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리스 선이 주는 교훈_2편 (환경 극복의 어려움)

환경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방법

by 보이저

앞선 글에서 '월리스 선(Wallace Line)'을 통해 환경이 동물의 행동을 결정하는데 얼마나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다. 선 하나를 넘으면 확 달라지는 환경에 쉽게 발을 디디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이건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나 역시 쭉 서울에서 살다가 첫 직장을 경남 거제의 조선소로 다니게 되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냐고 위안을 삼으면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절대 거기서 거기가 아니었다.


말투도 다를뿐더러, 조선소 특유의 강한 조직문화에 회식은 왜 그렇게 많은지.. 적응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군대 시절 빼고는 자취를 했던 적이 없었는데 기숙사에 혼자 사는 것도 매주마다 버스를 5시간 타고 서울로 왔다 갔다 하는 것 그 모든 것이 다 낯설고 힘들었다. 거제도를 떠난 지가 10년도 더 지났지만, 그때 힘들었던 일은 여전히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환경변화에 대비하는 방법


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직장에서 환경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평생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지역에서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회사나 다른 팀으로 가게 되는 경우, 회사를 떠나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벌어지는 것이다. 좋건 싫건 이런 일은 운명처럼 나에게 다가온다.


다른 회사로 이직하거나 팀이 바뀌는 경우, 어떻게 하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 바람직한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은 성공적인 직장생활의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90일 안에 이 모든 것을 끝내라는 말이 있는데, 꼭 90일 안에 다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기본적인 것들은 그 기간 안에 숙지하도록 하자.



1. 환경을 파악하고 정보를 수집하자


새로운 환경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이직을 한 경우 회사 이곳저곳을 막 돌아다녀보자. 회사 사옥을 두루 돌아다니며 탕비실은 어디에 있고 강당은 어디, 사장실은 어디 이렇게 공간과 친숙해지는 것이다. 회사 주변도 다니면서 좋은 식당이나 카페도 다녀보고 출근 루트도 여러 개 찾아다니며 다양한 방법으로 출퇴근을 해보자. 그렇게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누가 누구인지 조직도, 팀원 이름, 역할, 주요 이해관계자 등을 빠르게 외우고 정리하자. 옆 부서는 어떤 일을 하고 왜 영업조직이 1그룹, 2그룹으로 나누어져 있는지 등 궁금증이 생기면 옆자리 동료에게 물어보거나 회사 게시판을 찾아가며 이해하는 것이다.


낯선 지역에서 근무를 시작했다면 그 인근 좋은 산이나 공원을 찾아다니면서 지리에 익숙해지자. 내가 편히 쉴 수 있고 운동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는 것이다.




2.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하자


상사의 업무 스타일, 상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의사소통 방식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맞추려는 노력을 하자. 이전에 내가 했던 방식은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팀마다 공식, 비공식적인 규칙이 있기 마련이다. 업무 처리 절차(SOP), 회의 방식, 보고 방식, 복장이나 출근시간, 탕비실 이용 같은 비공식적인 문화까지 관찰하고 따르자. 라운드티나 청바지를 금기시하는 조직에 생각 없이 라운드티에 살짝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사무실에 나타난다면 어떻겠는가?


그리고 의사소통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살펴보자. 대면 방식이나 다 같이 모인 회의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고, 단체 채팅방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메일로 주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방식을 따르는 것이다.


팀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나 줄임말, 리더가 유독 많이 사용하는 단어 등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하자. 리더가 매일 "뾰족하게 보고서를 만들어보세요!" 이러면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해야 한다. '명확한 해결책을 말하는 거구나!' 그 의미를 깨닫고 나도 그 단어를 자주 쓰면 좋다.




3. 동료들과 친말한 관계를 구축하자


내가 필요할 때 정보를 얻으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아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아는 것이 적응에 참 중요한데 그 사정은 결국 내가 정보를 얼마나 많이 얻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팀에 누가 나갈 것이고 앞으로 어떤 일이 우리 팀에 할당될 것이고 이런 것은 알아두면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 첫걸음은 밝은 미소와 긍정적인 태도로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고, 상대방에게 관심을 표하며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침에 팀원들 커피 한 잔 같이 사서 올라가고 점심때 둘이서 쇠부 식당에서 같이 식사하는 것 이 정도로도 충분히 금방 친해질 수 있다.


내가 먼저 다가서자. 그리고 말을 걸고 친하게 지내자. 많은 말을 할 필요 없고 오히려 많이 들어주면 된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먼저 다가서자.




4. 항상 기록하고 섣불리 문제를 말하지 말자


새로 파악한 업무 내용, 프로세스 등을 자기만의 요약 노트에 꾸준히 기록하여 체계화하자. 모든 게 다 낯설고 생소한 내용이기에 기록하지 않으면 금방 머릿속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기록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내려놓고 하나하나씩 업무를 파악하자. 전임자에게 듣기만 해서는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직접 시스템에 들어가서 해보고 그래도 이해가 잘 안 되는 것을 정리하여 한 번에 물어보자.


그리고 일단은 침묵하자. 충분히 조직을 알기 전까지는 새로운 조직의 문제점이나 업무방식을 섣불리 비판하거나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배경지식 없이 비판하는 것은 단편적일뿐더러, 리더나 동료들의 눈 밖에 날 수 있기 때문이다.




5. 리더와 일하는 방식 합의


눈치껏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 대해 리더와 직접 대화하자. 보고는 어떤 방식으로 할지, 중간보고를 별도로 어떻게 드릴지, 그 외에 내가 조심할 부분은 없는지 직접 리더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근태에 예민한 사람이 있고, 한 번 했던 말을 다시 하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리더도 있다. 작은 일이라도 다 리더에게 보고하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리더의 특징을 직접 리더의 입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내가 잘하는 일, 내가 이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리더에게 이야기하자. 보고서를 잘 쓴다면 그 부분을 말할 수 있고, 붙임성이 좋다면 친화력을 어필할 수 있다. 그렇게 내가 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리더와 합의한다면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관계가 더 돈독해지게 된다.




6. 스트레스 및 자기 관리


바뀐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이다. 이것저것 신경 쓸 것도 많고, 눈치도 많이 봐야 하기 때문이다. 적응 기간 동안 멘털이 무너지지 않도록 개인의 삶을 단단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대로 루틴을 유지하자.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운동, 취미 등내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자. 내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면 진짜 별일 아닌 것이고, 큰일이라고 생각하면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환경 변화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새로운 환경은 낯설고 힘들다. '나는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말을 스스로에게 되뇌자. 결국은 마음먹은 대로 세상은 보이는 법이다.




마무리하며


월리스 선은 동물들이 낯선 환경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낯선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이 편하다고 그대로 계속 머물러 있으면 고인 물속에서 나도 같이 썩게 된다. 환경이 변했는데도 예전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그건 망하는 길이다. 이미 기관총과 독가스를 사용하는 전쟁으로 변화하였는데 여전히 말을 타고 돌격! 을 외치다가 제1차 세계대전 초기에 수많은 병사들이 죽었던 사례는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새로운 리더와 대화를 통해 눈높이를 맞추면 된다. 서로가 원하는 것, 일하는 방식을 약속하고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해 어필하면 된다.


그리고 발품을 많이 팔자. 여기저기 사옥 안에도 돌아다니고 밖에도 들쑤시고 다녀보자. 회사 홈페이지 이곳저곳 다니면서 조직도도 검색해 보고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도 쭉 확인해 보자.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커피나 밥도 많이 사주자. 이때 많이 말하기보다는 많이 듣자.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내가 인식되면 환경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이다.


우리 모두 월리스 선을 뛰어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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