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만남이 가져다준 행운 (메이플라워호와 티스콴툼)

우연한 만남이 큰 행운으로 다가오는 경우

by 보이저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중에는 좋은 인연도 있고 나쁜 인연도 있기 마련이다. 평생을 함께할 우정을 나눌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인 경우도 있다.


우연한 만남 하나가 한 사람이나 집단의 운명을 극적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 역사상 그런 사건이 실제 있었다. 그 사건은 바로 메이플라워호 이주민들과 티스콴툼이라는 인디언과의 만남이다.




메이플라워호의 항해


1620년 한 척의 배가 유유히 대서양 바다 위를 떠가고 있었다. 이 배의 이름은 '메이플라워'호였다. 5월의 꽃이라는 이름처럼 미지의 신대륙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탑승객들의 소망이 잘 담긴 이름이었다. 이 배는 영국 플리머스항을 떠나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항해하고 있었다.


탑승객들은 102명이었다. 이들 중 약 1/3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나선 청교도들이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영국에서의 삶에 실패하고 막다른 상황에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해 보고자 모험을 떠난 사람들이었다. 당시 신대륙이라고 불리던 아메리카 대륙으로의 이동은 극히 위험한 일이었다. 이전에도 정착민들이 여러 차례 배를 타고 신대륙으로 갔지만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질병과 기아, 인디언들의 견제가 극심했던 탓이었다.


메이플라워호에 탄 102명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이들은 마치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처럼 인생 끝자락까지 몰린 사람들이었다. 오죽하면 죽을게 뻔한 그 여정을 따라나섰겠는가. 죽음을 각오했던 그들은 66일간의 긴 항해 끝에 보스턴이 있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지역에 도착하였다.




죽어가는 사람들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극심한 추위와 굶주림이었다. 그 해 겨울에만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102명 중 무려 48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절반 가까이 죽은 것이다. 특히 여성들 중 희생자가 많았다.


봄이 오고 당장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문제는 생존한 54명 중 상당수는 어린아이들이었다. 성인들 대다수는 영국에서 별다른 직업이 없었거나 소상공인들이었다. 농사를 어떻게 짓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별다른 대책도 없이 어떻게든 되겠지 이 생각으로 무턱대고 신대륙으로 왔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주변지역 인디언 부족들에게 낯선 사람들이 해안가에 정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은 왐파노아그족 인디언들로 낯선 사람들이 접근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었다. 이들이 영국 이주민들을 공격한다면 꼼짝없이 당할 판이었다. 먹을 것은 없고 질병에 취약하며 인디언 부족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된 이주민들은 독 안에 든 쥐 신세였다.





행운의 인물 티스콴툼과의 만남


이때 예상치 못한 한 사람이 등장한다. 그 사람은 '티스콴툼'이라는 인디언 남성이었다. 특이하게도 이 사람은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 이게 어찌 된 일이었을까?


스콴토라고도 불리던 티스콴툼은 해안가를 지나가다가 20대 때 영국의 배에 납치되어 영국으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그는 10년 넘는 시간을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기회를 얻게 된다. 자신이 살던 마을 근처 지역의 해안 탐사를 위해 한 영국배가 출항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그 배를 타겠다고 자청했다. 그렇게 15년 만에 고향땅에 도착한 그는 인근 지역을 찾아갔다. 왐파노아그족 추장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이다. 그의 마을은 강력했던 왐파노아그족 영향력 아래에 있었기 때문에 알현이 필요했다.


그 자리에서 얼마 전에 해안가에 상륙했던 영국 이주민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들은 먹지도 못하고 여기저기서 죽어나가며 거지꼴로 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추장은 티스콴툼이 혹시 말이 통하지 않을까 싶어 그를 이주민들에게 보냈다.


이주민들은 깜짝 놀랐다. 인디언들 중에서 영어를, 그것도 원어민이나 다름없이 이렇게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니! 이건 하나님께서 주는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꼼짝없이 다 죽을 판에 인디언과 대화가 가능하 졌다는 것은 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주민들은 그를 열렬히 반기며, 자신들이 왜 영국을 떠나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동안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 자기들은 농사짓는 법을 빨리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였다. 이 쪽에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인디언들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옥수수 씨를 건네주면서 옥수수 재배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 지역 기후와 토양의 특징을 말해주면서 어떻게 농사를 짓는 것이 좋은지 직접 보여주며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그의 호의 덕분에 이주민들은 옥수수를 키우며 굶주림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티스콴툼은 왐파노아그족 추장에게 부탁하여 당장 급한 식량을 얻을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그렇게 이주민들은 다시 힘을 얻게 되었다.

메이플라위 이주민들과 인디언들의 만남


추수감사절의 기원


그렇게 일 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주민들이 사는 지역에는 옥수수가 가득하였고, 그 밖의 다른 작물들도 많이 재배할 수 있었다. 이주민 중에 한 남성은 사냥에 능숙했는데 그가 잡은 칠면조도 한가득 쌓이게 되었다. 그 많은 음식들을 모아 놓고 그들은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잔치를 벌였다. 이 잔치가 바로 '추수감사절'의 기원이다.


이 잔치에는 왐파노아그족 추장을 비롯한 많은 인디언들이 초청되었다. 티스콴툼도 그중 하나였다. 그들은 같이 음식을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만일 이주민들이 영어를 할 줄 알던 티스콴툼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왐파노아그족 추장에게 도움을 받기는커녕 공격을 받고 모두 죽게 되었을 것이다. 자신들이 어떻게 영국을 떠나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설명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농사짓는 법을 배울 방법 역시 없었을 것이다. 티스콴툼과의 만남은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귀한 인연이었다.




우연한 만남이 인생을 바꾼 사례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위의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인생을 살다 보면 생각지도 않게 만난 사람이 내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소설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장발장과 미리엘 주교이다.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19년형을 받고 석방된 장발장은 누런색 통행증을 들고 다닌다. 누런색 통행증은 감옥에서 석방된 전과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그거 묵으려는 여관 주인들은 그 통행증을 보자마자 매몰차게 그를 내쫓는다.


그런 장발장을 따뜻하게 맞아주던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 지역 성당의 미리엘 주교였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미리엘 주교는 장발장에서 따뜻한 음식과 잠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주었다. 그럼에도 장발장의 분노는 크기만 했다. 겨우 빵 한 조각 훔쳤다고 19년이나 가둔 이 세상, 나를 모질게 몰아세우는 사람들에 대한 증오가 응어리진 것이다. 장발장은 그를 환대해 준 이 성당의 은촛대와 은쟁반을 훔치다가 경찰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경찰은 미리엘 주교에게 장발장이 이 물건들을 훔친 것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주교는 본인이 장발장에게 준 것이라고, 절대 훔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며 경찰을 돌려보냈다.


장발장은 뜨거운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때서야 비로소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고, 미리엘 주교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우연한 만남 하나가 장발장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

장발장과 미리엘 주교




떠돌이 악사를 도와줬던 할아버지


이번에는 필자의 할아버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할아버지가 젊으셨을 때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장날마다 트럼펫을 불며 돈을 구걸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밥이나 공짜로 얻어먹으며 실없이 웃기만 하는 그 사람을 아예 상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할아버지만은 달랐다. 수시로 밥도 사 먹이면서 말동무도 되어주고 따뜻하게 대해주었다고 한다.


할어버지가 30대 초반이던 시절, 6.25 전쟁이 터졌다. 마을은 금세 북한 인민군이 점령하게 되었다. 마을의 수많은 젊은 남자들은 강제로 인민군에 징집되었다. 할아버지도 꼼짝없이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이미 결혼해서 자녀가 다섯 명이나 있던 할아버지에게 큰 위기가 찾아온 것이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던 그 나팔 부는 사람이 인민위원장이 되어 있던 것이었다. 하루아침에 인생이 역전된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강제 징집되어 초등학교 운동장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그가 인민군 장교에게 급하게 소리쳤다.



"저 사람은 좋은 사람입니다. 내가 힘들 때 진심으로 도와준 분이에요. 저 사람은 데려가시면 안 됩니다"



평소에 늘 소외되었던 그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도와준 덕에 할아버지는 징집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때 인민군에 징집되었던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고, 돌아온 사람들도 부역자라는 낙인 속에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자손들까지 연좌제가 적용되어 힘들게 살아갔다고 한다. 평소에 어려운 사람을 챙긴 것이 위기의 순간에 큰 빛이 된 것이었다.




좋은 인연을 맺는 방법


이처럼 만남이 우리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생각지도 않게 거래처에서 먼저 좋은 계약을 제안하기도 하고, 평소 그냥 알고만 지내던 사람이 생각지도 않게 같이 일해보지 않겠느냐 말하기도 한다.


지인이 우연히 건넨 말이 막혀 있던 내 문제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인은 그저 단순하게 한 말인데 그 말에서 영감을 받는 것이다. 물론 모든 만남이 다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너무나 호의적이어서 마음을 다 뺏겼는데 알고 보니 사기꾼이었던 경우도 있다.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무례한 사람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모든 만남을 귀하게 여길 줄 알자. 그 사람이 가진 특징이 나에게 언제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 하찮아 보일지 모르는 특징이라도 언제 어떻게 나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적극적 경청을 하자.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이건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 있기 마련이다. 듣는 동안에는 점심에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퇴근하면 넷플릭스에서 뭘 볼지 이런 고민하지 말고 온전히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자. 대충 듣게 되면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해도 피가 되고 살이 되기는커녕 귀만 아플 뿐이다.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사람과의 만남은 참 소중하다. 메이플라워호의 정착민들은 티스콴툼이라는 영어를 잘하는 인디언을 만난 덕택에 생존할 수 있었다.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범죄의 늪에 다시 빠져들었을 것이다. 우리 역시도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을 생각지도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런 인연은 우연히 찾아오기도 하지만,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그 인연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메이플라워호의 이주민들은 생존을 위해서는 뭐든 다 할 수 있는 절박함이 있었고, 장발장은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다. 내 주변에도 그런 소중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때로는 따스한 말로, 때로는 다소 거친 충고로 나를 일깨워주는 사람이다. 그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적극적으로 경청하자.


춘추전국시대 때 맹상군은 많은 사람들을 후하게 대접했다. 그중에는 닭 울음 잘 내는 사람, 손 기술이 좋은 사람도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그딴 것도 재주냐고 비웃었지만 맹상군은 그들을 챙겨주었다.


훗날 맹상군이 목숨의 위협을 느끼던 상황에서 손기술이 좋은 사람은 진나라 왕이 가진 여우가죽 옷을 훔쳐 후궁에게 바침으로서 후궁의 비호 아래 감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닭 울음소리를 잘 내던 사람이 낸 닭 울음 덕에 군사들은 새벽 문 여는 시각으로 착각하고 성문을 열었고 그 덕에 맹상군은 성 밖을 탈출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내가 맺고 있는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차별하지 말고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해주자. 그 사람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때 인연을 끊으면 된다. 지레 이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선입견을 갖고 대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메이플라워호와 장발장 그리고 맹상군의 사례를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인연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된다."
파울로 코엘료 (Paulo Coel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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