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에서 충분히 잘할 수 있습니다(아프리카 통일벼)

나에게 맞는 조직을 찾는 방법

by 보이저

한 곳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지만, 환경이 바뀌고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력이 달라진 것은 아닌데 나에게 호의적이고 나를 존중해 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숨겨진 잠재력이 폭발하게 된 것이다.


스포츠 선수 중에서도 이런 사례가 자주 등장하고는 한다. LG트윈스에서는 주전으로 뛰지 못하던 이용규 선수는 기아 타이거즈로 트레이드가 된 이후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며 최고의 1번 타자라는 칭호를 받게 되었다. 축구에서도 전진우 선수는 수원 삼성 시절에는 수많은 기회를 주었음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전북 현대로 팀을 옮긴 이후 엄청난 골 생산능력을 보여주며 국가대표팀에까지 합류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없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다가 아프리카로 가게 된 뒤, 아프리카 식량난을 해결할 구세주라고 평가받으며 엄청난 인기를 끈 작물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통일벼'이다. 통일벼를 통해 환경이 나에게 미치는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통일벼의 개발


1960년대 한국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다. 하루에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을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박정희 정부는 기존 벼보다 수확량이 많은 벼를 개발하라고 농촌진흥청에 지시하였다. 개발을 주도하던 허문회 박사는 우리가 먹는 자포니카 종과 동남아시아에서 먹는 인디카 종을 교배하여 통일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벼는 1970년대부터 빠르게 농촌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기존 벼보다 생산량이 무려 40퍼센트나 더 많았기에 통일벼 개발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전국에 보급된 통일벼 덕에 기아와 빈곤은 빠른 속도로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러나 통일벼가 장점만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밥맛이 없다는 것이었다. 안남미라고 불리던 동남아시아 계통의 크고 길쭉한 인디카종을 교배하는 바람에 인디카종 밥맛이 났던 것이었다. 자포니카종에 입맛이 길들여진 사람들은 통일벼가 맛있게 느껴질 리 없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통일벼는 맛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배고프던 시절에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에 밥맛과는 상관없이 열심히 통일벼 쌀을 먹었다.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이 힘들었던 시절 통일벼는 보릿고개를 넘어가게 해준 일등공신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자 통일벼는 점점 애물단지가 되어갔다. 통일벼는 값이 저렴함에도 찾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었고 정부미가 되어 비축용 쌀로만 활용될 뿐이었다. 졸지에 주전 자리에서 밀려나 벤치만 달구는 후보선수가 되고 만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통일벼의 부활


한국에서 생명력을 잃어버린 통일벼, 그냥 이렇게 최후를 맞이하나 싶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곳은 바로 아프리카 대륙이었다.


아프리카는 여전히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충분한 양의 식사를 하지 못한 채, 하루 2달러 이하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국민들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식량 자급률은 겨우 45퍼센트에 불과해서 수입을 통해 식량문제를 해결해야 하나, 가난한 국가가 그 돈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이때 대한민국의 통일벼가 구세주가 되었다. 한국인들은 동남아 쌀 특유의 맛이 난다고 먹지 않았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은 오히려 인디카종 특유의 맛과 향기를 더 선호했다. 그리고 통일벼의 단점 중 하나가 추운 날씨에 약하다는 점이었는데 열대 기후인 아프리카에서는 이게 전혀 문제 될 일이 없었다.


아프리카에서는 환호성을 질렀다. 기존 쌀 품종보다 최대 3배까지 생산량이 더 나오는데 심지어 맛있기까지 하니 이건 녹색혁명이었다. 통일벼를 재배했던 농가들은 고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더 이상 굶주리지 않아도 되었고, 먹고 남는 쌀은 시장에 팔아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이 돈으로 아이들 학교도 보내고 집도 현대식으로 개량할 수 있었다.


이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미 통일벼를 도입해서 큰 성공을 거둔 마다가스카르, 가나, 말라위 외에 가나, 세네갈, 우간다 등 아직 통일벼를 도입하지 않은 수많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너도 나도 통일벼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덩달아 한국의 이미지도 크게 치솟게 되었다.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나의 모습


통일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내가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심리학에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긍정적인 기대를 하게 되면,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사람의 심리를 나타내는 것이다. 착한 아이라고 선생님께 자주 칭찬을 받는 아이는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주변의 어려운 학생들을 챙기게 되고,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도 줍게 된다.


반면에 '낙인효과 (Stigma effect)'라는 것도 있다. 주변에서 계속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는 사람은 나는 원래 형편없는 사람이고, 뭘 해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고 자신감을 상실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면서 점차 위축되고 눈치만 보게 되며 자기가 가진 능력의 반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앞서 설명했던 스포츠 스타들도 이전 팀에서는 감독의 냉대와 팬들의 질책 속에 기가 죽어서 제 기량을 보이지 못했던 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환경으로 가게 되면서 미처 피지 못했던 기량이 만개하게 된 것이다.


직장인도 마찬가지이다. 유난히 나에게 호의적인 직장상사들이 있다. 반면에 마치 잡아먹을 듯이 나를 공격하고 괴롭히는 직장상사들도 만나게 된다.


직장상사가 나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팀 동료들도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진다. 괜히 이 사람이랑 어울렸다가는 나까지 찍히겠구나 싶으면 사람들은 나와 거리를 두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무슨 내 실력이 발휘되겠는가? 어떻게 하면 혼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고, 능동적인 일처리는 불가능해진다. 혼나지 않을 정도로만 일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적대적인 환경에 대처하는 방법


그렇다면 나에게 적대적인 환경을 벗어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일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특히나 나이가 40살이 넘었다면 이제 내 의지대로 회사를 마음대로 옮기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이 환경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곧 직장에서 아웃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장 집안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오게 된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대처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1. 직장상사와 진솔하게 대화하기


나에게 상사가 갖고 있는 불만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 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것일까? 내가 혹시 잘못한 부분이 있는 걸까? 여기에 대해 시간을 두고 꼭 허심탄회하게 상사와 1대 1로 대화를 나누어 보자.


내가 잘못했는데 제대로 사과를 안 하고 넘어갔거나, 문제가 반복되는 경우처럼 내 탓인 경우에는 정중히 사과하자.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조심할 것인지도 같이 말하도록 하자. 상사가 오해를 한 경우였다면 사실관계를 잘 이야기하고 오해를 풀면 된다.


그러나 내 잘못이 아님에도 상사가 시비를 거는 것이거나, 부당한 일을 강요하는 것이라면 이건 직장 내 괴롭힘이다. 증거를 수집하여 법과 절차에 따라 대응하는 것도 생각해 보자.





2. 내 강점을 개발하고 약점은 보완하기


다른 환경으로 간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보다 못한 상황에 빠져드는 사람들도 있다.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이직을 했는데 이전보다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이다.


결국은 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야구를 못하는 선수는 다른 팀으로 간다고 해서 없던 실력이 갑자기 생겨나지는 않는다. 내가 가진 강점은 더 개발하고, 내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은 조금이라도 개선하자. 이것저것 다 개선하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가장 뛰어난 강점 하나, 가장 취약한 약점 하나를 선택하여 거기에 집중하자. 그렇게 나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면 환경 변화에 따라 언제든 내 상태가 개선될 수 있다.





3. 부서 이동하기


내가 상사와 진솔하게 대화하려고 해도, 역량 개발을 위해 노력해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때는 다른 부서 이동을 알아보자. 여기는 더 이상 내가 일할 곳이 아닌 것이다. 부서를 이동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보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호의적이면 참 좋겠지만,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대부분의 조직들은 3년이 지나게 되면 리더가 바뀌게 된다. 귀머거리 1년, 장님 1년, 벙어리 1년으로 3년 버텨보는 것도 답이 될 수 있다. 이상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신경 안 쓰고 최대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것이다.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마무리하며


대한민국의 빈곤을 해결한 1등 공신이지만,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존재감이 사라진 통일벼, 그 통일벼가 아프리카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통일벼처럼 사람 인생은 그 누구도 모른다.


어제 잘 나갔던 사람이 환경이 바뀌게 되자 몰락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존재감 없이 기가 죽어있던 사람이 환경이 바뀌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기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한다.


환경 변화에 따라 사람의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나에게 우호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면 더없이 큰 축복이겠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럴 때는 일단 상사가 왜 나에게 불만이 많은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자. 오해를 꼭 풀고 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환경으로 가게 될 경우 내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내 강점 하나, 약점 하나를 선택하여 강점은 개발하고 약점은 보완해 나가자.


이렇게 하는데도 계속 나에게 적대적이라면 그때는 다른 부서나 회사로 옮기는 것을 추천드린다. 사람에게는 어울리는 옷이 있게 마련이다. 억지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계속 입게 되면 몸이 비틀어지고 결국 문제가 생기게 된다. 나에게 맞는 옷이 있듯이, 나에게 맞는 환경이 있음을 명심하자. 분명히 당신에게 맞는 조직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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