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체급이 중요한 이유 (체급에 맞는 실력)

회사에서 직급과 실력과의 관계

by 보이저

상당수의 개인 스포츠에는 체급이 존재한다. '체급(Weight Class)'이란, 스포츠에서 비슷한 체중의 선수들끼리 대결하도록 등급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태권도, 유도, 권투, 레슬링, 역도 등 힘과 관련된 많은 종목에서는 체급을 나누고 그 체급 안에서 겨루도록 하고 있다.


체급 그런 거 따지지 말고 그냥 제일 힘세고 잘하는 사람이 1등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포츠의 세계에서 덩치가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비슷한 기술 수준을 갖춘 두 선수가 있다면 체급이 높은 선수가 무조건 더 강하게 되어 있다. 체급이 높을수록 덩치는 이에 비례해서 커지고, 힘도 이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예전 이종격투기 K-1에 진출했던 키 218cm의 최홍만 선수를 생각해 보자. 격투기를 전문적으로 배웠던 기간이 길지 않았기에 최홍만 선수의 폼은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그럼에도 어깨 하나가 더 위에 있던 최홍만 선수가 위에서 꿀밤 때리듯이 찍어버리는 그 망치질 펀치에 많은 선수들이 나가떨어졌다. 그만큼 체격조건 좋은 선수가 휘두르는 펀치는 힘이 실려 있기에 가공할만한 위협이 되는 것이다.

최홍만 선수


체급이 없다면 신체조건 좋은 선수들이 모든 스포츠를 다 장악하게 될 것이다. 과거 이만기, 강호동 선수를 선두로 하여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는 장사들이 많았을 때, 씨름은 국민 스포츠였다. 그러나 키가 2미터가 넘어가는 선수들이 많아지자 씨름은 이 선수들의 힘겨루기로 전락했고, 재미가 없어진 씨름은 국민들의 외면을 받게 되었다. 그만큼 체급은 경기의 재미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비단 스포츠뿐만이 아니라 직장생활에도 체급이 있다. 이제 사회 초년병 시절 갖추고 있는 체급과 직장 20년 차가 지니고 있는 체급은 다른 것이다. 직장생활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체급을 올려야만 한다. 과장급 직원이 여전히 사원급 수준의 업무만 하고 있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이다.


체급이 높아져야 직장에서의 승진뿐 아니라, 직장 이름을 뗀 순수한 내 명함으로 다른 사람들과 승부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체급에 대해 살펴보고, 직장에서 꾸준히 내 체급을 올리는 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체급 차이가 나면 이기기 어려운 이유


스포츠마다 체급을 나누는 기준이나, 각 체급 별 기준 무게는 다르다. 이 중 아마추어 복싱 체급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위의 표를 보면 3~4kg 단위로 촘촘하게 체급이 나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체중이 조금만 차이가 나도 상대하기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왜 체중이 차이가 나면 상대하기 어려울까?


체급이 클수록 대체로 키가 더 커지게 된다. 팔 길이 역시 더 길어진다. 힘을 겨루는 종목에서 팔 길이가 길다는 것은 공격이 더 유리함을 의미한다. 복싱에서 팔 길이가 짧을 경우 무리해서 상대 선수에게 접근해야 펀치를 날릴 수 있다. 이때 상대방의 카운터 펀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체급이 낮은 선수는 위험부담을 갖고 경기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펀치를 날릴 때 위에서 내리꽂는 펀치가 더 위력적이다. 그리고 골격이 더 크기 때문에 그 골격의 힘을 실을 경우 파워는 더 커지게 된다. 만약에 체급을 나누지 않는다면 체격이 작은 선수들은 웬만해서는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스모가 대표적이다. 일본 씨름인 스모는 체급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몸무게가 100kg이건 200kg이건 상관없이 만나게 되면 상대해야 한다. 그 결과 스모선수들은 하루 8끼씩 미친 듯이 먹어서 살을 찌워야만 한다. 비슷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체중이 많이 나가 힘이 센 선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스포츠 종목들은 타고난 신체조건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것을 막고자 체급을 두고 있는 것이다.




회사에서 체급에 맞는 실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


직장인은 각각 직급이 있다.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 구성된 직급은 스포츠에서의 체급으로 보면 된다. 처음에는 가장 가벼운 플라이급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웰터급, 미들급, 헤비급으로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직장에서의 체급은 많은 경우, 시간이 흐르면 승진 규정에 따라 저절로 올라가게 된다. 이때 중요한 점이 있다. 각 직급마다 회사에서 중시하는 역할이 있다. 대리가 되면 실무를 본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 노하우가 필요하다. 과장급 이후부터는 기획하고 보고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고, 차장 이후부터는 팀원들을 통솔할 수 있는 능력, 타 부서와의 소통능력이 중요해진다.


만약에 내가 과장이 되었는데도 기획능력이 부족하거나, 보고서 쓰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다면 큰 문제이다. 미들급으로 올라갔는데 선수가 그에 걸맞은 힘이나 기술을 갖추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링에 오르는 순간 1라운드도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다.


회사에서는 자동으로 연수가 차면 체급이 올라간다. 이때 칭호뿐 아니라 그 체급에 맞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과장 이상 직급이 되는 순간 이 문제는 내 생사를 가르는 요소이기도 하다.


과장, 차장은 복싱에서 미들급에 해당한다. 이 체급에는 경쟁력 있는 강자들이 즐비하다. 선수층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직장에서 밀려나게 된다. 그래서 다음 체급으로 올라설 때마다 그에 맞는 힘과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



회사에서 체급에 맞는 힘과 기술을 갖추는 방법


그렇다면 회사에서 진급한 후 그에 맞는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만일 그런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할까?



1. 현재 직급의 핵심 역할과 기대치 파악하기


현재 본인의 직급에서 회사와 상사, 팀이 기대하는 핵심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만일 문서화된 직무 기술서가 있다면 읽어보고, 현재 직급에서 요구하는 주요 역할과 성과 지표(KPI)를 확인하도록 하자.


내가 경력사원으로 입사하게 되었다고 하자. 면접 때부터 직접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진단하고 운영까지 해본 경험을 계속 물어봤다면 내 업무는 교육(HRD) 업무 중에서도 리더십 관련 기획 업무일 가능성이 크다. 이 업무에 대해 집중적으로 상사의 기대사항을 파악하는 것이다.


주기적인 1:1 면담이나 피드백을 통해 리더십 교육 업무가 그동안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파악하자. "내 직급에서 가장 중요하게 기대하는 업무 역량은 무엇인가요?" 또는 "더 성장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와 같은 질문을 던져 구체적인 기대치를 파악하도록 하자.


이때 다음 직급으로 성공적으로 승진한 핵심인재들이 어떤 업무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관찰하고 분석하자. 롤모델을 잘 따라가면 답을 얻을 수 있다.




2. 내 업무에 대한 피드백 요청하기


실력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으며, 꾸준한 학습과 피드백을 통해 좋아진다. 왕도는 없는 것이다. 업무가 끝난 후나 프로젝트가 종료하게 되면, 상사, 동료들에게 본인의 업무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요청하자.


"제가 리더십 강의했던 것 괜찮았나요?" 이렇게 형식적으로 물어보게 되면 형식적인 대답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대신 "카리스마로 찍어 누르려는 리더들은 리더 자격이 없다고 제가 강하게 말했는데 이 부분 거북하게 들리지는 않았을까요?"와 같이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좋다.



"카리스마형 리더가 리더 자격이 없다고 하셨는데, 무슨 근거를 가지고 하신 말씀일까요?" 동료의 이런 지적이 들어온다면 대답할 수 있다.

"구글의 산소 프로젝트에 따르면 카리스마형 리더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심리적 안전감이 낮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근거는 맞다고 해도, 구체적 대안 제시도 없이 무조건 자격 없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하는 게 옳았을까요?"

"해결책이 같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문제 제기에만 그쳤다는 말씀이시군요"



이렇게 계속 질문을 세부적으로 파내려 가면서 내가 부족했던 점을 근본적으로 파헤쳐보도록 하자.




3. 한참 뒤처진 경우, 미래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 보자


마라톤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10미터 이상 뒤쳐지게 되면 절대 앞을 따라잡을 수 없다". 야구에서도 이런 말이 있다. "3경기 차를 따라잡으려면 최소 한 달은 걸린다"


그만큼 한 번 뒤쳐지게 되면 따라잡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내가 뛰는 속도 이상으로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들도 뛰어가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보다 더 빨리 뛰어야만 하는데 이미 노하우가 쌓인 그들은 더 사뿐사뿐 가볍게 잘 뛰어간다. 웬만해서 따라잡는다는 것은 어렵다.


이때 판단을 잘해야 한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 보려는 노력을 해서 남들만큼은 할 것인지, 아예 늦기 전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할지 결정하자. 나이 50세가 넘어서 결정하려고 하면 이미 늦다. 40대 때 내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하자. 그리고 그 길로 가자.


무조건 따라가려고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손절하고 다른 길로 가는 것이 오히려 더 현명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유명한 권투 선수 중에 '플로이드 메이웨더(Floyd Mayweather)'라는 선수가 있다. 반응 속도가 무지무지하게 빨라서 웬만한 펀치는 다 피해 간다. 그러면서도 묵직한 한 방을 갖고 있는 선수이다.


이 선수가 슈퍼 페더급일 때는 KO율이 무려 80퍼센트에 달했다. 그러나 한 단계 체급을 올리자 KO율은 50퍼센트까지 내려가고 말았다. 웰터급으로 체급을 더 올렸는데 KO승은 거의 보기 힘들어졌고 승률도 하락하게 되었다.


그만큼 체급이 올라가게 되면 난이도도 높아진다. 체격이 좋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키도 크고 힘도 세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직급이 올라단다는 것은 체급이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체급이 올라가게 되면 업무 난이도가 비례해서 올라간다. 단순 업무뿐 아니라 기획, 보고, 의사결정, 업무 조율 등 부서의 굵직굵직한 일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점검해 보자. 사람은 누구나 나 자신에게는 관대하기 때문에, 주변 동료들에게 솔직한 의견을 요청하도록 하자. 대충 물어보지 말고 최대한 구체적으로 계속 파고들면서 깊숙이 물어보자. 그리고 내 직급에서 수행해야 하는 업무는 무엇인지, 리더나 동료들의 기대 수준은 어떠한지 파악하도록 하자.


만일 내가 뒤처져 있다면 심각하게 고민해 보자. 노력하면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닌지 말이다. 마라톤처럼 10미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추격에 신경 쓰기보다 내가 잘하는 강점을 가지고 회사 밖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해 보는 것이 정답이 될 수 있다. 포기해야 할 때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체급! 운동선수, 직장인 모두에게 중요한 개념이다. 내 체급에 필요한 능력치를 파악하고 그 능력을 갖추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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