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에 필요한 마음가짐
얼마 전, 일본인 모녀 관광객이 동대문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50대 어머니는 숨지고, 30대 딸은 크게 다치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는 일본에서 큰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대다수 의견은 한국 교통문화에 대한 것으로, 신호를 잘 지키지 않고,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급정거를 자주 하여 멀미가 날 정도였다는 의견이었다. 버스는 승객이 다 앉기도 전에 출발하기 일쑤였고, 승객이 내리기도 전에 문을 닫으려고 하는 기사들도 제법 있었다는 내용도 많았다. 한국의 교통문화 의식이 매우 뒤떨어져 있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왜 한국의 운전자들은 급해서 안절부절못하지 못할까? 3~4초만 더 기다리면 되는데 그걸 기다리지 못하고 운전하는 걸까? 이는 단순히 운전습관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인들 저변에 깔려 있는 '빨리빨리' 문화 때문이다. 도대체 이 빨리빨리 문화는 언제 생겨난 것일까?
빨리빨리 문화는 대한민국이 빠른 시간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만만치 않은 부작용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직장에서 여전히 만연해 있는 빨리빨리 문화는 큰 문제가 되곤 한다. 이번에는 빨리빨리 문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대한민국에 빨리빨리 문화가 생겨나게 되었을까? 140년 전 조선시대 말기에 이 땅을 찾은 외국 선교사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인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한국인에게 형성되어 있는 빨리빨리 문화가 예전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열심히 일해봐야 양반 지주들에게 다 뺏겨버리니 사람들은 열심히 일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저 놀고 마시며 느릿느릿 유유자적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던 것이다.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인들은 약속을 하면 1시간은 늦게 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정도로 시간관념이 없었던 것이다.
그랬던 한국인들이 6.25 전쟁 이후 급격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로 시작하는 새마을 운동 노래처럼, 쉬는 날 없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느리게 행동하는 것은 사회의 낙오자 취급받기 딱 좋은 자세였다. 그렇게 한국인들은 늘 시간에 쫓기는 민족이 되고 말았다.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급격한 발전을 이끈 비결 중 하나는 빨리빨리 문화이다. 남들은 하나를 할 때 더 빨리 움직여서 두 개 세 개를 해내는 것은 높은 생산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남들은 1년 걸려서 만들 배를 불과 6개월 만에 만들어내니 주문이 한국 조선소에 더 몰리게 되는 것은 당연했다.
편리한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 빠른 행정 서비스, 새벽배송 등 빨리빨리 문화가 만들어낸 순기능들은 참 많다. 우리는 이게 당연한가 보다 생각하지만 외국인들은 이런 서비스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공문서 하나 받으려면 반나절은 걸린다는 외국에서 이걸 당연하게 여기다가,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는 서비스를 경험하니 눈이 돌아가는 것이다.
빠른 인터넷 속도, GTX 같은 빠른 대중교통수단, 스마트폰 보급율 세계 최상위권은 한국인들의 이런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100여 년 만에 느리기로 유명했던 한국인들이 빠르기로 유명한 민족으로 180도 탈바꿈한 것이다.
그러나 빨리빨리 문화는 그에 못지않게 부정적인 면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부실공사, 무사안일주의를 낳기도 한 것이다. 뭐든지 빠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안전이나 품질은 도외시한 경우가 많다.
1990년대에는 대형 인명 사고가 참 많았다. 삼풍백화점 붕괴, 서해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구포역 기차 사고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대형 인명 사고가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던 시기였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당시 속도전 식으로 밀어붙이던 사회 분위기의 폐단이었던 것이다. 부실공사가 만연했고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다 보니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게 된 것이었다. 그 뒤 안전 규정이 강화되고 감리 적용을 엄격하게 받게 되면서 대형 사고는 많이 감소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산업재해가 여기저기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빨리빨리 문화의 폐단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조금만 늦다 싶으면 빨리하라고 독촉이 떨어진다. 'ASAP' (As soon as possible)이라는 말이 업무마다 꼬리표처럼 달라붙는 경우가 많다. 한창 바쁜 것을 보면서도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이, 왜 내가 시킨 업무 빨리 안 하느냐고 불호령이 떨어진다. 이러니 품질보다는 일단 쳐내는 심정으로 빨리 끝내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 리더급인 사람들은 신입사원 시절부터 빨리빨리 문화에 길들여진 사람들이다. 상사가 명령한 업무는 무조건 빨리 다 끝내야만 했다. 야근을 해서라도 기한 내에 다 마무리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 문화 속에 살았던 사람들이 리더가 되었으니 당연히 팀원들에게도 같은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정말로 급한 이유도 있겠지만, 팀원들이 내 지시를 받고 정신없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 권력감을 느끼기 위한 목적도 분명히 있다.
이런 문화 속에서 내가 뭘 어떻게 바꿔본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다. 사람들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하에서 최대한 내 페이스대로 일하면서도 지적받지 않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은 상호 신뢰가 생기면 수월하게 풀린다. 신뢰관계없는 사람이 실수하면 경위서 쓰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팀장이,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이 실수하게 되면 젊잖게 충고 한마디 하고 끝낸다.
신뢰는 술 몇 번 같이 마시고 개인 심부름 해준다고 생겨나지 않는다. 비위를 맞춰주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리더와 자꾸 소통하며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리더가 원하는 결과물이 무엇인지, 내가 잘하는 쪽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지, 리더가 좋아하는 행동과 싫어하는 행동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게 코드를 맞추게 되면 신뢰가 형성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리더와의 신뢰관계이다.
모든 일을 다 즉시 처리할 수는 없다. 당연히 중요한 일, 긴급한 일부터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어떤 업무가 더 중요하고 긴급한지 알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눈치껏 알아채는 경우도 있지만, 눈치 없는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괜히 잘못 생각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항상 내 생각과 리더의 생각이 같지 않기에 꼭 먼저 물어보자.
"지금 제게 주어진 업무가 A업무, B업무, C업무인데 어떤 것부터 하면 될까요? 순서를 정해주시면 순서에 따라 처리하겠습니다"
결정권을 리더에게 주는 것이다. 본인이 결정하게 되기에 여기에 대해 나중에 다른 말을 할 수 없고, 나는 이 순서대로 기한에 맞춰 일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대화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자.
한번 나를 되돌아보자. 8시간 근무 시간 중 정말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여기저기 회의 불러 다니랴, 전화받으랴 사실 제대로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이 진짜 얼마 되지 않는다. 앉아서 일 좀 하려고 하면 팀장이 불러대고, 핸드폰에서 카톡이 오고 팀 단체방은 쉴 새 없이 울어대고.."제발 나 좀 내버려 두세요!"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꼭 들어가야 하는 회의가 아니라면 양해를 구하자. 물론 안다. 그러기 쉽지 않다는 것을.. 그러나 굳이 내가 꼭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회의인데 불려 다니는 것은 큰 손해이다. 그 사람들이 나 대신 야근해 주는 것도 아니고.. 강제성이 있는 회의가 아니라면 과감하게 거절하자.
이전에 소개드렸던 '포모도로 기법'이 집중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25분간 집중하고 5분간 쉬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4세트가 되는 순간 15분간 길게 쉬는 것이다. 간격을 더 길게 유지하면 좋겠지만, 이메일이나 단체방 메시지를 오랫동안 읽지 않을 수 없으니 25분마다 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닫힘 버튼을 정신없이 누르는 사람들, 지하철 환승을 할 때 통로이건 계단이건 에스컬레이터를 미친 듯이 달리는 사람들, 앞의 차에 잔뜩 붙어서 빨리 가라고 압박주는 사람들.. 한국인들의 모습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원도 없고 국토도 작은 한국에서 이렇게라도 치열하게 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그리고 빨리빨리 덕에 이만큼 우리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심지어 이를 미풍양속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빨리빨리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후진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이다. 그 이후부터는 빠르게 움직이는 것보다는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혁신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팀 동료에게 독촉하는 것이 불쾌감을 주지는 않는지, 내 입장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안전과 같은 가치를 경시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자. 대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뿌리가 땅에 굳건하게 버티기 위한 5년 남짓의 시간이 필요하다. 빨리빨리 문화 하에서는 그런 기다림이 불가능하다.
앞만 보고 빠르게만 가는 것보다는, 정확하고 안전하게 일을 처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