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의 실패 (히틀러 소련 침공, 일본 진주만 침공)

무리한 실행이 가져오는 실패 사례들

by 보이저

사람들 마음속에는 불안함이 도사리고 있다. 이 일이 잘못되면 어쩌지? 이 사람이 변심해서 나를 떠나면 어쩌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불안해하고, 혹시 모를 만약의 가능성을 하나씩 따지기도 한다.


유비무환의 자세는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종종 이 걱정이 지나쳐서 위험을 완전히 제거해 버리려고 무리수를 두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과연 어떤 경우가 있을까? 제2차 세계대전 때 추축국 동맹이었던 독일과 일본은 각각 무리수를 두다가 결국 전쟁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무리수가 어떤 치명적인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사례 1 : 독일 히틀러의 소련 침공]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직전, 독일은 재빨리 소련과 불가침조약을 맺었다. 서로 공격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였다.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일 수 없는 두 국가가 평화조약을 맺었다는 사실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조약 덕분에 히틀러는 소련의 침공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 편히 폴란드를 침공하고 프랑스까지 차지하였다. 소련은 그 대가로 폴란드 영토의 절반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남의 나라 땅을 자기들 멋대로 나눠 가진 것이었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 지역을 어느 정도 다 차지하게 되자 히틀러는 차츰 엉뚱한 생각을 품게 되었다. 드넓은 소련 땅을 차지하고 싶었던 것이다. 유럽 땅을 차지하는 것만으로는 히틀러의 욕심이 다 채워지지 않았다. 전쟁을 오랫동안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곡창지대가 필요하기도 했기에 무리수를 두더라도 소련을 정복하고자 했다.


참모들은 그를 뜯어말렸다. 100여 년 전에 이미 나폴레옹이 똑같은 무리수를 두다가 몰락했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정도로도 충분하니 여기서 영국, 미국과 합의를 보고 전쟁을 멈추자는 것이었다. 이미 제1차 세계대전 때 큰 피해를 보았던 영국과 미국은 사실 전쟁에 깊숙이 휘말려 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에 합의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히틀러는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만에 하나 있을 소련의 공격에 대비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심지어 그는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스탈린그라드 세 방향으로 병력을 나누어 세 곳을 한꺼번에 다 차지하려고 했다. 병법의 기본 원칙은 병력을 쪼개지 않고 한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히틀러는 이 원칙을 무시했고, 결과는 우리가 알다시피 소련에서의 처절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스탈린과 히틀러




[사례 2 : 일본의 진주만 습격]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던 1941년, 지구 반대편 일본에서는 엉뚱한 계획이 수립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일본이 미국 상대로 전면전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하룻강아지가 호랑이 코털을 뽑는 격이었다. 일본은 당시 왜 이런 무리수를 둔 것일까?


당시 일본은 태평양 여러 섬들,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하나씩 집어삼키던 중이었다. 괌, 사이판, 필리핀이 일본에게 넘어갔고 심지어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까지도 일본의 차지가 되었다. 일본은 심지어 미얀마를 거쳐 인도까지 공격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일본의 기세는 거침없었다.


이 상황에서 일본은 말도 안 되는 무리수를 두게 된다. 그것은 바로 미국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당시 영국, 프랑스는 독일을 막느라 일본을 막을 수가 없었다. 결국 미국만 남은 셈이었는데 일본은 미국을 선제공격하여 미국이 감히 일본을 공격하지 못하게 기선을 제압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일본 참모들 다수도 미국 공격은 무리수라고 뜯어말렸다. 독일에 정신이 팔린 미국은 일본은 공격할 이유가 없으며 지금 이 정도 성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들이었다. 무한한 물량을 보유한 미국과의 전면전은 곧 재앙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일본 군국주의 정권은 이런 의견을 묵살해 버렸다. 하와이 진주만에 미국 항공모함 시 집결해 있으니 거기만 파괴시키면 미국은 밖으로 나올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일본은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결과는 우리가 알다시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맞고 일본의 패배로 끝나게 되었다.

일본의 도조 히데키와 진주만 공습




무리수를 두게 되는 이유


역사 속 사례들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살면서 필요하지 않은 일에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있다. 멋지게 나비 그림을 벽에 그려놓고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니스를 그림에 발랐다가 그림이 다 번져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그냥 놔두면 되는 것을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일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무리수를 두게 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1. 목표 달성에 대한 강한 압박


일반적으로 성과에 대한 강한 압박이 비합리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매출, 실적, 프로젝트 완수 등의 목표가 비현실적으로 높을 때,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심리로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일단 결과는 내야 하는데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 경우 사람들은 무리수를 두는 경향이 있다.


안 해도 되는 일인데 자기가 자청하게 된다. 지금도 하는 일이 많으면서 일을 더 맡게 되는 것이다. 결국 기존의 일도 다 끝내지 못한 채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체한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보고 더 먹다가 체한 게 더 심해지는 것과 같다.




2. 긴장하거나 당황하는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긴장감 속에서 대처하게 되면 무리수가 발생하게 된다. 중요한 면접이나 회의, 발표 등에서 너무 긴장했을 때 우리는 어떤 실수를 하는가? 준비했던 답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나도 모르게 평소답지 않은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된다. 삼성 면접을 왔으면서 계속 현대라고 이야기하는 면접자, 자기 약점에 대해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계속 이야기하는 사람 등 긴장 탓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상사가 예상치 못한 질문을 갑자기 던지는 경우가 있다.



"올해 육아휴직자 현황은 어떻게 되지?"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경우 당황하여 즉흥적이고 비이성적인 대답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10명 내외입니다"


그러고 나서 자료를 찾아보면 무려 20명 이상이다. 이러면 잘못된 보고를 하는 것이 된다.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강할 때 이런 모습이 자주 나타나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당장 이 상황을 모면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무리하게 거짓말을 하거나 포장하려 하는 것이다. 알아본 뒤 보고 드리겠다고 하면 되는데 그걸 못하는 것이다.




3. 경직된 조직 문화


조직 문화 자체가 워낙에 경직되어 있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다 보니 무리수를 조장하는 경우도 있다.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엄청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경우 자꾸 무리수를 남발하게 된다.


실수를 덮기 위해 또 다른 허위보고나 조작이 이루어지는 등 무리수가 계속된다. 결국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사람을 몰아세우고 지적하는 분위기에서 사람은 일단 위기를 모면할 생각부터 하게 된다. 생존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실수했다고 인정하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데, 그때 쏟아지는 인신공격성 비난이 두려워 거짓말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안 해도 될 거짓말로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무리수를 자꾸 두는 직원을 탓하기 이전에, 그런 무리수를 두게 만드는 조직문화를 점검해봐야 한다. 버스의 과속운전을 탓하기 전, 먼저 과속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빡빡한 운행 스케줄을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과 같다.



무리수를 두지 않는 방법


무리수는 과도한 압박 속에서 시간에 쫓길 때 발생하게 된다. 굳이 더 안 해도 되는데 그냥 멈춰도 되는데 압박 때문에 더하게 되고 여기에서 사달이 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리수를 두지 않는 방법에 무엇이 있을까?




1. 불필요한 말을 삼가기


대부분의 무리수는 불리한 상황에서 한 두 마디 더 하려다가 발생한다. 사람은 당황하거나 불리한 상황이 되면 일단 나를 보호하려고 한다. 이때 거짓말이나 허위, 과장된 표현,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자꾸 변명을 하려고 하기 전에 일단 침묵하자. 경험 상 불리한 상황에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는 것이 좋다. 그때 무심코 하는 말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아무 문제없었는데 이번에만 그런 것이라고 둘러댔다가 이전에는 과연 잘했는지 전수조사 한 번 해보자고 해서 곤욕을 치렀던 기억이 있다. 그런 말을 아예 안 했으면 한 번 혼나고 넘어갔을 일인데 판이 커지게 된 것이다.




2. 만회하려는 행동 삼가기


잃어버린 포인트를 조금이라도 만회해 보고자 이거 저거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별 소용없는 행동이다.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배우자의 신뢰를 잃은 사람이 청소랑 빨래를 열심히 한다고 과연 잃어버린 신뢰가 회복될까? 절대 아니다.


다른 일로 만회하려고 하지 말고 그 일에만 집중하자. 회사에서도 괜히 팀장님 커피 타드리고, 무거운 짐 들어줄 필요 없다. 그 일 수습하는데 최선을 다하자.





3. 주변 의견에 너무 휩쓸리지 말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예전에 보고를 세 번 거쳐야 일이 진행되는 심각한 관료주의 분위기의 회사를 다닌 적이 있었다. 직속 과장, 팀장, 상무까지 세 번이나 보고를 거쳐야 했다. 그 사이에 보고서는 여러 차례 난도질을 당했고, 마지막에 통과되는 보고서는 처음 내가 생각했던 바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내 일에 미주알고주알 참견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꾸 무리수를 두게 된다.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조금씩 반영하여 행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 소신을 갖고 행동하자. 독불장군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팔랑귀도 결코 좋지 않다.





4. 최악의 상황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겠다고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은 잘 벌어지지 않는다. 최악의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면 최악이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일상적인 나쁜 상황을 최악으로 잘못 분석한 내 상황판단 능력을 탓해야 한다.


독일의 히틀러도 그랬고, 일본의 도조 히데키 내각도 그랬고 괜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선제공격을 했다가 처참하게 망해버렸다. 사실 그 당시 소련이나 미국은 독일, 일본 공격 의사가 없었다. 소련은 협상을 통해 발트 3국과 핀란드 영토 차지하는 선에서 독일과 합의하고자 했다. 대숙청으로 군인 장교 10명 중 7명을 처형했던 소련은 군사력이 약화되어 있어 독일과의 전쟁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던 것이다.


미국 역시도 일본이 만주국, 조선, 대만, 인도차이나, 사이판 이 정도까지 차지한다면 그대로 일본 영토로 인정해주려고 했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으로 힘든 시기였고, 독일을 견제해야 하는 판에 일본까지 신경 쓰기 힘들었던 탓이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소련과 미국이 자기들을 침공하리라고 생각했고, 선제공격으로 선빵을 날려 이들을 제압하고자 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다가 망해버린 것이다. 이처럼 최악의 상황 대비는 무리수로 이어지고는 한다.




마무리하며


'사족'이라는 단어가 있다. 뱀을 더 돋보이게 그리고 싶어서 뱀의 다리를 그리는 바람에 그림을 망쳐버린 일을 표현한 단어이다.


우리도 살면서 사족을 그리는 경우가 참 많다. 딱 여기서 끝냈으면 좋았는데 완벽을 위해 무리수를 두다가 다 망해버리는 것이다. 바둑에서 더 완벽하게 상대방을 제압하려다가 오히려 다른 곳에서 얻어맞고 지는 경우도 있다. 축구에서도 2대 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한 골 더 넣고 3대 0으로 이기고 싶어서 라인 끌어올렸다가 뒷공간이 뚫리는 바람에 역전패당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는 한다.


사람은 멈출 때 멈출 줄 알아야 한다. 그때를 모르면 욕심을 부리게 되고 일을 그르치게 된다. 그리고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분위기를 가진 조직이 있다. 그런 조직에서는 탈출할 준비를 하자. 정상적인 조직이 아닌 곳에서 오랜 기간 일하게 되면 몸과 마음에 병들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일본의 무리수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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