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배우는 일 잘하는 방법
최근 '신인감독 김연경' 프로그램이 큰 화제였다. 작년에 은퇴한 한국여자배구 슈퍼스타인 김연경이 감독이 되어 은퇴선수들, 실업팀 선수들을 불러 모아 팀을 운영한 것이다. 이미 배구공을 놓은 지 오래된 선수들과 프로에서 기회를 잡지 못해 실업리그로 밀려난 선수들이 냉정히 말해서 좋은 실력을 내기는 어렵다. 그 팀을 이끌고 성적을 내야 하는 힘든 미션을 부여받은 것이다.
사실 한국여자배구만큼 국내 인기와 국제대회 실력과의 괴리가 큰 종목도 없다. 연봉 7억을 받는 선수들도 있고, 팬덤을 몰고 다니는 선수들도 있지만, 국제대회에서는 단 1승을 거두는 것조차 버겁기만 하다. 우리나라보다 평균 신장이 작은 일본, 태국을 상대로조차 잘 이기지 못한다.
불과 10여 년 전,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세계 4위를 했던 여자배구였다. 저력이 있는 팀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4위는커녕, 아시아에서 4위를 하는 것조차 버거운 게 현실이다. 그 이유는 김연경의 은퇴 때문이다.
당시 한국여자배구는 김연경이 전력의 반이라고 할 정도로 김연경의 지분이 컸다. 192cm의 키로 강하게 꽂아 넣는 스파이크, 심지어 리시브 능력까지 좋았다. 약점이 없는 선수였다. 상대팀에서는 김연경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에 김연경 앞에는 늘 블로킹이 겹겹이 달라붙었다. 서브도 김연경 쪽으로 집중적으로 보내서 김연경이 공격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다. 그럼에도 이걸 다 뚫어내는 선수가 김연경이었다.
이랬던 김연경이 몇 년 전에 국가대표팀을 은퇴하게 되자 팀 전력은 수직 하락하게 되었다. 그녀를 대체할 선수가 없었다. 이 선수, 저 선수 다 활용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기본적인 리시브도 잘 되지 않았고, 공격은 상대 블로킹에 다 막혀버리기 일쑤였다. 런던 올림픽 세계 4위에서 졸지에 승점 자판기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김연경 선수의 사례는 한 두 사람의 에이스에 의존하는 조직이 얼마나 취약한지, 그 사람이 없다면 금방 망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런 사례는 역사적으로도 참 많다. 어떻게 하면 한 두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조직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은 그리스에서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북부에 이르는 엄청난 영토를 정복한 군주였다. 불과 10여 년 만에 그의 나라는 대제국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불과 33세로 죽고 말았다. 모든 것을 그가 다 주도했고 후계자는 생각조차 해본 일이 없었기에 제국은 혼란에 휩싸였다. 그의 휘하 장군들은 서로 죽고 죽이기를 반복하며 나라를 쪼개서 나눠 가졌다. 발칸반도는 셀레우코스 1세, 이집트는 프톨레마이오스 1세 이렇게 분할된 것이다.
알렉산더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고 모든 의사결정을 다 그가 내리다 보니 권력의 공백은 너무나 크게 다가솼던 것이다. 이처럼 한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조직은 불완전하기만 하다.
또 한 가지 좋은 사례가 있다. 그것은 바로 그리스 테베의 에파미논다스이다. 테베는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에서 늘 눈치를 봐야 하는 도시국가였다. 당시 테베는 스파르타의 잦은 침략에 시달렸다. 테베의 귀족들도 친스파르타, 반스파르타로 나뉘어 자기들끼리 싸움만 일삼을 뿐이었다.
이때 에파미논다스라는 사람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유명한 귀족도 아니었고 그냥 평민 출신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직접 나서서 테베의 군사들을 이끌고 전투에 참전하였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스파르타군을 테베 밖으로 쫓아내는 것을 넘어, 아예 스파르타로 쳐들어갔다. 스파르타가 지배하고 있던 수많은 도시국가를 해방시키며 그는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그는 영웅이었다.
그러나 스파르타와의 전투 중, 그는 전사하고 말았다. 그가 죽고 나자 테베는 급격히 힘을 잃어버렸고 짧은 영광의 시간을 뒤로 한채 다시 스파르타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그를 대체하여 테베를 지킬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연경 사례나 알렉산더 대왕, 테베의 에파미논다스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영웅 한 명에 의지하는 조직은 그 영웅이 사라지는 순간 급격히 몰락하게 된다. 그 영웅의 개인기에 전적으로 의지했기 때문이다. 조직력이 갖춰져야 하는데 그런 조직력이 아예 없다시피 한 것이다.
회사에서도 이런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에이스라고 불리는 핵심인재들이 각 팀마다 한 명씩은 있기 마련이다. 모든 업무는 이 직원의 손에서 시작되어 끝이 난다. 그만큼 맡아서 처리하는 업무도 많고 늘 정신없이 바쁘기만 하다. 팀 업무는 그 사람 없이는 아예 돌아가지를 않는다.
문제는 이 직원이 이직을 하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 그 역할을 해줄 직원이 사라지게 된다. 다른 부서에서 데려오기도 쉽지 않다. 누가 그런 핵심인재를 쉽게 내주려고 하겠는가? 결국 그 팀은 우왕좌왕하게 되고 팀 역량이 떨어지고 만다. 겨우 한 사람 떠나갔을 뿐인데 배가 흔들리는 것이다. 이처럼 한 명에 의지하는 조직은 매우 위험하다.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사실 간단하다. 구성원들의 역량을 골고루 향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게 말이 쉽지 실제로 그렇게 만드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다. 프로야구팀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2군 전용 구장, 트레이닝 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유망주 한 명 키워내는 게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특정 팀원 한 두 명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 업무 지식과 노하우가 특정 개인에게만 머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암묵지 형태가 아니라, 문서 형태로 정리된 형식지를 만드는 것이다.
업무 매뉴얼, 성공/실패 사례, 핵심 의사결정 기록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모든 구성원이 쉽게 접근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공용폴더에 저장해 놓자. 개인기가 부족한 직원이라도 그 문서만 보면 쉽게 일할 수 있게 만들어 놓는 것이다.
예전 회사에 수주 실패사례, 사망사고 건, 부도 어음 발생 건, 사내 성희롱 사례를 정리한 자료가 있었다. 그 사례를 보니 어떤 상황 속에서 이런 실수가 나오게 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회사 자랑을 위한 성공사례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사례이다. 그런 자료가 있어야 직원들이 경각심을 갖게 되고 실수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일 잘하는 직원'이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던 업무의 과정을 표준화하고 문서화하여, 다른 직원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하자. 일 잘하는 직원이 직접 팀원들에게 노하우를 가르쳐 주고 시간당 3만 원 이렇게 사내강사료를 지급하는 방법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위임한 뒤,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단시간에 빠르게 구성원들을 육성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중요도가 높은 업무라 하더라도 핵심인재만 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까지는 다른 구성원들이 그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고 퀄리티도 다소 낮아지겠지만 그렇게 일을 배울 수 있다. 실전 경험만큼 좋은 성장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하자.
요리 수습생에서 칼질만 가르치면 그 수습생이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좋은 재료 고르는 법, 적당한 불로 익히는 법, 접시에 보기 좋게 담는 법 등을 하나씩 다 터득해야 좋은 요리사가 될 수 있다.
구성원들이 여러 업무를 경험하도록 하여, 한 사람이 빠지더라도 대체 인력이 투입될 수 있도록 하자. 업무 공백도 막을 수 있고 팀 구성원들의 실력도 끌어올릴 수 있고 일거양득의 방법이다.
교육을 많이 듣게 하고 면담을 많이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으나 그 효과는 미지수이다. 교육만으로 사람이 바뀌기는 어렵고, 리더들은 일일이 팀원들을 붙잡고 코칭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일 잘하는 사람과 협업하도록 하여 옆에서 그 사람이 어떻게 일하는지 관찰하고 배우게 하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른 학습 방법이다. 도제식으로 그 밑에서 일하면서 일하는 방법을 하나부터 열까지 보고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일 잘하는 사람에게는 밑에서 배우는 직원과 식사도 같이하며 친밀해질 수 있도록 수시로 법인카드도 쥐어주자. 밥만 먹지 말고 빵이랑 커피도 사 마시라고 권유하면서..
열심히 일한 모든 구성원에게 한 달이나 분기에 한 번씩 자기가 일하면서 배운 것, 성과를 만들어 낸 것에 대해 발표하도록 하자. 길 필요도 없다. 10분 내외로 발표하게 하는 것이다. 거창할 필요도 없다.
가령 우수 대리점을 선정하고 시상식을 진행했다면, 선정할 때 어떤 애로사항이 있었는지, 시상식 준비하면서 뜻깊었던 일, 아차 싶었던 일이 무엇이 있었고 다음에는 과자나 음료를 더 비치해서 중간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겠다 이런 개선책을 말하는 자리 정도면 된다. 그렇게 내가 한 일을 입 밖으로 말하면서 머릿속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면서 체계화, 구조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손흥민 빠진 국가대표 축구팀, 김연경 빠진 여자배구팀, 황영조와 이봉주 없는 마라톤팀.. 앙꼬 없는 찐빵과도 같다.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채 천재적인 선수에만 의존하게 되면 마치 한국팀의 실력이 우수한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다행인 것은 그런 천재적인 선수가 나타났을 때, 시스템을 개선하고 환경을 잘 구축하면 토양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피겨 스케이팅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서 김연아 선수가 탄생한 이후, 피겨 스케이팅 인프라도 많이 개선되고 투자도 많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한 사람의 에이스의 등장을 잘 이용하면 그 전체가 크게 이익을 볼 수 있다. 기본 역량들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직력을 갖추자. 조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개인기로 승부하는 팀은 그 선수만 겹겹이 둘러싸고 막아버리면 플레이 자체가 되지 않는다. 그 선수가 은퇴하는 순간 그 팀도 같이 나락으로 간다. 그러나 구성원 전체가 일 할 줄 아는 팀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화수분처럼 재물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것이다 내가 리더가 된다면 꼭 그런 조직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