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포수와 투수의 호흡, 직장에서도 중요합니다.

상호 협조가 직장에서 중요한 이유

by 보이저

대한민국 야구가 16년 만에 WBC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대회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5점 차 이상으로 승리하되, 3실점 이상은 하면 안 되는 그 어려운 조건을 뚫고 마침내 그 미션을 달성한 것이다. 이 쾌거의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투수와 포수의 원활한 호흡에 있었다.


야구에서는 '배터리'라는 용어가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건전지가 아니다. 포수와 투수를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배터리는 원래 군사용어이다. 적군의 침입을 막아내는 장벽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투수와 포수는 상대팀의 공격을 막아내는 역할을 하는 포지션이기에 배터리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야구에서 포수는 공을 받는 역할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포수가 해야 하는 일은 매우 많다. 공 받는 일뿐만이 아니라 투수를 리드해야 한다. 상대 타자의 성향을 미리 파악하고, 우리 팀 투수가 잘 던지는 공의 구질도 알아야 한다. 상대 타자에게 효과적으로 던질 수 있도록 투수에게 끊임없이 던질 공에 대해 사인을 보내게 된다.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의 배터리 조합은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둘이 서로 성향이 맞지 않으면 투수는 포수를 불신하게 된다. 포수를 믿고 공을 던졌는데 공을 뒤로 빠뜨리거나 장타를 계속 허용하게 되면 투수는 포수 사인이 아니라 자기 생각대로 던지게 된다. 이런 팀은 결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야구에서 좋은 주전 포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무기이다. 포수는 팀에 한 명 밖에 없는 포지션이기에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주전 자리만 차지하게 되면 나이 40살이 넘어서도 뛸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만큼 다른 선수를 키워내기도 어렵고 대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유명했던 배터리 조합


야구에서는 우승을 이끌었던 명 배터리 조합들이 있다.


해태 타이거즈의 수많은 우승을 일구어냈던 선동열 - 장채근 배터리 조합이 대표적이다. 선동열 투수의 압도적인 구위를 파악하고 있던 장채근 포수는 적재적소에 그 구위를 쓸 수 있도록 사인을 내었다. 그들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통해 수많은 승리를 합작할 수 있었다.


정민태 - 김동수 배터리 조합도 좋은 사례이다. 현대 유니콘스 시절, 이들은 뛰어난 호흡으로 팀의 여러 차례 우승에 기여하며 강력한 배터리 조합으로 평가받았다. 김동수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투수에게 믿음을 심어주었고 투수가 흔들릴 때마다 마음의 안정을 주는 포수였다.


김광현 - 박경완 배터리 조합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SK 왕조를 이끌었다. 박경완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포수로 평가받는 선수이다. 타자들의 타격 스타일을 다 숙지한 후, 우리 팀 투수의 투구 스타일에 대입하여 최상의 공을 도출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였다. 마치 컴퓨터와 같은 분석 능력이었다. 투수들은 박경완 선수 요구대로 공만 잘 들어가면 웬만해서 장타 맞을 일은 없다고 할 정도였다.

김광현 박경완 배터리


최악의 배터리 조합


최상의 조합이 있었다면, 당연히 최악의 조합도 있기 마련이다. 심수창-조인성 배터리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2009년 LG트윈스 소속이었던 투수 심수창과 포수 조인성 사이에 경기 중에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기아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심수창은 포수 조인성의 볼배합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정면승부를 피하고 계속 바깥쪽 공만 요구하다 보니 볼넷도 많아지고 투구 수도 늘어나게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티브이로 중계가 이루어지고 팬들이 다 지켜보는 상황에서 둘은 마운드에서 티격태격 심한 말싸움을 벌였다. 투수코치가 나서서 말려야 했을 정도였다. 그날 경기는 그렇게 패배하고 말았고, 오랜 기간 그 둘은 감정의 앙금이 쌓인 채 지내야만 했다.




포수가 중요한 이유


투수와 포수는 단순히 공을 던지고 받는 관계를 넘어, 경기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축이다. 둘의 신뢰와 이해는 팀 전체의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구체적으로 배터리의 호흡이 중요한 이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경기 리드와 볼 배합으로 경기 조율


투수는 마운드 위에서 시야가 좁아지고 긴장하기 때문에, 포수가 보내는 사인에 신뢰를 갖고 전적으로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신뢰가 무너지면 제구가 불안해지게 되고 장타를 허용하게 된다.


포수는 타자의 약점, 투수의 컨디션, 경기 상황, 그리고 상대 팀의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투수에게 어떤 구종과 코스로 공을 던질지 사인을 보내는데 이 분석이 정확해야 투수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과거 박찬호 선수는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서 뛸 때 주전 포수인 폴 로두카 대신 백업 포수였던 채드 크루터를 더 선호했다. 투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에 맞게 편하게 리드하는 크루터의 성향과 잘 맞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포수는 투수의 특성에 맞게 맞춤형 리드를 하게 된다.




2. 투수의 심리적 안정 도와주기


외로운 마운드 위에서 포수는 투수가 마주 볼 수 있는 유일한 팀원이다. 포수가 든든하게 리드하고 공을 잘 받아주면 투수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고 자신의 투구에 집중할 수 있다.


때때로 투수는 제구가 흔들리게 된다. 투수가 흔들릴 때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가 대화를 나누거나 템포를 조절해 주는 행동이 필요하다. 포수가 투수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은 투수의 멘털을 다잡고 위기를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아래 영상을 보면 망설이는 투수에게 자기를 믿고 과감하게 공을 던지라는 포수를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이 필요하다.



3. 수비수들에게 안정감 선사


포수는 유일하게 그라운드 전체를 바라보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내야수나 외야수의 수비 위치를 조정하고, 도루를 저지하는 등 수비 전체를 지휘하는 리더 역할을 수행한다. 감독이 지휘본부에 있는 총사령관이라면 포수는 야전 사령관에 해당하는 것이다.


투수와 포수가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하게 되면 팀 전체가 안정된다. 수비수들이 제 위치에서 안심하고 최고의 수비를 펼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직장에서 리더와 팀원의 호흡의 나쁠 때의 악영향


야구에서 포수와 투수와 같이, 직장에서도 리더와 팀원 간의 호흡은 팀 성과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둘 사이가 삐걱거리게 되면 소통이 안 되게 되고 이는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이런 관계는 전염성이 있어 팀 전체에 빠르게 퍼져나간다. 팀원들은 눈치를 보게 되고 몸을 사리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악영향들이 있는 것일까?




1. 소통의 어려움


꼴 보기도 싫은 사람과 대화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어떻게든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 한다. 열 마디 할 것도 한 마디로 줄여서 하게 된다.


직장생활의 핵심은 소통인데, 이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은 리더에게 내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어렵고, 리더도 정확한 지시를 내리기 어렵게 한다. 일을 하다 보면 다른 팀원들의 협조도 필요하고 자료도 확보해야 하는데 이런 것 하나하나가 다 막히게 되는 것이다.




2. 중요한 업무에서 배제


좋은 평가 및 빠른 승진을 위해서는 팀의 핵심 업무를 맡아야만 한다. 그러나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팀원에게는 좀처럼 이런 핵심 업무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 믿고 맡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내 입지가 점점 팀에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도가 낮은 잡무가 주어지면서 팀원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고울 리 없어진다.




3. 스트레스의 증가


리더와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은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된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인사평가권자인 리더인데, 이 사람과의 관계가 껄끄럽다는 것은 마치 손톱 밑에 가시가 들어있는 것과 같다. 리더와의 소통을 위해 적절한 타이밍을 계속 따져봐야 하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는 큰 스트레스이다. 리더가 다른 팀원에게 내 흉을 봤는데 그게 건너 건너 내 귀에 들어오게 되었을 때, 직접 들은 것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면 몸과 마음이 지치게 되고 심하면 병으로도 이어지게 된다.




리더와 원만한 호흡을 유지하는 방법


리더와의 원만한 호흡은 직장생활에 있어 필수 요소이다.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가 사인이 안 맞아서 마운드에서 서로 죽일 듯이 노려보고 싸운다고 하자. 그러면 어떤 일이 펼쳐지게 될까? 포수는 사인도 잘 내지 않을 것이고, 투수는 자기 멋대로 던지게 될 것이다. 포수는 수시로 공을 뒤로 빠뜨리게 되고 타자의 입맛에 딱 맞는 공은 곧바로 장타로 연결될 것이다. 팀이 총체적 난국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리더와 원만한 호흡을 유지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리더와의 명확한 소통


리더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자. 눈치껏 때려 맞추는 것이 아니라 리더와 직접 대화하면서 파악하도록 하자. 이때 모르는 것은 솔직하게 질문하자. 잘못 이해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업무 진행 상황을 먼저 정기적이고 간결하게 리더에게 보고하자. 리더가 궁금해하기 전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신뢰를 구축하는 첫걸음이다. 그렇지 않으면 일이 다 마무리된 후에 비로소 보고하게 되고, 리더가 일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일이 다 뒤집어지게 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숨기거나 미루지 말고, 해결책과 함께 즉시 보고하는 것이 좋다. 최대한 미루다가 결국 일을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최악의 상황이다. 문제를 즉시 보고하는 것은 책임감 있는 태도로 비치고 리더에게 신뢰를 주게 된다.




2. 신뢰할 수 있는 팀원 되기


마감 기한, 리더와 약속한 것이 있으면 철저히 지키자. 리더가 당신에게 맡긴 일은 걱정 없이 처리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싫은 업무라도 내색하지 말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자. 짜증 내며 일하는 경우, 실컷 힘들게 일하고도 욕먹는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전이나 어려운 업무에도 기꺼이 배우고 참여하려는 모습, 마무리까지 챙기는 모습, 일의 디테일까지 챙기는 모습은 리더에게 좋은 인상을 주게 된다.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다.


리더가 싫어하는 행동이 있다면 하지 않도록 하자. 마감기한을 마음대로 넘겨서 보고하는 것을 싫어하는 리더도 있고, 근태를 지키지 않는 것에 민감한 리더도 있다. 리더의 성향을 파악하고 리더가 싫어하는 행동은 피하도록 하자.




3. 리더의 관점 이해하기


리더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본인이 임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리더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싶어 한다. 팀의 화합을 중시하는 리더는 팀원들이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 똑 부러진 의사표현을 선호하는 리더는 조리 있게 자기 생각을 말할 줄 아는 팀원을 선호한다.


리더가 선호하는 스타일과 팀에서 중시하는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늘 그 스타일을 신경 쓰도록 하자. 사람은 결국 자기와 비슷한 스타일을 가진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4. 피드백을 수용하고 발전하기


리더가 이런저런 피드백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 쓴소리라도 내가 발전하는데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경청하여 성장의 기회로 삼자.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하고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기회도 더 주고 싶고 잘해주고 싶은 법이다.


피드백을 받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실제로 변화하고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게 되면 리더는 당신의 발전에 뿌듯해하고 당신을 신뢰하게 된다.



마무리하며


투수와 포수는 한 운명체이다. 서로 간의 믿음이 생기면 아무리 강팀을 만나더라도 투수는 포수를 믿고 공을 던질 수 있다. 둘 사이가 삐걱거리게 되면 경기는 엉망이 된다. 투수는 포수를 믿지 못하게 되고 자기 생각대로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박찬호 선수와 포수 마이크 피아자 선수와의 일화가 있다. 자꾸 빠른 몸 쪽 공만 요구하는 피아자에게 박찬호 선수는 체인지업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피아자는 이렇게 응수했다.



"체인지업 던지다가 큰 거 한 방 맞으면 네가 다 책임질 자신 있느냐? 자신 있으면 어디 한 번 던져봐라. 난 모르겠으니"



당시 박찬호 선수는 막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왔던 무명 선수였고, 마이크 피아자 포수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포수였다. 그러니 투수 기분을 맞춰주기보다 자기 스타일을 고집했던 것이다.


직장에서 리더와 팀원이 이렇게 불협화음을 보이게 되면 일이 잘 진행될 수가 없다. 늘 감정싸움을 벌이게 되고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게 된다. 팀 분위기는 좋을 리 없다. 팀원들은 눈치만 보며 숨 죽이고 있어야 한다. 리더는 팀원을 이해하고 팀원이 가진 강점에 맞는 일을 부여하자. 그리고 바쁘겠지만 틈틈이 진솔한 대화를 통해 속마음을 터놓게 하자. 팀원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지시가 있더라도 이해하고 따르자. 회사라는 곳이 자기 마음대로 일할 수 있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리더와 자주 대화하고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조언을 구하자. 약속을 잘 지키고 마감기한을 준수하면서 리더와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자. 리더가 싫어하는 행동이 있다면 최대한 하지 않도록 하자. 그 정도만 주의해도 충분히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서로 불신하면 벌어지는 일(아프리카 흑인 노예의 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