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잘 대답하시나요? (파푸아뉴기니 800개 언어)

질문에 효과적으로 대답하는 방법

by 보이저

'파푸아뉴기니'라는 나라를 들어본 적 있는가? 대한민국 면적의 4배가 넘는 큰 나라이지만, 들어본 분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 나라는 철저히 원시적인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고립된 국가이기 때문이다.


남태평양 호주 위에 있는 뉴기니섬 동쪽에 위치한 이 섬나라는 국토 대부분이 험준한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다. 당연히 내륙 깊숙이 들어갈수록 현대 문명은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불과 1960년대까지도 옷을 모두 벗고 다니고 식인풍습을 가진 부족들도 많았던 국가이다.


이 나라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무려 800개가 넘는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80개가 아니다. 800개이다! 부족들마다 고유의 언어가 있으며, 산 하나만 넘어가면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부족이 나타난다. 의사소통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언어학자들의 분석으로는 대다수의 언어들은 마치 한국어와 영어처럼 완전하게 독립되어 있다고 한다. 기본적인 인사나 감사를 표현하는 단어까지 모두 다른 것이다.


왜 뜬금없이 파푸아뉴기니를 소개하는 것일까? 사람들 중에서는 다른 사람이 물어보는 말에 정확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점심을 먹었느냐고 물어봤는데 오늘 날씨가 춥다는 답변이 들려온다. 마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처럼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파푸아뉴기니의 사례를 통해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의사소통이 서로 잘 안되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의 교훈을 통해 바른 의사소통 방법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파푸아뉴기니 위치


파푸아뉴기니에서의 의사소통법


절대 변할 것 같지 않은 이 나라에도 최근 현대 문명이 급속도로 유입되면서 차츰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내륙 오지에 사는 많은 젊은이들은 따분한 원시부족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무작정 도시로 상경하고 있다.


수도인 포트모르즈비에는 이런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문제는 돈도 없고 기술도 없는 이들이 딱히 할 만한 직업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직업도 없이 길거리에 널브러져 술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범죄의 늪에 빠져드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과는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다. 파푸아뉴기니 정부에서는 '피진'이라고 해서 알파벳을 변형한 공용어를 만들어서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치고 있다. 정부에서도 사활을 걸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는 내륙지방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산으로 가로막혀 있어 걸어서 다른 지역 학교를 간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중요한 것은 피진어를 가르치려면 그 부족의 토착어 단어와 피진어가 어떻게 매칭되는지 소개된 책자가 필요하다. 한국어로는 토끼가 영어로 rabbit이듯이, 이런 매칭이 되어야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800여 개의 언어마다 피진어를 매칭한 책을 일일이 다 만든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이러니 젊은이들 대다수는 공용어인 피진어를 사용하지 못한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주변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안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병원에 가도 의사에게 내가 어디가 아픈지 설명할 수 없고, 관공서에 가서도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지 말할 수 없다. 심지어 가게에 가서도 물건을 살 때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그 불편함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파푸아뉴기니에서 벌어지는 일들


언어가 통하지 않다 보니 이 나라에는 비정상적인 관행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원톡'이라는 문화이다. '우리가 남이가' 이 말로 해석할 수 있는 문화이다.


이들은 같은 언어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뛸 듯이 기뻐한다. 800분의 1의 희박한 확률이기 때문이다. 일단 같은 언어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무엇이든지 다 프리패스이다. 법에 걸려도 경찰관들은 단속하지 않는다. 심지어 교도소에 갇혀 있더라도 담당 교도관이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이 걸리면 이 사람은 팔자가 피는 것이다. 교도소 밖에서 생활하다가 소집 때만 잠시 들어오면 된다고 한다. 이렇게 원톡이 형성되면 치외법권 지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이 원톡을 잘 활용하면 편하게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사업을 시작할 때, 인근 부족 언어 몇 마디만 익혀 놓으면 이 부족 사람들은 자기들 원톡으로 인정해준다고 한다. 그러면 자원개발부터 도로 통행, 주거지 문제 해결 등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다 해결된다. 중앙정보의 손길이 구석구석 미치지 못하기에, 주변 부족들과 원톡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아직도 부족 간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칼과 활, 창을 사용했다면, 지금은 기관단총, 수류탄, 박격포까지 사용하며 전투 양상이 살벌해졌고 희생자도 크게 늘어났다. 분쟁의 주된 원인은 부족 간 땅 경계 문제, 자원 배분 문제이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다 보니 오해는 점점 쌓여가게 된다.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기가 어렵고 폭력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처럼 언어 소통이 잘 되지 않는 파푸아뉴기니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파푸아뉴기니 원시부족


단일 언어 사용이 가져오는 장점


대한민국은 단일민족 국가라고 한다. 엄밀하게 따지면 이 말은 잘못된 말이다. 한반도의 사람들 역시 북방계, 남방계 등 수많은 민족들이 수시로 이주하면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역사가 어떻든 간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단일민족이라는 생각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비록 지역마다 사투리가 존재하지만 제주도 방언을 제외하면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다. 우리는 모르고 살아가지만, 한국어라는 단일 언어를 사용하기에 불편함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고 이것은 큰 축복이다.


그러나 전 세계에는 두 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는 국가들이 상당히 많다. 이 경우 의사소통은 큰 사회적 문제이다. 캐나다의 경우 동부 퀘벡 지방은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프랑스어를 쓴다. 당연히 이 지역 방송은 프랑스어로 진행된다. 관공서에서 한쪽 언어만 쓰는 경우 반대쪽에서 큰 반발이 일어난다.


회의 때는 늘 통역이 붙어서 번역해 줘야 한다. 도로 표지판, 화폐, 내비게이션, 가게 간판 등 생활 곳곳에서는 다양한 언어를 같이 다 표기해야만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이 일어나거나 불만이 접수된다. 인도처럼 한 국가 안에서 쓰이는 언어가 열 개가 넘어가는 경우 이건 재앙 수준이다. 중국처럼 정부에서 하나의 언어만 쓰도록 찍어 누르지 않는다면 우리의 언어도 보장해 달라고 반발이 일어나고야 만다.


대한민국은 그런 면에서 축복받은 국가이다. 언어가 다양한 국가인 경우 의사소통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경우


그럼에도 우리는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참 답답할 때가 많다. 같은 한국어를 쓰면서도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것이다. 파푸아뉴기니나 인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사람과는 말이 안 통한다 싶을 때가 있다.


특히나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직장생활이 참 힘들어진다. 직장상사가 "지난번에 지시했던 교육 예산 현황 정리는 어디까지 되었어?" 물어봤는데, "이번 달에는 외부 교육기관에서 수강한 사람들이 많아, 교육비가 확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대답해 버리면 동문서답인 것이다.


내가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심각하게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마치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의사소통에 문제를 겪는다면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질문의 내용을 잘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드린 뒤, 주요 사례마다 대화 내용을 잘 파악하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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