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들을 이간질하여 자기 권력을 지키는 리더
'태평천국운동'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세계사를 공부하다 보면 중국 근대사 부분에서 서너 줄 정도 짧게 언급하고 가는 사건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결코 간단하지 않은 사건이다. 무려 14년 간이나 지속되었고, 그 기간 동안 3,000만 명이 사망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때 5,000만 명이 사망한 것을 생각한다면 이에 버금가는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태평천국운동의 리더는 '홍수전'이라고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주특기가 이간질이었다. 자신의 심복들 중 일부의 손을 들어줬다가 이 사람 힘이 너무 강해진다 싶으면 다른 심복을 치켜세우면서 이전의 심복은 처단해 버렸다. 이런 식으로 부하들의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교묘한 이간질 때문에 그의 부하장수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말았다. 다른 동료가 거느린 부대를 급습하여 한 번에 수만 명을 몰살시키기도 하였다. 바깥의 적에게 칼을 겨누지 않고 자기편에게 겨눈 것이다. 그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오늘날에도 팀 구성원들을 교묘하게 이간질하며 한쪽 손을 들어줬다 다른 쪽 손을 들어줬다 하는 악랄한 리더들이 존재한다. 홍수전의 사례를 보면서 이런 리더에 대한 대처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청나라는 소수민족인 만주족이 세운 국가이다. 다수민족인 한족은 200년 넘게 만주족의 눈치만 보며 살아가고 있었다. 불만이 엄청나게 누적된 상태였다. 홍수전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벼슬을 얻고 싶어서 과거시험에 응시했지만 번번이 낙방하고 말았다. 속이 터질 정도로 화가 난 홍수전은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은 채 은둔형 외톨이 마냥 틀어박혀 있었다. 그러던 중 방구석에 팽개쳐 놓은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그 책은 예전에 서양인 선교사가 길 가던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던 성경이었다. 호기심이 생긴 홍수전은 그 책을 쭉 읽어 내려갔다.
도대체 성경 어디를 보고 이런 말도 안 되는 결론을 내린 것인지 심히 궁금하지만, 홍수전은 그 길로 배상제회라는 종교 단체를 만들었다. 말발 하나는 기가 막혔던 홍수전은 오래지 않아 그 지역에서 수 만 명의 신도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대부분 가난하고 청나라 만주족을 증오하던 서민들이었다.
드디어 홍수전은 반란의 칼을 빼들었다. 때는 1850년이었다. 그는 치밀하게 반란을 준비했다. 칼, 창을 수없이 만들었고 병력을 끌어모았다. 무기 만드는 소리가 나지 않기 위해 그 근처에는 엄청난 숫자의 오리를 키워 쇳소리를 철저히 감추었다.
그에게는 충성스러운 심복 부하들이 있었다. 풍운산, 위창휘, 양수청, 석달개, 소조귀였다. 이때만 해도 이들은 사이좋게 서로를 챙기면서 오직 태평천국운동의 성공만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홍수전은 이들에게 각기 군사들을 수 만 명씩 나누어 준 뒤 본격적으로 북진을 시작했다.
이들의 진격은 거침이 없었다. 한족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다. 이들에게는 신분이 없었다. 배상제회 아래에서는 누구나 다 평등하다고 여긴 것이다. 누구나 같이 농사를 짓고 같이 분배하도록 했다. 그리고 공동생활을 하며 여성과 아이들도 군사훈련을 받도록 했다. 공산주의식 제도를 채택했던 것이다.
지금이야 공산주의가 허구이고 사기라는 것을 알지만,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환상적인 이론이었다. 늘 착취하고 뜯어가기만 했던 황제 이하 관료들의 행동이랑은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태평천국운동 초기에는 이 원칙이 잘 지켜졌고 백성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엄청난 영토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마침내 태평천국군은 청나라 남부 최대도시 남경을 함락하기에 이르렀다. 태평천국군이 신앙으로 뭉치고 반청나라 사상으로 결집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봐야 농민, 상인들이 주축이 된 반란군이다. 청나라 정규군과는 무기 수준이나 훈련 상태, 보급 능력을 놓고 보자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만큼 청나라 부대는 군율이 엉망이었고 병사들은 목숨 걸고 싸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기세만 끝까지 잘 유지했다면 태평천국군이 수도 북경으로 진격하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내분이 벌어지고 말았다.
리더 홍수전에게는 5명의 심복 부하들이 있었다. 이 중 소조귀와 풍운산은 일찍 전사하였고 이제 3명이 남았다. 양수청, 위창휘, 석달개였다. 초반에는 양수청이 큰 권력을 가졌다. 홍수전은 양수청을 신임하고 가장 많은 권한을 부여하였다.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다면 권력을 한 번 줘보라는 말이 있다. 자기 민낯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양수청은 권력을 손에 쥐게 되자 홍수전마저 밀어내고 자기가 최고 지도자가 되고자 했다. 그러면서 다른 두 명의 동지였던 위창휘와 석달개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이들을 제거하고자 시도하였다.
이 소식은 홍수전의 귀에도 들어갔다. 가만히 있을 홍수전이 아니었다. 비밀리에 위창휘에게 명령을 내렸다. 양수청만 제거하면 너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말을 믿고 위창휘는 한밤 중에 양수청을 급습하여 양수청과 그 휘하의 수많은 군사들을 제거해 버렸다. 그때 죽은 양수청 휘하 군사들 수는 무려 4만 명이 넘었다.
이런 게 토사구팽일까? 양수청을 없앤 후 위창휘가 권력이 강화되자 홍수전은 이번에는 위창휘를 없애기로 마음먹는다. 남은 심복 부하였던 석달개에게 위창휘와 싸워서 이기라고 밀명을 내린다. 그러나 석달개는 홍수전을 믿지 않았다. 그의 야비한 이간질 수법은 이제 소문이 쫙 퍼졌고 석달개는 다음 희생자가 자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핑계를 대며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위창휘 역시도 양수청의 잔당 세력과 홍수전의 친위부대에 의해 그 직후 제거당하게 된다. 그렇게 태평천국군은 청나라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죽고 죽이는 내분을 벌였다. 강성했던 태평천국군은 급속히 약화되고 있었다.
안에서 서로 싸우고 갈라지게 되면 그건 이미 망한 것이다. 태평천국군이 딱 그러했다. 영토는 점점 줄어들었고 수도 남경은 3년째 청나라 군에 의해 포위당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청나라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열강과의 전쟁이었던 '제2차 아편전쟁'이 끝나고 말았다. 사실 청나라는 4년 간 진행된 제2차 아편전쟁에 집중하느라 태평천국운동 진압에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서양 열강과의 전투가 끝나게 되었고, 청나라는 이제 태평천국운동 토벌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영국, 프랑스 등 서구 제국주의 열강들도 청나라를 도와 태평천국운동을 돕기로 한다. 태평천국운동은 무늬만 기독교였지 실상인 사이비 종교였고, 공산주의 색채를 강하게 띄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내분으로 무너져가는 상태였기에 태평천군군에게서 많은 이권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서구 열강은 청나라 편을 들게 되었다.
마침내 태평천국군의 수도인 남경이 함락되었다. 그런데 홍수전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결했다는 소문도 있고 불이 탄 집 안에서 발견되었다, 산을 넘어 도망갔다 등등 다양한 소문이 떠돌아다닐 뿐이었다. 자기를 하나님의 둘째 아들, 예수님의 친동생이라고 말하며 신과 동급으로 취급받기를 바랐던 그의 최후는 너무나 초라하기만 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태평천국운동이 실패한 이유는 내부 분란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세상을 바꿔보자고 한마음, 한뜻으로 떨쳐 일어났던 동지들이 성공을 거두게 되고 권력을 갖게 되자 서로를 미워하고 견제하기 시작했다. 이미 큰 케이크를 갖게 되었음에도 남의 케이크까지 갖고 싶어진 것이다.
리더였던 홍수전은 이걸 해결하려고 하기는커녕 오히려 분란을 부추겼다. 적극적으로 이간질을 하며 한쪽 손을 들어줬다가 반대쪽 손을 들어줬다가 하며 이이제이 전략을 썼던 것이다. 부하 중 한 명이 너무 힘이 세진다 싶으면 다른 부하를 부추겼다. 이 사람이 너에 대해 나쁜 말 하고 다니면서 너를 없애려고 몰래 힘을 키우고 있다. 이런 식이었다.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이런 방식은 갈등을 크게 확대했다. 조직은 와해되었고 자기들끼리 전투를 벌이느라 10만 명 가까운 태평천국 병사들이 희생되었다. 리더가 이처럼 이간질을 통해 자기 권력을 유지하려고 하면 그 조직은 병들고 망하게 된다.
회사에도 홍수전 같은 리더들이 있다. 팀원들을 끊임없이 이간질하여 서로를 갈라놓고 미워하게 한다. 결국 팀원들은 리더만을 바라보며 리더가 내 편을 들어주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야비한 리더는 간만 보면서 이쪽 편을 들었다가 저쪽 편을 들었다를 반복할 뿐이다. 그렇게 감정의 골은 깊어져만 간다.
그렇다면 이런 리더에게 대처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간질 잘하는 리더의 행동에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리더에게 분노하거나 실망하더라도, 공개적으로 감정을 드러내거나 즉각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속은 부글부글 끓겠지만 겉으로는 침착하고 전문적인 태도를 유지하자.
굳이 이런 리더와 얽히며 마음고생하고 상처받을 필요 없다. 그 리더가 천년만년 이 부서에만 있는 것 아니고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잠깐 스쳐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접점을 최소화하자. 다른 팀원들 동향을 파악하거나 비밀을 캐려고 하면 잘 모르겠다고 하거나 무미건조한 이야기 위주로만 하자. 그 자리에서 동료를 욕하거나 흉보게 되면 다 새어나가게 되니 조심하자.
리더와 불필요한 사적인 대화나 감정적인 교류를 최소화하고, 업무 관련 내용만 간결하게 소통하자.
이간질이 발생했을 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리더가 내린 중요한 지시, 피드백, 또는 민감한 내용이 오간 모든 소통은 이메일, 메신저, 회의록 등의 형태로 문서화하자. 녹음하여 음성 파일로 남기면 효과적이다
구두로 지한 경우라도 "제가 이해한 바로는 이번 주 금요일까지 보고해 달라고 하셨는데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 이메일로 요약하여 확인받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리더가 다른 팀원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특정 팀원이 나를 흉봤다고 전할 경우, 섣불리 믿지 말고 "알겠습니다. 제가 해당 팀원에게도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와 같이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자. 이렇게 나오면 리더는 나를 만만하게 보지 못하고 함부로 이간질 대상으로 보지 못하게 된다.
리더와 폐쇄된 공간에서 1대 1로 만나는 자리는 가급적 피하자. 이간질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동료가 함께 있거나 개방적인 공간에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하자.
이간질의 대상이 되는 팀 동료들과 투명하게 소통하자. 이들과 대화가 단절되어 버리면 속수무책으로 리더의 이간질에 당하게 된다. 리더가 이간질을 하더라도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리더가 나 또는 동료에 대해 오해를 만들려고 시도할 때, 동료들과 직접 소통을 통해 오해를 풀어야만 한다. 화가 나서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분노를 표출하거나 가슴속에 원한을 꾹 쌓아둔다면 나만 손해이다. 만일 다른 팀원들이 이간질로 인해 서로 갈등관계에 놓여 있다면, 갈등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이 때는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중립을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북한 체제가 어떻게 80년의 긴 시간 동안 무너지고 저렇게 버티고 있는 것일까? 우상화 체제 확립, 외부와의 단절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김 씨 왕조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가 끊임없이 부하들의 충성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충성 경쟁 하에서 심복들은 서로를 치열하게 물어뜯었고 이 다툼에서 패배한 사람에게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를 감시하고 밀고하면서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물어뜯었다. 연대와 협조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왜 리더의 이간질에 한데 힘을 합쳐 싸우지 못할까 궁금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리더의 공작은 치밀하고 교묘하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간이며 쓸개며 다 빼줄 것처럼 하지만, 뒤로는 이간질을 유도하고 상대방의 비밀을 캐도록 한다. 심지어는 없는 사실까지 조작해 가며 "쟤가 너를 이렇게 흉보던데? 나한테 이렇게 말했어!" 이렇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
이런 리더들은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다. 나만 돋보여야 하기에 이인자를 둘 수 없고, 조금이라도 경쟁상대라고 느껴지면 바로 제거작업에 들어간다. 이런 사람 밑에서 일하게 된다면 팀원들끼리 꼭 연대하자. 그리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절대 이간질에 당하지 말고 이겨내자. 리더가 교묘하게 분열과 갈등을 유도해도 당하지 말자. 태평천국운동의 패망은 홍수전의 이간질 때문이었다. 이간질은 나는 물론이고 조직을 파괴하는 행동임을 명심하고 이 계략에 빠져들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