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알아보는 생활의 법칙
며칠 후면 26년 K리그가 개막한다. 개막을 앞두고 K리그 최고 인기구단 중 하나이자, 내가 응원하는 팀인 '수원 삼성'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25년 K리그의 관심 중의 하나는 과연 수원 삼성이 다시 1부 리그로 복귀할 수 있는지였다. K리그 전체 팀들을 통틀어서 가장 독보적인 팬 층을 보유한 팀은 바로 수원 삼성이다. 파랑, 하양, 빨강 세 가지 색 우산을 돌리는 수원 삼성 특유의 응원은 조직화되었고 그 자체가 큰 즐길 거리이기도 하다.
그런 수원 삼성이 2년 전, 2부 리그로 강등되고 말았다. 이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런 명문구단이 강등된다고? 설마설마했던 일이 실제가 된 것이었다. 강등이 결정되던 당시, 많은 팬들은 경기장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었다. 그 누구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수원 삼성 팬인 나도 그때 넋을 잃고 허공만 바라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수원 삼성에서는 입장문을 내고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반드시 1년 안에 다시 1부 리그로 복귀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그때로부터 이미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지난주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수원 삼성은 제주에게 두 경기 연속으로 지는 바람에 또다시 승격에 실패하고 말았다. 삼수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연거푸 수원 삼성이 승격에 실패한 일은 우리에게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떨어지기는 쉬워도 다시 올라가기는 정말 힘들다는 사실'이다. 떨어지게 되면 왜 다시 올라가기가 어려운지 수원 삼성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2025년 12월 7일 제주 월드컵경기장, 비행기 없이는 못 가는 제주도에서 펼쳐진 경기였음에도 5,000명이 넘는 수원 삼성 팬들이 경기장에 모여들었다. K리그 팀들 중에서는 홈경기임에도 관중 5,000명도 안 들어오는 팀들이 수두룩하다. 수원 삼성은 원정 경기 그것도 제주도 경기임에도 5,000명을 넘긴 것이다. 그 정도로 팬심이 두텁기도 했고, 그 경기가 중요하기도 했다.
이미 사흘 전에 펼쳐졌던 1차전 홈경기에서 수원 삼성은 1대 0으로 패한 상황이었다. 1, 2차전 성적을 합산하기에 이번 경기는 수원 삼성이 반드시 잡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라운드 위 선수들과 경기장에 모인 팬들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작년에 이미 한 차례 승격에 실패했기에 두 번의 실패는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시작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경기장에서는 탄식 소리가 흘러나왔다. 제주의 공격수가 수원 수비수의 공을 뺐으려고 압박을 하자 수원의 수비수는 당황한 나머지 공을 흘리고 말았다. 이 공을 재빨리 가로챈 제주는 골로 연결해 버렸다. 순식간에 1대 0이 되는 순간이었다.
수원 팬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반드시 첫 골을 먼저 넣었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첫 골을 먼저 빼앗기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제 수원은 세 골이나 더 넣어야 승격을 할 수 있는 벼랑 끝 상황까지 몰리게 되었다. 수원 선수들은 급해졌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는데 골은 들어갈 기미는 없고 점점 이성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수원의 수비수 한 명이 공을 뺐으려다 상대 선수의 발을 걷어차게 되었고 전반에 레드카드를 받게 되었다. 엎친데 겹친 격이었다.
한 골을 더 허용하면서 결국 2대 0으로 수원은 패하고 말았다. 수원 응원단은 충격에 휩싸였다. 흐느껴 우는 사람,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는 사람, 허공만 쳐다보는 사람 등등 멘붕의 현장이었다.
그날 경기를 집에서 바라보는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미끄러지면 다시 제자리로 올라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이번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를 보면서 올라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해마다 1부 리그 팀들 중 하위 몇 개 팀은 강등되고, 2부 리그 팀 중 상위 몇 개 팀은 승격된다. 승격된 팀은 축제의 도가니가 되고, 강등된 팀은 울음 속에 빠지게 된다.
강등된 1부 리그 팀들은 1년 만에 다시 올라오겠다고 팬들에게 거듭 다짐한다. 그러나 1년 만에 바로 올라오는 팀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경남, 전남, 성남 등 과거 1부 리그에서 영광을 누렸던 팀들이 2부 리그로 강등되고 몇 년째 승격은커녕 중하위권을 전전하며 2부 리그 지박령이 되어 버렸다.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올라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2부 리그 14개 팀 중 1위 팀만이 1부 리그로 직행하게 되고 2~4위 팀들은 1부 리그 하위권 팀들과의 대결에서 이겨야만 비로소 승격이 가능하다.
아무리 1부 리그 하위권 팀이라도 기본 스쿼드가 2부 리그 상위권 팀보다는 우수하다. 그러다 보니 2부 리그 팀들은 번번이 1부 리그 팀들과의 대결에서 패배하게 되고 결국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2부 리그 팀들에게 1부 리그 승격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저 축구팀들의 사정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 인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내려가는 것은 쉽지만, 다시 올라오는 것은 정말 어렵기만 하다.
예전 인기 드라마 '대조영'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고구려가 멸망한 것은 한순간이었지만, 고구려를 되찾는 데는 천 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만큼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것은 험난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왜 그토록 힘든 것일까?
사람은 큰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면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게 된다. 심리학에는 '학습된 무기력 (Learned Helplessness)'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통제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상황이 반복되면,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병 속에 오래 갇혀있었던 벼룩은 병을 치운 다음에도 더 뛸 수 있음에도 병 높이만큼만 뛰게 된다. '나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상황을 개선 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무너지는 과정은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동반하게 된다. 우울증, 불안 장애와 같은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바닥나 버리기에, 재도전을 위한 힘을 내기 어렵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과연 어떻게 바라볼까, 나는 실패자야,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없어, 이제 난 끝이야 이런 자괴감이 나를 바닥까지 떨어뜨려 버리고 만다. 마음에 심각한 병이 드는 것이다.
사업에 실패하는 경우,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큰 빚을 지게 된다. 원금은커녕, 이자 갚는 것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 이 빚은 두고두고 내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돈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생겨나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인 명성의 타격도 상처가 깊기만 하다. 유명인들이 잘 나갈 때는 사람들이 칭송하기 바쁘다. 그러나 약점이 발견되는 순간 칭송하던 사람들은 손가락질하며 돌을 던져댄다. 그런 상황 속에서 다시 이미지를 회복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나는 억울하다고, 나도 할 말이 있다고 소리쳐도 사람들은 귀를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한 번 내려간 사람이 다시 올라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강등된 지 불과 1년 만에 다시 승격에 성공한 '인천 유나이티드' 사례다. 한번 강등되면 늪에 빠져 웬만하면 승격 못한다는 이 축구판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는 어떻게 1년 만에 승격할 수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방법을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1부 리그에서 뛰던 주전 선수들 대부분을 그대로 유지했다. 보통 팀이 강등되면 계속 1부 리그에서 뛰고 싶어 하는 주전급 선수들이 팀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인천은 무고사 등 핵심 선수들을 설득하여 팀에 계속 남도록 마음을 움직였다.
내가 다시 치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전력누수가 심하면 다시 회복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손해를 최소한으로 줄이자. 그래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전쟁이 발생하는 경우, 예비군들을 먼저 전방으로 올려보네 싸우도록 정해져 있다. 현역 정예병들은 최대한 아끼면서 예비군들이 무너질 경우를 대비하게 한다. 그래야 전력 손실 없이 반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존 핵심 전력 유지는 중요하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초반에 엄청나게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 덕에 다른 2부 리그 팀들이 감히 정면승부를 펼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초반부터 공격수를 대거 투입하면서 상대팀 수비수들을 헤집고 다녔다. 그때 인천은 패배를 모르는 팀이었다.
초반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감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실패에 대한 충격 때문에 기가 죽은 사람에게는 성공 경험만큼 특효약이 없다. '어라? 해보니까 별거 아니네?' 이 생각이 드는 순간 움츠러들었던 몸이 깨어나면서 좋은 성과로 이어지게 된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강등 이후, 명장이라고 불리던 윤정환 감독을 데려왔다. 이전 팀인 강원은 윤정환 감독이 요구하는 높은 연봉을 맞춰주지 못했다. 그때 승격에 목말랐던 인천은 과감하게 큰 연봉 부담을 감수하면서 윤정환 감독을 모셔왔다.
전술에 능하고 선수들 위치를 하나하나 세밀하게 짚어주는 윤정환 감독은 인천에 있어서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다. 공격수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포지션에서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수비는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는 능력 있는 사람이 주변에 꼭 있어야 한다. 위기 탈출은 나 혼자서는 결코 쉽지 않다. 나를 이끌어주고 조언을 주는 사람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런 사람을 찾는다면 위기 탈출이 수월하다.
사람들은 참 간사하다. 내가 잘 나갈 때는 간이며 쓸개며 다 빼줄 것처럼 달려든다. 그러나 내가 뜻하지 않게 내려가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와 손절하기 바쁘다. 손절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내가 더 망했으면 좋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며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고 하는 악한 사람들도 있다.
이때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중요하다. 나를 짓밟으려는 인간들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그러나 나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히 말해야 한다.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자.
"반드시 인천유나이티드를 1년 만에 승격시키겠습니다. 이를 위해 핵심 외국인 공격수들을 잔류시키겠습니다. 송도 국제지구의 고급 아파트 단지와 자녀를 위한 외국인 학교 등 파격적인 편의 제공으로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겠습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외국인 선수들을 붙잡을 방안을 제시하며 2부 리그에서 몇 승 이상을 거두겠다는 것을 약속하였다. 그런 구체적인 청사진 제시로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도록 하자.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참 아프다. 정규리그 우승뿐 아니라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우승 경험도 있는 명문구단이 수원 삼성이다. 2부 리그로 강등됐는데도 평균 관중이 2만 명 가까이 오는 구단은 단언컨대 수원 밖에는 없다. 올시즌 이미 결과는 다 정해졌고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부 리그 지박령이 돼서 영원히 못 빠져나오고 허우적 댈 뿐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다시 올라가기는 참 어렵다. 독한 마음먹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분명히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올라서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앞서 소개했듯이 인천 유나이티드가 강등 1년 만에 다시 승격에 성공한 것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손해를 최소화하고 지금 내가 가진 전력을 유지하는데 힘쓰자. 그래야 반격할 수 있다. 그리고 초반에 좋은 성과를 내는 데에 초점을 맞추자. 초반에 성과가 나면 자신감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유능한 리더를 곁에 두어 길잡이가 되도록 하자. 혼자 헤쳐나가는 것과 나를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올라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26년에는 수원 삼성이 꼭 1부 리그로 승격했으면 좋겠다. 꼭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