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일 잘하는 방법
"공 대리님! 지난달 서빙로봇 판매실적 자료 요청드렸었는데 언제쯤 가능하실까요?"
"네? 언제 요청하셨는데요? 저 그런 요청받은 적 없습니다"
"제가 일주일 전에 전화로 말씀드렸잖아요!"
"그때 요청하신 건 AI 자동응답 서비스 실적 아니셨나요? 저는 그렇게 기억합니다. 그 자료는 엊그제 보내드렸잖아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분명히 전화로 서빙로봇 판매실적 달라고 했는데 옆 부서 공 대리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다. 이걸 녹음이라도 했어야 하나.. 증거자료를 들이밀어야 믿으려나. 그러나 입증할 방법이 없다. 불현듯 내가 진짜로 잘못 요청한 건가 별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나저나 이거 큰일이다. 오늘 보고서 써야 하는데..
위의 사례와 같은 일을 다들 겪어보셨을 것이다. 상대방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상대방이 말한 것을 다르게 이해하기도 하고, 기억이 나지 않아 오해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 청년이 멋을 한껏 내고 싶었다. 동네 미용실에 들어간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장님! 샤기컷으로 커트해 주세요!"
주인아주머니는 OK 싸인을 보이며 청년을 의자에 앉혔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던 청년은 의자에 앉자마자 꾸벅꾸벅 졸기 바빴다.
다 끝난 걸까? 주인아주머니는 청년의 어깨를 흔들어 깨운다.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 청년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막 입대하는 청년 마냥 5밀리미터의 스포츠머리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앗! 사장님! 샤기컷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게 뭐예요?"
"응? 솔저컷이라고 한 거 아니었나요?"
단어를 서로 다르게 알아들은 것이다. 그래서 오해가 생긴 것이었다.
환자가 병원 진료실 문을 빠꼼히 열고 들어온다. 의사가 환자에게 묻는다.
"어떻게 오셨어요?"
"300번 버스 타고 수원에서 왔어요"
의사가 궁금한 것은 환자가 타고 온 교통수단이었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의사가 알고 싶은 것은 아픈 증상이다. 그럼에도 환자는 어떻게라는 단어에 꽂혀 교통수단으로 이해한 것이다.
나는 분명히 이야기했는데 상대방은 기억하지 못하거나, 반면에 상대방은 분명히 말했다고 하는데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기억은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이 있다. 한 번 들었던 내용을 되뇌고 정리하지 않으면 내가 들었던 내용은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콜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상담사가 이 번호가 아니라고 주무 부서 전화번호를 가르쳐 준다. 1600-1100이라고 한다. "1600-1100" 주문을 외듯이 부지런히 이 번호를 되뇌며 전화를 건다. 전화가 다 끝나고 딱 10분만 지나도 이 번호는 더 이상 기억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나에게 중요한 번호가 아니기에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지 않고 기억 저 편으로 날아가버린 것이다.
업무 상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한 번 듣고 이걸 리마인드 하지 않으면 다시 떠오르지 않게 된다. 이 경우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기억이 희미해진다. 마치 뭉크의 절규 그림처럼 배경이 희미해지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하였던, 대화를 할 때 오해가 생기는 이유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회사에서 의사소통은 필수 요소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사소통에서 자꾸 오해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참 다양하다. 사전 지식이 부족하여 이해를 잘 못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바쁜 일이 있다 보니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지 못해 벌어지기도 한다.
상대방과의 대화가 원활하지 못하면 두 번, 세 번 계속 확인해야 한다. 시간이 많으면 이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한창 바쁠 때 계속 확인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상대방이 휴가 중이거나 회의에 참석한 경우에는 맞추기도 어려워진다.
그래도 위의 경우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아예 잘못 이해하고 일을 다 진행했는데 결과가 잘못된 경우는 돌이키기 어렵다. 이 경우는 책임소재를 따지게 되는데, 설령 내 잘못이 아닌 게 밝혀진다고 해도 이미 망친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만큼 오해가 가져오는 악영향은 매우 크다.
이번 글에서는 상대방과의 소통 시 오해를 줄이는 법에 대한 설명보다는, 명확하게 기록을 남겨 분쟁 시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의사소통 시 서로 이해한 내용이 다른 경우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이때 누가 이해하고 있는 내용이 정확한지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결국은 기록이다. 쓰이지 않은 것은 남지 않는다. 반드시 글로 남겨야 한다. 그렇다면 글로 남기는 효과적인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이메일'이다. 다이어리에 쓰거나 PC 내 일정표에 작성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상대방과 상호 합의된 내용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내 기억에 의존해서 작성한 것이다. 정확할 수 없는 것이다.
전화통화나 문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전화통화는 녹음한 것이 아닌 이상 기록이 남지 않는다. 녹음을 했다고 해도 상대방 동의가 없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리고 장황한 통화 내용 중에서 나에게 필요한 내용을 추출해 내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문자 역시도 긴 내용을 직접 타이핑해서 보내기는 쉽지 않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손가락도 아프다. 쓰다가 버튼 잘못 눌러서 지워지기라도 하면 피눈물이 흐른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이메일이다. 첨부파일로 세부사항을 정리하여 같이 보낼 수도 있고, 정리된 형태로 알기 쉽게 내용을 작성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상대방과 대화한 내용은 이메일로 정리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업무 내용을 이메일로 정리할 때는 핵심만 간결하게 작성하면 된다. 아래 예시를 참고해 보자.
위 예시를 보면 다음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길게 쓸 필요 없다. 짧게 용건만 정해서 정리하면 된다. 상대방에게 보내고 이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정도로 정리만 해도 내가 틀리지 않고 업무를 할 수 있고, 서로 이해한 내용이 다른 경우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동상이몽'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자리에 함께 있음에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업무 이해도, 관심사가 다르기에 같이 대화를 해도 다르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뒤늦게 사고 터지고 나서 누가 잘못했네 서로 싸우는 것보다 미리미리 이런 일을 예방하자. 결국 기록이 중요하다. 기록이 있으면 그 내용 근거로 일하면 되고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 기록을 근거로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메일로 간략하게 핵심만 요약해서 상대방에게 보내자. 그러면 상대방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수정해 줄 것이다. 정리된 자료가 있다면 나와 상대방 모두 이해하기 쉽고 의사불일치를 막을 수 있다.
이메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을 꼭 습관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