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얻은 행운이 위험한 이유 (나우루의 비극)

우연히 얻게 된 행운이 초래하는 비극

by 보이저

나우루라는 국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대다수 분들에게는 생소한 국가일 것이다. 지구 온난화나 자원의 저주에 대해 들어본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이 나라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나우루이기 때문이다.


나우루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작은 크기의 매우 작은 국가이다. 태평양에 있는 섬나라로, 서울 영등포구 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 미니 국가이다.


그 나우루는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했던 나라이다. 인구 1만 명 밖에 안 되는 이 작은 나라에 엄청난 행운이 찾아왔다가 또 엄청난 불운이 닥치게 된 것이다. 도대체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나라 스토리를 통해 우연히 얻게 된 행운이 어떤 비극을 초래하게 되는지 알아보자. 행운이 왔을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도 같이 살펴보자.

나우루 위치와 나우루 지도


인광석의 발견


나우루는 새똥으로 만들어진 나라이다. 앨버트로스라는 새가 수천 년간 그 섬에 자리 잡고 부지런히 똥을 쌌다. 그 똥이 언덕을 이루고 섬을 가득 메우게 되었다.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황금똥을 낳는 앨버트로스로 불렸다. 왜냐하면 그 똥에는 인광석이라고 불리는 귀중한 물질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구아노라고도 불리는 인광석은 비료의 주원료이며, 의약품, 화학약품, 전자제품 등을 만드는데 널리 이용된다. 수요가 많은 광물인 것이다.


1940년대까지는 물고기 잡고 야자열매 키우며 평화롭게 살아가던 작은 섬나라였던 나우루에 엄청난 축복이 생겨났다. 섬에 수북하게 매장되어 있는 인광석이 사실 노다지였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수백 년 간 방치되었던 문중의 뒷산이 어느 날 도시개발지구로 지정되면서 땅값이 수 백 배 뛴 것과 같은 케이스였다.


전 세계의 비료 회사, 광물 채굴 회사 관계자들이 나우루를 방문하였다. 그리고 높은 값을 제시하며 이 광물을 서로 자기에게 팔라고 제안하였다. 마치 로또 1등에 당첨된 기분이었을 것이다. '자고 일어나 보니 스타가 돼 있었다'는 한 유명 연예인의 고백처럼 생각지도 않게 벼락부자가 된 것이다.




천지개벽하는 나우루


인광석을 판 돈은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그 돈은 어마어마했다. 지금 기준으로 한다면 가구당 수 십 억 원씩 돈이 밀려 들어왔던 것이다. 1970년대 나우루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고기 잡고 열매 채취해서 근근이 살아가던 사람들이 벼락부자가 되었다.


너도 나도 고급차부터 구입했다. 영등포구만 한 작은 섬에 람보르기니가 넘쳐났다. 집집마다 고급차가 두 대 이상 다 있었고, 차가 조금만 고장 나도 수리하지 않고 그냥 갖다 버리고 새로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우루 사람들은 운동도 하지 않고 요리조차 하지 않았다. 청소, 빨래 역시도 인도나 중국에서 온 가정부들이 대신해 주었다. 식사를 해야 할 때는 100미터 거리도 차를 타고 이동했다. 차에서 내리는 것도 귀찮아서 드라이브 쓰루 형태로 차에 앉아서 종업원이 건네주는 음식을 받아 그냥 차에서 먹었다. 이것이 벼락부자가 된 이후 그들의 삶의 방식이었다.


이 정도로 운동을 안 하니 비만, 당뇨환자가 넘쳐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국민의 80퍼센트가 비만, 당뇨에 시달릴 정도였다. 편안한 삶에 안주하다 보니 고기잡이, 농사 이런 생산활동은 아예 중단해 버렸다. 인산염을 팔아서 생겨나는 수익금에 취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된 것이다. 전기, 수도, 가스, 의료비 모두 다 무료였다. 심지어 집도 최고급 저택을 지어서 무료로 국민들에게 분양해 주었고 외국 유학 시 대학교 학비까지 다 전액 지원되었다.


그럼에도 많은 청소년들은 제대로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굳이 학교 열심히 다니지 않아도, 지식을 쌓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 뭐 하러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렇게 공부는 담을 쌓은 채 해외에서 탈선하는 학생들이 날로 늘어만 갔다.


나우루 항공사는 비행기를 5대나 구매한 뒤 호주, 피지, 일본 노선을 개설하였다. 그 비행기에 타는 손님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공기를 수송하는 비행기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남는 게 돈인지라 그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넘쳐나는 예산으로 스포츠 센터, 문화레저 시설도 만들었지만 이용객은 거의 없었다. '그냥 나 이렇게 살다가 편하게 죽을래. 운동은 무슨..' 이런 마인드였다. 100미터도 걷기 싫어서 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운동은 무슨 얼어 죽을 놈의 운동을 하겠는가.. 80년대까지만 해도 인광석 매장량이 충분했기에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어두운 그늘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나우루에 닥친 비극


영원할 것만 같았던 인광석은 90년대부터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국민들의 사치스러운 소비 습관을 충족시키기 위해 인광석을 무지막지하게 파헤친 결과,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바닥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정치인들은 자기 임기 내에만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많은 학자들이 자원의 고갈을 예견했지만 정치인들은 애써 무시해 버렸다.


이때부터 나우루에 비극이 닥치게 되었다. 더 이상 국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우루 정부는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온갖 무리수를 남발했다. 호주에 있는 대형 건물을 매입해서 시세 차익을 얻고 팔아보려고도 했고, 영국에서 개봉하는 뮤지컬에 투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건물 구입은 시세 차익은커녕 큰 손해만 봤고, 투자한 뮤지컬은 쫄딱 망해버렸다.


한참 잘 나갈 때 나우루의 1인당 국민소득은 무려 5만 달러였다. 당시 미국, 일본도 2만 달러 남짓이었고, 한국은 4,000달러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인광석이 고갈되면서 나우루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가게 되었다. 불과 10년 만에 5만 달러에서 3,000달러로 추락해 버린 것이다.


비싼 차들은 기름도 없고 유지비가 없어 그냥 길가에 방치되었다. 그렇게 녹슨 차들이 길가를 가득 메울 정도였다. 농사를 짓고 싶어도 농사짓는 방법은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인광석을 캐겠다고 온 국토를 다 헤집어 놓은 바람에 토양이 황폐화되어 농사를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방치된 차량


고기 잡는 법도 다 잊어버렸다. 고깃배를 구할 돈도 없었다. 섬이 작은 탓에 모든 생필품을 다 수입해와야만 했다. 당연히 물가가 비쌀 수밖에 없는데 소득이 줄어든 탓에 그들은 생활고에 시달렸다. 기아와 빈곤에 시달리는 가정이 날로 늘어났다. 람보르기니를 타고 다니며 수영장 딸린 대저택에 살던 사람들이 굶기 시작한 것이다.


나우루 정부는 스위스 은행 마냥 돈세탁에 눈을 돌렸다. 전 세계 검은돈을 유치하여 거기서 수수료를 챙겨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하필 그 무렵에 9.11 테러가 발생하고 말았다. 전 세계 많은 검은돈이 테러 집단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미국은 나우루에게 당장 손을 떼라고 명령했다. 미국이 큰 코끼리라면 나우루는 개미 정도의 체급 차이가 났다. 나우루는 돈세탁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국민들은 배가 고파서 허덕이고 있었고 도무지 돈을 벌 곳은 하나도 없었다. 국토가 황폐화된 통에 볼거리가 없어 관광도 기대할 수 없었다. 이때 나우루 정부는 난민을 대규모로 수용해 오기로 한다. 호주로 탈출한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등지의 난민들을 데려오면서 이용료를 호주 정부에게서 받는 것이다. 호주 입장에서는 성가신 난민들을 머나먼 곳으로 보내버릴 수 있어서 좋고, 나우루는 비싼 이용료 수입을 거둘 수 있어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었다.


그러나 대규모 난민 수용은 나우루 주민들의 큰 반발을 불러왔다. 난민들과 같이 생활을 해야 했는데 문제는 문화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슬람권 난민들은 고유문화를 나우루에서도 지키려고 했기에 큰 갈등을 빚게 되었다.


난민들 역시 나우루 생활을 힘들어했다. 코딱지 만한 조그만 섬에 자기들을 가둬놓고 그 섬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했으니 이건 감옥이나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돈을 벌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구매력이 이미 바닥 수준인 나우루 주민들 상대로 장사를 해봐야 물건이 팔릴리 없고 농사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나우루는 다행히 난민 수용 사업을 하면서 예전 최악의 상황은 면한 상태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1만 달러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그러나 나우루는 여전히 가난하다. 옛날부터 쭉 가난했다면 괜찮을 텐데 문제는 재벌 수준의 삶을 살다가 가난해졌기에 그 박탈감이 너무나 크다는 것이다.

채굴로 황폐화된 나우루 국토


나우루의 교훈


어느 날 갑자기 로또 1등에 당첨되거나 묵혀두었던 땅이 그린벨트에서 해제되었다고 하자. 투자했던 사업이 대박이 나는 경우도 있다. 이 사람은 순식간에 벼락부자가 되는 것이다. 지인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지역 사업 개발권을 손에 쥐는 일도 있다. 꿈같은 소리 같지만 의외로 이런 행운을 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내 노력 없이 갑자기 큰돈을 벌거나 권력을 가지게 되는 경우 과연 이게 좋기만 한 일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Easy come easy go.. 이게 단순히 퀸의 노래가사가 아니다. 실제로 그렇다. 쉽게 획득한 것은 그 가치를 모르기에 마구 쓰게 되고 금방 내 손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마치 내 주먹만 한 작은 컵에 아무리 물을 많이 따라도 그 컵 이상은 물을 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부자 3대 못 간다'는 속담이 존재하는 것이다. 맨주먹으로 사업을 일군 선대 회장과 그걸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온 2대까지는 그 사업이 잘 유지된다. 그러나 고생을 모르고 커온 3대 때에는 큰 위기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연한 행운으로 큰 재산이나 권세를 얻었다고 해서 반드시 실패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언론에서는 로또 1등 당첨되고도 실패한 사람들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은 당첨을 기회로 더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1. 행운이 찾아왔을 때 일단 겸손해야 한다. 내 노력이 아니라 거저 주어진 것이라는 것을 일단 인정하자. 내가 평소에 처신을 잘해서, 내가 사람복이 있어서, 돈도 나같이 유능한 사람에게 달라붙는 거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곤란하다.


인생은 결코 한 방이 아니다. 앞으로 어떤 시련과 난관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각자에게는 주어진 행복의 양과 불행의 양이 있다. 행복이 이제 꽉 채워졌다면 언젠가는 불행도 채워지는 때가 반드시 온다. 그게 어떤 형태일지는 모른다. 몸이 갑자기 심하게 아플 수도 있고, 배우자가 가정에 소홀해질 수도 있다. 자식이라는 것들이 속을 썩일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잘 나간다고 우쭐할 필요 없다.




2.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자. 계획이 없으면 한 순간에 돈 쓰는 건 금방이다. 돈이라는 것이 모으는 건 어렵지만, 쓰는 것은 한순간이다. 초호화 해외여행 몇 번 가주고, 고급차 두 대 정도 사고, 잠실 롯데월드 시그니엘 80억 주고 사고, 명품 4~5개 정도 몸에 둘러주면 그 많던 돈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건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 이야기이고, 나는 절대 안 그럴 거라고 자부하지 말자. 그 신앙심 좋고 인품 훌륭했던 이스라엘의 다윗도 왕이 된 이후 권세를 갖게 되니까 자기 부하의 아내를 보고 흑심이 생겨 부하를 전쟁터에서 죽게 하고 그 아내를 차지했던 일이 있었다. 그만큼 돈과 권력이 주는 힘은 막강하다.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행운이 왔을 때 어떻게 이 행운을 사용할 것인지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야만 한다.


행운의 시기에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곳간을 채워야 하는 것이다. 이집트의 요셉이 총리가 되었을 때 칠 년간 이집트에 풍년이 들었다. 이때 요셉은 부지런히 창고를 짓고 곡식들을 보관하여 미래에 닥칠 흉년에 대비하였다. 그런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3.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이때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있다. 사업 초창기에 사업이 번창한다고 빚까지 얻어가면서 무리하게 확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잘나서 이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과신하는 것이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잘 알지 못하는 영역에 뛰어들다가 초기 자금마저 다 까먹고 사업은 폭삭 망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야고보서 말씀으로 분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딱 들어맞는 내용이다.



마무리하며


나우루의 비극은 단지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언제든지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생각지도 않은 큰돈이나 권세를 갖게 되면 눈이 뒤집히게 된다. 나도 드라마 속 재벌들처럼 호사스럽게 살아보고 싶은 충동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부동산의 '부' 자도 모르는 사람이 건물주 돼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 돈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주식이며 코인에 돈을 잔뜩 집어넣기도 한다.


나에게 찾아온 행운은 내가 잘해서 온 것이 아니다. 내가 행운을 담을 만한 그릇인지 생각해 보자. 내 컵이 너무 작다면, 컵이 깨져 있다면 그 행운은 조금밖에 남아 있지 못하거나, 아예 다 새어가나 단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아직 그 컵이 작기만 하다면 지금부터 열심히 키워나가자. 지식을 쌓고 경험을 늘려가면서, 무엇보다도 배려하고 다른 사람들을 챙길 줄 아는 인품을 가지자. 그리고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서 행운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나가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리더가 되면 안 되는 사람(13편:태평천국운동 홍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