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못러에서 벗아나는 방법
"30분 뒤에 실적 보고 때문에 전무님 방 들어가니까 지난번 실적 자료 출력해서 갖다 줘"
아침 일찍부터 팀장님이 자료를 찾는다. 그 자료가 어디에 있더라.. 그런데 오늘따라 프린터기가 작동을 하지를 않는다. 아무리 출력 버튼을 클릭해도 인쇄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어.. 이러면 곤란한데.. 갑자기 왜 이러지?'
당황한 마음에 프린터기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지만, 대체 어디를 간 건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제 10분 밖에 남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팀장에게 말한다.
"갑자기 프린터기가 작동을 하지 않습니다. 출력이 안되네요. 프린터기에 이상이 있나 봅니다"
"음? 시간 없는데? 그러면 그 자료 나한테 이메일로 줘봐. 내가 해보게"
한참 뒤 팀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출력 잘만 되는데? 출력이 안된다니 무슨 소리야? 뭐 부탁하면 매끄럽게 되는 일이 어쩜 그리 하나도 없냐!"
뭐가 문제인 걸까? 머리만 긁적일 뿐이다.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할 때가 있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컴퓨터를 켜면 업데이트를 한다고 10분 이상 버벅거리기도 한다. 프린터기가 말썽을 부릴 때도 있고, 이상하게 인터넷이 잘 안 될 때도 있다. 회의를 하려고 하면 빔 프로젝터가 켜지지를 않는다.
출장을 가려고 차 시동을 걸면 차가 방전되어서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아침 일찍 회의가 있어 지하철을 타면 그날따라 지하철이 고장 나서 움직이지를 않는다. 부부싸움을 할 때 꼭 장모님이 방문한다는 농담이 내 삶에서도 적용되는구나 이런 게 머피의 법칙인가 싶기도 하다.
이때 재미있는 것은 내가 하면 안 되는데 남이 하면 잘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아까 사례처럼 다른 사람이 출력하면 아무 문제 없이 종이가 출력된다. 빔 프로젝터가 안돼서 전전긍긍할 때 다른 사람이 몇 번 만지니까 금세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잘 작동하곤 한다.
왜 내 손을 거치면 이런 일이 생겨나는 걸까? 내 손은 지독한 똥손이라 그런 것일까? 그 답은 내가 당황하다 보니 허둥지둥 대고, 시야가 좁아져서 문제의 원인을 깊게 파고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게 되니 해결책을 찾아내기 더 쉬운 것이다.
사람은 일단 마음이 급하고 시간에 쫓기게 되면 근시안적으로 변한다. 인터넷 연결이 갑자기 안 된다면 인터넷 연결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거나, 아예 PC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거나, 테더링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당황하다 보니 이 간단한 해결책이 머릿속에서 잘 떠오르지 않게 되는 것이다.
PC 등 전산장비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프린터 드라이브는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USB 케이블을 통해 스마트폰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 등 기초적인 전산장비 지식을 숙지하고 있으면 쉽게 해결 가능한 일들이 많다. 이를 잘 모르고 있으니 돌발상황이 닥치면 손도 못쓰고 당황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 급하고 다급한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보려고 하면 더 막히는 법이다. 엉킨 실타래를 푸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급한 마음에 막 잡아당기고 이빨로 물어뜯으면 더 꼬이는 경우가 많다.
급하게 해결하지 말고 일단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자. 코 앞에 문제가 닥친 상황이 아니라면 양해를 구하고 해결에 필요한 시간을 얻는 것이다. 때로는 후퇴도 필요하다. 적군이 막강해서 상대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걸 깨보겠다고 무리하게 돌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급할수록 돌아가자.
내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스스로 이걸 해결하려고 하면 막히게 된다. 자꾸 벽에 막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때 주변 동료들을 잘 활용하자.
접속 권한이나 인터넷 장애 시 어떤 프로세스로 해결하면 되는지 잘 아는 동료가 있을 것이다. 비용 처리 프로세스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동료들을 활용하면 문제 해결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
비슷한 상황은 반복되기 마련이다. 프린터가 작동하지 않거나, 인터넷이 안되거나 예산 부족으로 비용처리가 막히는 상황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 때 두 번 다시 헤매지 않기 위해서는 관련 프로세스를 정리해야 한다. 담당자가 누구이고, 어느 사이트에 접속해서 처리하면 되는지, 결재라인은 어디까지인지 기록을 하는 것이다. 이런 매뉴얼이 있으면 한 번은 당해도 두 번은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평소에 회사 사내망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회사에서 배포하는 매뉴얼을 숙지했다면 긴급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머릿속에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알아두면 큰 도움이 되는 지식들이다. 평소에 관심을 갖고 내용을 파악하자.
내가 어렸을 때는 동네마다 전파사가 많았다. 티브이나 라디오, 워크맨이 고장 나면 전파사에 들고 가서 고쳐오고는 했다. 어렸을 때는 전파사 직원들이 어쩌면 그렇게 금방 문제 원인을 찾아내는지 참 신기하기만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80퍼센트 이상 가전제품의 문제점은 특정한 영역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티브이의 경우 다이오드 같은 주요 부품이 손상되었거나, 브라운관으로 이어지는 전선이 끊어졌거나 이런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해 보면 거의 다 그쪽이 손상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프린터기나 노트북도 마찬가지이다. 접속이 잘 안 되거나 출력이 잘 안 되는 것은 토너가 다 떨어졌거나, 종이가 걸렸거나 프린트와의 연결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런 포인트만 알아도 대부분의 문제는 알아서 해결할 수 있다. 그 핵심 포인트를 알도록 하자.
"이거 내가 해보니 잘되던데?" 이런 말 듣는 것처럼 무안하고 뻘쭘한 상황이 또 없다. 나는 안된다고 도저히 방법 없다고 큰소리쳤는데 다른 사람이 손쉽게 해결하면 나는 그냥 새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당황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 잘 모르는 일인데 갑자기 해결해야 하면 저절로 당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오는 것을 탓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 이상 같은 실수를 한다면 그때는 스스로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매뉴얼로 정리를 하지 않았거나, 실수하지 않기 위해 프로세스에 대해 알아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소해 보이는 일이지만, 이런 것 하나하나가 직장생활에서 힘이 된다. 내가 잘 알고 있으면 사람들은 필요할 때 나를 찾게 되고 의지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은 일에서 하나씩 신뢰를 쌓아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