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상황 극복방법 알아보기
2025년 4월 14일 늦은 시각,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터벅터벅 홀로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큰 평수의 고급 아파트에 어울리지 않는 허름한 차림의 이 남성은 자꾸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눈에는 힘이 없고, 수전증이 있는 사람처럼 손을 덜덜 떨고 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는 멈추고 그는 힘없이 집 안으로 들어간다. 애써 밝은 미소를 지으며 그는 부엌으로 간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냉장고에서 커다란 요구르트 통을 꺼낸다. 요구르트가 먹고 싶었던 걸까? 그런데 그의 행동이 왠지 수상하다. 가족들이 있는지 살피더니 요구르트를 먹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요구르트통을 들고 주방 베란다로 조용히 나갔다.
사실 그 요구르트통은 어제 아내가 마트에서 사 온 것이다. 유난히 가족들은 요구르트를 좋아했다. 변비로 고생하던 가족들은 요구르트를 필수품처럼 먹고 있다.
그는 갑자기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낸다. 비닐봉지에는 하얀 가루가 잔뜩 들어있다. 그는 그 봉지를 통째로 요구르트통에 부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그 통을 냉장고에 쓰윽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큰 소리로 소리친다.
"아! 점심을 부실하게 먹었더니 배고프네. 오늘은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집에 있으니 오래간만에 맛있게 저녁 좀 먹어볼까?"
평소 무뚝뚝했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집에 들어오면 바로 골프 가방 둘러메고 스크린 골프장으로 가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는 냉장고에서 문제의 그 요구르트통을 슬쩍 꺼낸다. 그러고는 접시 여섯 개에 요구르트를 가득 담았다. 그러보는 자리마다 하나씩 올려놓는다.
"아버지, 어머니! 집에 올 때 보니 벚꽃이 활짝 피었던데 주말에 같이 벚꽃이나 보러 가실래요?"
"아이고. 됐다. 이 노인네가 벚꽃은 무슨.. 너네들끼리 잘 다녀오려무나"
그 말을 듣고 있던 아내와 두 딸은 살짝 미소를 짓는다.
"벚꽃 보러 우리 같이 간 적이 있었나? 언제가 마지막이었나 기억도 안 나네"
"아빠가 웬일이야? 늘 골프만 치더니 웬일로 벚꽃이래?"
"그리고 자리마다 왜 요구르트? 아빠 요구르트 잘 안 먹더니 이제 좋아하게 됐나 봐?"
"나도 요즘 변비가 있어서. 이제 부지런히 먹을 거야"
그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사실 그의 관심은 가족들이 요구르트를 먹는지 안 먹는지에 쏠려 있었다. 가족들이 요구르트를 먹는 모습을 보는 순간 남성의 눈에 순간적으로 살기가 비췄다.
"아! 잘 먹었다. 그런데 어제 폰 보느라 늦게 자서 그런가 엄청 졸리네요"
"어미야. 나도 춘곤증이 오나 오늘은 유난히 졸리는구나"
"어머님, 그러고 보니 저도.. 어.. 왜 눈이 스르르 감기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들 잠이 든다. 심지어 딸은 식탁에 앉은 채로 그냥 엎드려서 잠이 들었고 80대 노부부는 술에 곤죽이 돠 사람처럼 거실에 대자로 뻗어 그대로 잠이 들었다. 요구르트 속에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일까?
"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여보, 그리고 얘들아.. 정말 미안하오.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았어. 그렇지만 이것밖에 방법이 없어. 못난 자식 때문에 죄송합니다. 못난 남편, 아빠 만나게 해서 정말 미안하오"
그는 살며시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서 목을 졸랐다.
웬 범죄소설인가 싶으시겠지만, 위의 이야기는 실제 벌어진 사건을 각색한 것이다. 2025년 4월 14일, 50대 가장이 일가족에게 수면제를 몰래 요구르트에 타서 먹인 후 목을 졸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80대인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 20대와 10대인 두 딸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이 남성은 가족 구성원 5명을 살해한 직후, 광주에 있는 오피스텔로 피신했다. 그곳에서 자살을 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곳에서 자신의 모든 흔적을 다 지우고 세상을 등지려고 했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그는 이런 반사회적인 범죄를 저질렀던 것일까?
그는 광주지역 중견 건설업체의 회장이었다. 집은 용인이었지만 그는 주말부부 생활을 하며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건설경기가 호황일 때는 돈을 가방에 쓸어 담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 1억 원 정도는 우습게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건설경기는 부침이 심한 법이다. 특히나 지방 쪽 건설은 경기 영향을 더 심하게 받는다. 특히나 그는 광주에서 대단지 주택사업을 크게 벌이고 있었다. 받은 대출금만 수십억 원이었다. 만기일은 다가오고 있었으나 갚은 방법은 전혀 없었다. 결국 만기일이 되었고 그는 변제 의사도 없이 돈을 빌린 것이 되어 사기죄로 수배령이 떨어지게 되었다.
이 지경이 되기까지 그는 가족들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가족들은 여전히 사업이 정상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사업은 실패했고 수십억의 막대한 빚만 남게 되었다. 이제 막다른 길에 몰린 것이다.
'내가 목숨을 끊으면 그 뒤는 어떻게 될까? 가족들에게 이 빚이 고스란히 넘어가겠지?'
그는 가족들부터 먼저 살해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고 나서 그도 목숨을 끊을 생각이었다. 다른 방법은 전혀 없다. 그렇게 그는 선택하면 안 될 길을 가고 만 것이다.
이 사람은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이 사건 가사에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저런 인면수심의 인간에게는 사형도 아깝다, 가족들은 도대체 무슨 죄냐, 판사가 자꾸 봐주니 저런 사건이 반복된다 등등 강한 비난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일벌백계로 엄히 다스려야 한다. 애꿎은 가족들까지 살해한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슴 한 편에는 저렇게 궁지에 몰리면 사람은 판단력을 잃을 수 있겠다 싶었다. 사업이 망하고 수십억의 빚을 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가 제1 금융권인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사채에 손을 벌렸을 가능성이 큰데 사채업자들이 곱게 놔뒀을 리 만무하다. 집까지 쳐들어가서 난장판을 벌이고 딸들이 다니는 학교까지 가서 망신 주고 그 그림이 그려졌다.
가족들이 빚의 수렁에 빠져 평생 헤어 나오지 못하는 수령에 빠지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 가족법에는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제도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이 사람이 사망했을 때를 전제로 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처럼, 한정승인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고 해서 깡패랑 한 통속인 사채업자들이 포기할리 없다. 그 뒤로는 입에 담기도 힘든 고통이 닥쳐올 것이다.
연예인들이야 수 십억 빚을 금방 갚는다고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오히려 빚 갚는 속도보다 이자 불어나는 속도가 더 빠를 것이다. 빚을 탕감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채업자에게는 씨알도 안 먹힐 소리일 뿐이다.
그런 상황을 알기에 가족들과 같이 이 세상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동정이 일었다. 사업이라는 것은 언제든 기울어질 수 있는 리스크가 늘 도사리고 있다. 직장을 떠나는 순간 언제든 사업을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나 역시 그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시야가 좁아지게 되며 당장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아무리 탈출구를 떠올려봐야 나올 리 없다. 로또 1층 당첨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고통이 가족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숨이 막히고 답답한 상황인가? 이 고민을 가족들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고, 그 누구의 조언도 받지 못하는 상태였을 것이다. 그 심정이 이해되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에서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범죄단지가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수천 명의 한국인들이 그곳에 감금되어 보이스 피싱 등 범죄에 동원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범죄단지를 벗어나려고 하는 경우에는 무자비한 폭력이 가해졌다. 그곳으로 간 한국인들은 대다수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말에 꾀어서 그곳에 갔다가 범죄에 연루되는 것이다.
취업할 곳은 마땅치 않고 나이는 점점 들어가고 그 상황에서 조바심을 느끼다가 그런 곳으로 가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런 미개발국에 좋은 직업 따위가 있을 리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나라에 좋은 직장이 널려있다면 뭐 하려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한국에서 힘든 일을 하고 있을까? 다급해지니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이다.
축구에서도 경기에 지고 있는데, 골은 들어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무리수를 두게 된다. 라인을 잔뜩 공격 쪽으로 끌어올려서 공격에만 치중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뒷공간이 뚫려 소나기골을 얻어맞고 대패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되면 빠져나오기는 정말 어렵다. 빠져나오려고 할수록 진흙탕은 더 강하게 나를 끌어당길 것이다. 결국 막다른 상황에 아예 몰리지 않는 것이 해답이다. 그렇다면 막다른 길에 몰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그동안의 성공에 도취되는 경우 자신의 능력에 도취된다. 세상이 쉬워 보이고 이 세상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게 느껴진다.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것이다.
이 시기가 가장 위험한 때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지점에서 교만함에 빠져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내가 잘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말 신중해야 한다. 내가 잘 모르는 일은 위험부담이 큰 탓이다.
지산감에 취하는 경우, 자꾸 일을 벌이게 된다. 사업가들은 대출을 잔뜩 받아 사업을 문어발처럼 확장하게 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일을 마구 벌린다. 바닥이 드러난 마른 호수에 비 몇 방울 쏟아진 것 가지고 물이 잔뜩 들어왔다고 상황을 오판하는 것이다.
무리하게 확장하게 되면 반드시 부작용이 따라오게 된다.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운 회사치고 끝이 좋은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는 이미 IMF 경제 위기 때 그런 기업들이 넘어지는 것을 수없이 보았다. 내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고 쓸데없이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 현명한 태도이다.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을 나 혼자 짊어지고 끙끙 앓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짐을 홀로 지고 가는 것이다.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실패를 인정하기 싫다는 자존심 때문에 등등 많은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알아야 나를 이해해 주고 조언을 주게 된다. 이게 안되면 저 사람은 왜 이렇게 예민하고 화를 잘 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막다른 길에 다 몰린 다음에야 사실을 이야기한다면 그때는 이미 늦다. 그때는 아무 대책도 세우기 어렵다. 적군이 3미터 앞까지 왔는데 비로소 적군이 왔음을 알리는 것과 같다.
주변에 미리 알리고 조언도 구하면서 시간도 충분히 벌고 같이 고민하며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족은 하나의 공동체이다. 기쁨도 같이 슬픔도 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 혼자서 끙끙 고민하지 ㅇ말자.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은 너무나 비극적인 사건이다. 무리하게 사업을 크게 확장하지 않았다면, 가족들에게 미리 사실을 이야기하고 머리를 맞대고 살 길을 찾았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사람은 극한 상황에 빠지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이성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눈앞에 닥친 힘든 것만 생각하게 된다. 시야가 좁아지다 보니 다양한 선택지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주변의 조언도 받지 못하게 되니 내 짧은 지식에만 의존하게 되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가족들에게 미리 사실을 이야기하고 같이 머리를 맞대보자. 집단 지성에 의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쉽사리 그 일에 뛰어들지 말자. 주식도 단타로 몇 번 돈을 벌게 되면 나는 주식이 체질에 맞다고 큰돈을 주식에 다 투자했다가 물리는 경우가 많다. 작은 성공 몇 번이 독이 되는 것이다.
나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고 나 자신에게 너무 많은 점수를 주지 말자. 내가 잘 모르는 일에는 섣불리 뛰어들지 말자. 일단 수렁에 빠져들게 되면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다. 불행한 사건 소식을 접하고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