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타이밍을 놓치면 참 곤란해집니다.

일못러에서 벗어나는 방법

by 보이저

배 대리는 오랜 기간 처리하지 않은 법인카드 결제 건이 몇 건 있다. 회식이 끝나고 집에 가면서 택시비를 결제한 것인데 팀장에게 승인도 받지 않고 술김에 법인카드로 택시비를 결제한 거라 전표를 올리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는 것들이다.


사실 배 대리는 회식 다음날 팀장에게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깐깐하기 그지없는 팀장은 이걸 그냥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괜히 불려 가서 욕먹는 것은 너무나도 무섭고 싫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어느새 석 달 넘게 그 비용건은 처리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말았다.


연말이 되자 재무회계팀에서 이메일이 날아왔다. '올해 미처리된 법인카드 결제 건이 있습니다. 다음 주까지 모두 처리해 주세요. 미처리 시는 법인카드가 정지됩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미 석 달이나 지났는데 이걸 어떻게 보고 드리지? 은폐했다고 그럴 텐데. 팀장 성격에 이걸 그냥 넘어갈 리 없고 경위서 작성하라고 난리 칠 텐데.. 큰일이네. 배대리는 정신이 아찔해진다. 그 당시에 욕먹을 각오하고 말했어야 했었는데.. 타이밍을 놓치게 되니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말았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우리가 살면서 숱하게 들어본 말이다. 연애도 그렇고 회사에서의 보고도 다 타이밍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앞서는 바람에 너무 성급하게 고백해 버리면 상대방은 당황하게 된다. 반면에 너무 뜸을 들이게 되면 이미 상대방의 마음은 식어버리고 만다.


회사에서의 보고도 마찬가지이다. 즉시 보고가 원칙이라고 말하지만, 팀장이 한참 정신이 없거나 기분이 나쁠 때 보고를 해버리면 그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 아무리 걸작을 들고 가도 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좋은 일이야 타이밍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결혼식을 앞둔 신랑, 신부에게 보금자리 주택에 당첨되었다는 희소식은 결혼 전에 말하건, 그 후에 말하건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쁜 소식일 경우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다. 언제 말하느냐에 따라 매를 한 대 맞기도 하고 열 대 맞기도 한다. 그리고 묵히고 있다가 뒤늦게 꺼내게 되면 그만큼 괘씸죄가 추가되어 더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된다. 위 배대리 사례에서 배대리가 자기 마음대로 회식 때 택시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을 바로 팀장에게 말했다면 일이 이처럼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절한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이유


그러나 좋은 타이밍이 언제인지 알아채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 촉이 발달해 있다. 그래서 가야 할 때와 멈추어야 할 때를 기가 막히게 잘 알고 처신한다. 눈치가 부족한 사람들은 이게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멈추어야 할 때 달려가고, 정작 달려야 할 순간에는 가만히 서있는다.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더 욕을 먹는 경우가 참 많다.


타이밍을 잘 아는 것은 눈치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얼마나 신뢰가 쌓여있고 친밀한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리더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타이밍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뭘 말해도 크게 혼나지 않기에 나쁜 일은 바로 보고하고 끝내면 되기 때문이다.


리더와의 관계가 좋은 사람들은 그만큼 리더와의 소통이 많기에 지금 리더의 기분이 어떠한지, 얼마나 바쁜지 꿰뚫고 있다. 그렇기에 언제 보고해야 할지를 잘 안다. 리더의 스케줄이나 성향을 잘 알기에 대처가 쉬운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상황이 다르다. 늘 적절한 타이밍을 찾기 위해 전전긍긍해야 한다.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철퇴를 맞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타이밍은 눈치 싸움이기도 하지만 신뢰, 인간관계에 따라 그 중요성이 달라진다.




내가 해결해 보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


보고하지 않고 혼자서 해결해 보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애쓰다가 이도 저도 안되게 된다. 사업이 크게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다음 패턴을 많이 따라가게 된다. 먼저 이곳저곳 지인들을 찾아다니면서 기한 안에 돈은 꼭 갚을 테니 돈 좀 빌려달라고 손을 내밀게 된다. 그러나 사업은 침몰하는 난파선 마냥 점점 바다 아래로 가라앉고 만다.


이쯤이 되어서야 사업가는 비로소 가족들에게 심각한 상황을 실토한다. 도저히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거대한 벽이 가로막을 때 그때서야 입을 여는 것이다. 이때 가족들은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 마구 흔들리게 된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실수를 했거나 사고가 터졌을 때 사람들은 바로 보고하기보다는 일을 키우지 않고 자기 손으로 수습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흘러가고 수습은커녕 일만 더 복잡해지게 된다. 결국 덮어버리거나 조작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은폐하기도 하며 이런 일들이 나중에 발각되기도 한다.


빨리 보고했으면 되는 일을 크게 키우고 만 것이다. 마치 암이 발견되었을 때, 암 2기 상태에서 치료받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민간요법에만 의지하다가 암 4기로 악화되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환자와 같은 상태인 것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나타나는 문제점


적절 핫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게 될까? 그 대가는 크다. 특히나 회사에서 타이밍을 놓치는 것은 문제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기에 문제가 심각해진다.



1. 관계 및 신뢰 손상


리더는 나에 대해 시킨 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 숨기고 은폐하려 드는 경향이 있어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자꾸 나에게 주어지는 일이 줄어들거나, 중요성이 떨어지는 잡무 위주로 할당이 이루어지게 된다. 제 때 처리하지 못하고 자꾸 숨긴다고 생각하기에 일을 믿고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2. 결과의 질적 저하 및 리스크 증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처리할 수 있는 여유를 잃어버리고 급하게 처리하게 되면서 결과물의 완성도가 떨어지게 된다. 상황이 이미 악화된 후에 대처하게 되면, 선택지가 줄어들게 되고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는 절대 안 되지만,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지나가는 행인을 치게 되었다고 하자. 빨리 구급차를 부르고 경찰에 사고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당연히 민, 형사상의 처벌을 받겠지만 그게 순리이다.


그러나 처벌받을 걱정 때문에 자꾸 시간을 끌면서 도망갈까 말까 이 생각만 하게 되면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된다. 다친 행인의 목숨이 위태로워지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된 뒤에 일을 처리하는 것은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바람직한 방법



1. 커뮤니케이션의 타이밍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받았을 때, 바로 답변할 수 없더라도 "확인했습니다. 언제까지 답변드리겠습니다."와 같이 수신 확인과 예상 답변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이는 상대방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꼼꼼하게 검토가 필요한 내용인 경우, 피드백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확인한 후 전달하자. "금일 오후 3시까지 검토 후 회신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상대방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2. 업무 실행의 타이밍


눈에 보이는 대로 원칙 없이 일을 처리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모든 작업에 대해 마감일을 설정하고, 실제 마감일보다 일찍 완료한 뒤, 검토하도록 하자. 실수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기 싫은 일일수록 먼저 하자. 사람의 심리가 하기 싫은 일은 안 하려는 경향이 있다. 손이 많이 가고 여기저기 전화해서 확인해야 되며, 예전에 실수했던 기억이 있는 업무는 더더욱 하기 싫기 마련이다. 쓰레기는 묵혀두면 악취가 점점 더 심해진다. 나를 괴롭게 하는 이런 쓰레기 같은 업무는 악취를 풍기기 전에 빨리 끝내버리자. 높은 산을 정복하게 되면 그다음 나타나는 작은 산들은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일 것이다.




3. 상사에게 보고할 때 적절한 타이밍


상사에게 보고는 쉽지 않은 일이다. 상사와의 관계가 소원하다면 보고 난이도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상사와의 보고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참 중요하다.


좋은 일은 가급적 빨리 보고하자. 원래 좋은 소식은 빨리 알려서 나도 칭찬받고 상사도 기뻐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나쁜 일을 입 밖으로 꺼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나도 많이 겪어봐서 아는데 손발이 떨리고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럴수록 용기를 내어 문제가 발생하자마자 즉시 보고하는 것이 좋다. 시간을 끌수록 수습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문제만 딱하고 보고하지 말고, 문제를 분석한 뒤 재발 방지 방안이나 해결책을 같이 제안하도록 하자.


아무리 중요한 보고라도, 상대방이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상사가 회의 전후, 다른 긴급한 업무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보고 주기를 먼저 제안하고 상호 합의를 이루면 참 좋다. 주간 보고, 월간 보고 등 정기적인 보고 주기를 상사에게 먼저 제안하고 합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렇게 서로 약속하며 신뢰를 쌓아 나가도록 하자.


"팀장님, 영업 대리점 통합 프로젝트 진행 상황은 매주 월요일 오전에 간략히 보고 드리려고 하는데 일정 괜찮으신가요?"




4. 타이밍을 잘 모르겠다면 물어보자


그래도 타이밍을 잘 모르겠다 싶을 때가 있다. 솔직히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위에서 방법을 쭉 나열했지만 이게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리더의 기분은 시시각각 바뀌고 당장 급하게 보고해야 하는데 리더가 기분이 나쁘다고 보고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는 부서에 오래 근무한 사람, 그중에서도 핵심 인재로서 리더와 자주 소통하는 사람에게 한 번 물어보자. 그런 사람들은 소통 경험이 많기 때문에 촉이 발달해 있다. 보고는 언제 할지, 이 업무는 중요한지 등을 물어보고 따르면 적어도 실패할 일은 없다. 잘 모를 때는 타인의 지혜를 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마무리하며


유명 밴드 '마이클 런스 투락(Michael Learns's to Rock)''25 minutes'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Boy I missed your kisses. But 25 minutes late"


사랑했던 여인의 결혼식은 25분 전에 끝나버렸고, 남자가 25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슬픈 가사이다. 직장생활에서도 타이밍 때문에 피를 보는 경우가 있다. 직장상사가 회의에서 임원에게 실컷 털리고 기분이 착 가라앉아 있는데, 나쁜 소식을 보고한다. 이건 "나 죽여주세요" 하고 도끼를 들고 상사를 찾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을 바꿔보면 다음과 같다. 직장생활에서 타이밍은 참 중요하다. 쉬운 영역은 아니지만 하나씩 실천하고 습관이 되면 분명 달라질 것이다.


"좋은 타이밍 한 번에 천냥빚을 갚는다"



※ 설 연휴 이틀간 잠시 쉬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스키장에서 설원을 가르고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혹시 기계적으로 생각 없이 일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