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보는 티핑 포인트 대처방법
1편에서 티핑 포인트의 예시로 '범죄와의 전쟁'을 살펴보았지만, 티핑 포인트는 사회 문제뿐 아니라 우리의 삶 전반에 모두 적용된다. 직장에서 실력이 쌓이는 것도, 신뢰가 쌓이는 것도, 수험생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도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갑자기 확 점프하거나 추락하는 시기가 있다.
심지어 지층조차도 티핑 포인트가 있다. 과거에는 시간 순서대로 조금씩 퇴적물이 쌓여 지층이 만들어진다는 학설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지구상의 큰 환경변화로 갑자기 퇴적물이 마구 쏟아진 현상이 최근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자연환경의 변화 역시도 티핑 포인트의 순간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티핑 포인트가 언제 시작되는 걸까, 티핑 포인트에 바람직하게 대처하는 자세는 무엇일까?
마케팅 분야에서도 그렇고 문화의 변화도 그렇고 티핑 포인트 시기를 알아내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어려운 영역이다. 과학적으로 딱 어느 시점에 갑자기 확 변화가 일어나는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학자들은 25%를 임계값으로 보고 있다. 많은 사례에서 25%를 넘어가는 순간 갑자기 눈에 띄는 변화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어떤 마을에 이민자 비율이 25퍼센트가 넘어가는 순간 이민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에서도 25퍼센트라는 수치가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한 마을에서 빈집으로 방치되거나 수리되지 않고 부서진 자동차가 일정 비율 이상이 되는 경우 범죄율이 폭증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안전 분야에서는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1:29:300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1번의 중대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경미한 산업재해가 29번, 재해까지는 아니지만 위험 징후가 300번 발견되더라는 것이다. 미국의 보험사 직원이었던 하인리히가 수많은 통계자료를 근거로 하여 1931년에 발표한 이론으로, 29번의 경미한 산업재해, 300번의 위험 징후가 발견된다면 그 순간이 티핑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요약하면 정확한 시기나 그 수치를 예측할 수 있는 분야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도 있지만, 그 위험 징후가 계속 발생하며 티핑 포인트에 다가서고 있음을 알려주기에 늘 민감하게 그 신호를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티핑 포인트에 다다르게 되면 손을 쓰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나와 내가 속한 조직이 티핑 포인트에 이르러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라면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각각의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 상황에서는 무조건 끊고 가야 한다. 일을 더 벌리려고 하면 오히려 수렁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예전에도 소개한 적 있었던 6.25 전쟁 때 '현리 전투'가 부정적인 티핑 포인트에 관한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1951년 중공군 50만 명이 한반도로 밀어닥쳤다. 압록강까지 진출했던 국군과 유엔군은 다시 서울을 내주고 남쪽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이 참에 중공군은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어 전쟁을 끝내버리려 했다.
처음에는 미군을 중심으로 한 유엔군을 공격했다. 그러나 막강한 화력을 보유한 이들은 중공군의 강력한 인해전술에도 쉽게 뚫리지 않았다. 중공군은 전략을 바꾸었다. 무기가 열악하고 훈련상태가 부실한 국군을 타깃으로 집중공격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일반 시민들, 학생들을 급하게 징집해서 군대를 꾸린 국군은 아무래도 전투력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국군 3군단은 경기도 가평군 현리에 주둔하고 있었다. 이 지역은 외딴 지역으로, 만일 남쪽으로 후퇴하기 위해서는 오마치 고개라는 좁은 산길을 통과해야만 했다. 중공군은 백여 명을 차출하여 그곳을 기습 점령해 버렸다. 그 뒤 대대적으로 현리에 있는 2만 명의 국군을 포위하며 공세를 펼쳤다.
한참 전투를 치르는 와중에 후방의 오마치 고개가 중공군에게 점령당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국군 병사들 사이에 공포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때 사령관이 헬기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가고 말았다. 사령관이 도망쳤다는 말이 퍼져나가는 순간 너나 할 것 없이 무기를 버리고 후퇴하기 시작했다. 후퇴하는 숫자가 수 백 명에 이르자 주저하던 장교, 병사들도 마치 무엇에 홀린 듯이 다 같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전투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 중 하나가 후퇴하는 때이다. 등을 보이고 빠져나가는 상태라 적을 잘 볼 수 없고, 이미 침착함을 잃어버린 상태라 군율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2만 명의 3군단 병력 중 1만 명 가까이가 죽거나 적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치욕적인 패배인 것이다.
이때의 티핑 포인트는 언제였을까? 바로 사령관이 도망갔다는 소문을 듣고 도망가는 병사들이 100명이 넘어가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한두 명이 도망갈 때는 '재네 왜 저래?' 이랬던 사람들이 백 단위로 도망자가 늘어나는 순간, 나도 무리에 합세해야 한다는 군중심리에 사로잡히게 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상황이 닥치는 경우, 이를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티핑 포인트에 이르기 전에 빨리 손을 써야 하는 것이다. 현리 전투인 경우 지휘관 중 한 사람이 빠르게 병사들 앞에 서서 상황을 설명하고 독려했어야만 한다. 그리고 퇴로를 확보하고자 오마치 고개로 돌진했더라면 큰 피해를 입기는 했겠지만 충분히 길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요약하자면, 1) 리더급에 해당하는 사람이 구성원들에게 빠르게 상황을 설명하고 안심시키기, 2) 당장 지금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분석해서 가장 중요한 일부터 하기 이 두 개가 필요하다.
반대로 긍정적인 티핑 포인트도 있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직전인 제품, 갑자기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운동선수, 성적이 급격히 상승하는 고3 수험생 등 그 종류는 다양하다. 실력이나 수요라는 게 점진적으로 올라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갑자기 확 뛰는 시기라는 게 있는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있다. 티핑 포인트를 참 적절하게 설명하는 표현이다. 막 분위기를 타기 시작할 때 모든 자원을 다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게 수요 증가에 대비하는 것이다.
엔디비아 회장 젠슨 황이 APEC 기간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큰 수혜를 본 곳이 두 곳 있다. 깐부치킨과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이다. 깐부치킨은 삼성 이재용 회장과 현대 정의선 회장과의 치맥으로, 바나나맛 우유는 그가 들고 가던 한 패키지의 바나나맛 우유 사진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수백억 원의 광고 효과가 발생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효과는 엄청났다. 당장 깐부치킨의 그 다음날 전국 체인점 일일 매출액이 두 배나 뛴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대대적으로 생산라인을 늘리고 광고를 대대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 번 뛰어오른 매출이 계속 가속력을 받아 오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갑자기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시기가 있다. 고시 공부할 때 그 과목의 목차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빠지는 부분 없이 입에서 줄줄 나오면, 그 순간이 실력이 확 뛰는 티핑 포인트의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머릿속에서 뼈대가 정리되어 가고 있다는 뜻인 것이다. 뼈대가 세워지면 살을 붙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때 집중적으로 세부사항들을 암기하면 살이 금방 붙게 된다.
이처럼 티핑 포인트의 순간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면 그 효과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듯이 집중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것이다.
1편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예로 들었다. 1990년 무렵은 조직폭력 범죄가 지역 차원을 넘어 전국구로 성장하는 그 티핑 포인트가 순간이었다. 그때 국가에서 개입하지 않았으면 이들은 기업화되었을 것이고 지금 마피아나 야쿠자, 삼합회처럼 국가 공권력도 손 쓰기 힘든 집단으로까지 성장했을 것이다.
이처럼 티핑 포인트의 순간에 적절하게 개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부정적인 사건의 경우 티핑 포인트의 순간에 개입하지 못하면 그 뒤부터는 수습하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반대로 긍정적인 티핑 포인트의 순간에는 모든 시간과 자원을 다 투입해서 판을 확 키워야 한다. 깐부치킨처럼 자사 브랜드가 갑자기 큰 인기를 얻거나, 갑자기 머릿속에서 공부한 것들이 목차로 정리되면서 그림이 그려진다면 이 시기가 바로 티핑 포인트의 순간인 것이다.
티핑 포인트의 순간을 포착해 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평소와는 다르게 뭔가 일이 너 우나도 잘 풀리거나, 나쁜 일들이 연달아 발생한다면 그 순간이 티핑 포인트일 가능성이 크다. 이때가 정말 중요하다. 살다 보면 뭐 그럴 때도 있지 이렇게 대충 넘어가면 안 된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한다. 그 타이밍의 순간을 잘 포착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티핑 포인트를 주도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