한 그 부서에 와서 난리를 친다. 그 팀의 과장은 장그래가 실수한 것이라고 단정하고 벼르게 된다. 한동안 장그래는 오해를 받아 팀에서 회피 인물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오해는 풀리게 되고 장그래는 다시 신뢰를 회복하게 된다.
이처럼 오해로 인해 팀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반드시 문제를 찾아 해결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욕을 먹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입고 다니는 옷이 이상해서,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못 생겨서, 말이 너무 많아서 등등 내 특징을 가지고 나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전에 사귀던 못된 남자친구랑 비슷하게 생겨서 등등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나랑 말을 하지 않는 사람, 지시하면 꼭 바로 하지 않고 자꾸 물어본다고 싫어하는 팀장 등등 이유도 제가 각이다.
그런 것들에 일일이 다 맞춰줄 필요는 없다. 물론 옷은 단정히 입어야 하고 불필요한 말은 줄이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그게 나를 싫어하는 합당한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이런 이유를 붙여가면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나도 그 사람을 멀리하자. 굳이 억지로 비위 맞춰줄 필요 없다. 그게 리더건 동료건 관계없이 이때는 내 자존심을 지키자. 어차피 2~3년 지나면 이들 중 상당수는 다 다른 팀으로 간다.
가장 냉정하게 대처해야 하는 경우이다. 파벌을 만들어서 그 무리에 들어있지 않는 사람을 왕따 시키고 뒤에서 수군거리며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경우는 팀장이 주도해서 이런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자기에게 충성하도록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절대 비위를 맞춰주지 말고 증거자료른 차곡차곡 모으자.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자. 그 즉시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이 이루어지게 되고, 다른 팀으로 갈 수 있다.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말 많은 신고가 들어온다. 내가 신고한다고 해서 특이한 행동이 전혀 아니니 자신감을 갖고 신고하자.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 너무 목 매지는 말자. 아무리 내가 노력을 해도 회복되지 않는 관계가 있다. 엉킨 실태래처럼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 상황도 있기 마련이다.
내 잘못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던 아니던 더 이상 내가 뭘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면 과감하게 포기하자.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최소한의 업무를 위한 대화 창구만을 마련해 놓고 그렇게 지내자. 그런 사람 한 두 명에 집착하기에는 나는 할 일이 많은 바쁜 사람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해 주고 지지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적어도 가족들, 회사 사람들 중에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면 세상 살기 편하지 않을까?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다.
직장 생활 십계명 중 하나는 주변에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나를 싫어하거나 피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러면 신경이 쓰이게 된다. 특히 내 상사가 나를 싫어하고 말도 안 건넨다면 그것만큼 힘든 상황이 없다. 내 평가자가 그러면 곧바로 나쁜 평가로 이어지기에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일단 사이가 벌어지게 된 원인부터 파악하자. 기회가 되면 꼭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자.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라면 정중하게 사과하자. 오해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 오해를 꼭 풀고 가자. 만약에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이거나, 상대방이 아예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라면 이런 경우는 아예 나도 단념하자. 그렇게까지 굽혀가면서 관계를 개선할 필요는 전혀 없다. 만일 이유 없이 나를 괴롭히는 상황이라면 증거를 모은 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대처하자.
직장에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큰 스트레스이다. 그러나 이걸 잘 해결한다면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 꼭 원인을 찾아서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