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면 해결이 어려워지는 이유
얼마 전 브라질에서 대대적으로 갱단 조직을 공격하면서 130명이나 되는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중무장한 갱단을 진압하기 위해 브라질 경찰은 기관단총에 무장헬기까지 동원해야 했고 총격전 끝에 갱단을 체포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4명이 사망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브라질은 높은 범죄율로 골머리를 앓는 국가이다. 브라질에는 파벨라로 불리는 수 백 개의 빈민가가 있다. 이곳은 갱단이 장악하고 있어 경찰도 쉽게 들어가지 못한다. 생각 없이 이곳에 경찰이 들어가게 되면 마을 입구에 숨어 있는 갱단 저격수 총에 맞기 십상이다. 파벨라는 국가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으로, 이곳에서는 갱단이 주민들을 장악하고 직접 세금까지 거두고 있는 실정이다.
브라질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사실 브라질뿐 아니라 많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심각한 범죄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이티 같은 나라는 갱단이 정부까지 전복시키고 국가를 통치하는 막장 행태를 보이고 있고, 콜롬비아는 하루에도 몇 건씩 납치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온두라스 같은 국가는 하루에도 범죄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수 십 명에 달할 정도이다. 이런 지역에서는 밤은 물론이고 낮에도 함부로 혼자서 골목을 다녀서는 안 된다. 길에서 무심코 휴대폰을 보다가는 날치기당하기 쉽다.
어쩌다가 이 국가들은 범죄가 만연하게 되었을까? 국가 공권력이 땅바닥에 떨어졌고, 정부기관과 깡패들과의 유착 관계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한민국도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위기 상황이 있었다고 한다면 믿기겠는가?
지금 대한민국은 외국인들이 칭찬하는 치안 안전 국가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새벽녘에 밤거리를 혼자 걸어가며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 오는 동영상을 업로드하며 한국의 치안을 칭찬하고는 한다. 그러나 과거에도 한국이 이렇게 치안이 안전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대한민국이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처럼 범죄가 일상이 되는 그런 위기의 타이밍에 적절한 조치가 있었기에 지금의 안전한 치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조치는 바로 1990년 정부가 시행했던 '범죄와의 전쟁'이었다. 2부작으로 나누어 적절한 타이밍, 이른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조치를 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
범죄와의 전쟁에 대해 소개해드리기 앞서 티핑 포인트 용어에 대해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 '티핑 포인트 (Tipping Piont)'란 미미하게 진행되던 변화가 어느 순간 균형을 깨고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전환되는 극적인 순간을 뜻한다. 유명 작가 말콤 글래드웰이 발표한 책을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개념이다.
이는 긍정적, 부정적 현상 모두에 적용된다. 지구 온난화가 위험한 것은 지구의 온도가 서서히 오르다가 어느 변곡점에 이르게 되면 그때부터는 온도가 폭발적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범죄의 경우는 강력한 단속과 예방책으로 일정 비율 이하로 범죄율을 낮추게 되면 그때부터는 급격하게 범죄율이 낮아지게 된다.
문명의 발전에도 이 법칙은 적용된다. 문명은 서서히 발전해 나가는 것 같지만 갑자기 기술 수준이나 지식수준이 확 발전하는 시기가 있다. 기원전 5세기 경 동서양에서 공자, 맹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학자들이 갑자기 동시에 나오게 된 것도 문명이 어느 순간 변곡점을 맞아 갑자기 수준이 확 튀어 오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티핑 포인트는 우리 사회 곳곳의 많은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다. 1990년 대한민국에서 강력하게 추진된 범죄와의 전쟁도 티핑 포인트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내가 어렸을 때인 1980년대에는 강력범죄가 정말 많았다. 어린아이들이 유괴되어 부모에게 몸값을 요구하며 정작 아이는 죽이는 인면수심의 유괴사건이 자주 벌어졌고, 길거리에 걸어가는 젊은 여성을 강제로 봉고차로 납치한 뒤 도서 지역의 티켓 다방이나 유흥업소에 팔아넘기는 인신매매범들도 활개치고 다녔다
여성들만 타깃이 된 것은 아니었다. 술에 잔뜩 취해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으면 납치되어 염전이나 새우잡이 어선으로 팔려가는 젊은 남성들도 많던 시절이었다. 당시에는 CCTV도 없었고 일단 섬으로 가버리면 대한민국 내 2,200개 섬을 다 뒤질 수도 없고 찾을 방도가 없었다.
흔히들 삼청교육대가 범죄율을 낮추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하지만 통계수치를 보면 절대 그렇지 않았다. 삼청교육대 전, 후 범죄율은 거의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삼청교육대 운영기간은 1년 남짓이었고, 정말 힘 있는 조폭들은 경찰이 사전에 단속 정보를 다 알려준 탓에 피해 가버렸다. 동네 양아치들이나 잡범들, 노숙자, 심지어 순수한 시민들이 끌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조폭들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해방 이후에는 김두한, 이정재 같은 정치깡패들이 설치고 다녔다. 그러나 제3 공화국 때 이정재는 사형을 당했고 김두한은 54세로 일찍 사망했다. 그러나 그 이후가 더 문제였다.
지역 토착 조폭들이 점차 몸집을 불려 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부산을 기반으로 했던 칠성파, 광주를 배경으로 했던 범서방파, 그 외 양은이파, OB파 등 조폭들이 세를 규합하며 수도권으로 진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싸울 때 사시마칼, 쇠파이프로 무장했고, 심지어 대검까지 갖고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점점 이권을 두고 집단 패싸움을 벌이게 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사건이 1986년에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졌던 '서진 룸살롱 사건'이다. 이 사건을 설명하자면 너무 길기 때문에 간단하게만 소개하면 이권을 두고 두 파가 싸우다가 네 명이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이었다. 이렇게 도심 한복판에서도 조폭들의 싸움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게 되었다. 범죄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마침내 정부는 칼을 빼들었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을 특별담화로 발표하고 대대적인 단속 및 검거에 착수했다. 이대로 놔뒀다가는 범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검거 작전이 시작되었다. 전국에 있는 모든 범죄조직들을 일망타진하기 시작했다. 전국에 수배령이 내려진 수배자들에 대해 수사인력을 늘려 체포하기 시작했다. 2년 동안 274개 폭력조직을 색출하고 1,421명을 검거했으며, 1,086명을 구속하는 등의 실적을 거두었다. 단순 가담자까지 싹 다 잡아들이면서 아예 씨를 말려버린 것이다.
매년 증가하던 살인, 강도, 강간, 절도 등 5대 흉악범죄 역시도 범죄와의 전쟁 선포 2년 만에 6퍼센트가 감소하였다. 그만큼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칼을 빼들고 나선 것이다.
이때 조직 폭력배들을 그냥 방치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가 티핑 포인트에 해당하는 때였다고 생각한다. 조폭들이 지역 깡패 수준에서 전국으로 뻗어나가던 때였기 때문이다. 자릿세 갈취, 유흥업소 장악에서 기업화되어 사업가로 변신하려던 무렵이었다. 이 시기를 놓쳤으면 이들은 서구 사회의 마피아, 일본의 야쿠자, 홍콩의 삼합회처럼 통제 불능의 거대 범죄 기업으로까지 성장했을 것이다.
당시 너무 무리하게 사람들을 잡아들인다고 인권침해 아니냐고 인권 타령하던 사람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묘목이 거대한 나무로 성장하려는 바로 시기에 토양 속의 영양분을 싹 다 제거해 버린 것이다. 그 덕분에 나무가 더 자라지 못하고 쪼그라들게 되었다.
조직폭력 범죄뿐만 아니라 유괴나 인신매매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눈에 띄게 강소하였다. 물론 CCTV가 늘어나고 수사기법이 발전하게 된 영향도 크지만, 이 티핑 포인트 시기에 상승세를 꺾어버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2년 동안 6퍼센트 감소한 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티핑 포인트를 넘어가면서 범죄가 현저히 감소하게 되었다. 인신매매나 유괴하게 되면 내 인생이 망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하나둘씩 그런 일에서 손을 떼다 보니 더 이상 같이 그런 일을 할 사람도 없어지게 되고 그렇게 범죄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지금 누가 인신매매 당해서 섬에 팔려갔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는가? 아이를 유괴하고 돈 요구하는 사건을 들어본 적 있는가? 물론 장애인을 염전에 팔아넘기거나 아이에게 간식을 주며 유인했다는 뉴스가 종종 들려오기는 하지만, 과거 80년대에 비해서는 그 수치가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외국인들이 극찬하는 안전한 치안은 이 무렵부터 형성되기 시작된 것이다. 이탈리아나 프랑스만 가도 소매치기가 득시글거린다. 미국은 총격사건이 자주 벌어지기로 유명하다.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는 말할 필요도 없고 최근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캄보디아 범죄단지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치안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공권력이 약하고 범죄조직과의 유착관계가 형성되다 보니 제대로 된 수사가 되지 않는 탓이다.
그만큼 티핑 포인트가 넘어가기 전에 싹을 잘라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 포인트를 넘어가는 순간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고 그만큼 손을 쓰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티핑 포인트는 일상 많은 부분, 특히 회사 생활에서도 적용된다. 노력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임계치에 도달하면서 실력이 확 점프하는 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쁜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건강이 확 나빠지기도 한다. 이 부분은 다음 2편에서 소개드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