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과 반목이 가져오는 문제 (비틀스 해체 과정 2편)

구성원들의 반목과 갈등이 미치는 악명

by 보이저

1편에서 비틀스가 해체하게 되는 과정을 알아보았다. 해체의 원인은 간단하지 않았다.


- 멤버들 간의 성격차로 인한 갈등

- 누가 팀의 중심이냐에 대한 다툼

- 갈등을 중재할 조정자가 사라진 것

- 갈등을 조장하는 외부인의 개입


이 네 가지가 비틀스를 해체에 이르게 한 주요 원인이었다. 이 요인들은 어느 날 갑자기 뿅 하고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누적된 것이었다. 제 때 해결되지 못하였기에 계속 누적되었고 결국 해체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내가 다른 팀원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비틀스의 사례와 결부 지어 갈등을 원만하게 조정하고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늘 갈등이 끊이지 않는 신제품 개발 TF


신 과장은 요즘 회사 가는 것이 너무나도 싫다. 최근 신제품 개발 TF로 발령을 받아 한 달 넘게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너무나도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원 소속부서에서는 나름 인정받는 신 과장이었다. 그래서 신제품 개발 TF에서 그를 데려갔던 것이었다. 마케팅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었기에 그는 자신감에 넘쳤다. 그러나 TF에는 마케팅이라면 한가락했다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이들은 모두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었다.


파리만 날리던 온라인 플랫폼을 기막힌 마케팅 전략으로 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다는 사람도 있었고, 글로벌 기업 마케팅 업무를 오랜 기간 담당했다는 해외파 인재도 있었다. 이들과는 도무지 협업이 잘 되지 않았다. 자기 철학이 확고했기에 신 과장이 하는 말은 귓등으로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식사 시간은 신 과장이 가장 불편해하는 자리이다. 다들 까페 주인 마냥 "라테는 말이야" 이 말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내 지인이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절친이라는 등, 구글에서도 자기를 영입하려고 오퍼를 줬는데 내가 안 갔다는 등.. 자랑 페스티발이 펼쳐졌다. 요즘 신 과장은 속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고 이들과는 점심을 같이 먹지 않는다. 굶으면 굶었지 이들과는 같이 식사하고 싶지 않았다.


회의 시간에도 이들은 자기 생각만 말하기 바빴다. 내가 이 회사에서 직급이 더 높으니 내가 리더가 되려고 하는 사람, 경력은 내가 더 앞서니 내가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들은 서로를 싫어하고 비난하기 바빴다. 게다가 외부 코치라고 영입한 사람은 갈등을 중재하기는커녕 회사를 비난하기 바빴다. 그리고 특정 멤버 편을 들며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기까지 한다.


이런 아싸리 판에서 신 과장은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았다. 똑똑한 사람이 많다고 조직이 똑똑해지는 것은 아닌가 보다. 그렇게 TF는 바다가 아니라 산꼭대기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었다.



서로 갈등하는 조직의 문제점


신 과장이 현재 일하고 있는 신제품 개발 TF에서 과연 제대로 된 신제품이 출시될 수 있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한 사람은 앱 중심으로 마케팅을 하자고 하고, 다른 사람은 대리점에서 마케팅을 먼저 해야 한다고 하고 사사건건 의견이 대립될 것이다.


조직에서 갈등은 필연적인 요소이다. 피를 나눈 가족들끼리도 의견이 맞지 않아 수시로 싸우는데 비즈니스로 얽힌 사람들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우리는 절대 싸우지 않아요!" 누가 이렇게 말한다면 그 조직은 건강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등은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갈등이 심해지는 경우 일반적으로 아래의 길을 가게 된다.


갈등 방치 → 소통 단절 → 성과 저하 → 상호 비난 및 파벌 형성 → 인재 이탈 → 팀 해체


비틀스도 이 길을 걸었고, 회사 내 갈등이 심했던 많은 조직들이 이 과정을 가고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들이 나타나게 될까?




1. 업무 효율 및 생산성 저하


갈등이 지속되면 팀원들의 에너지가 '업무'가 아닌 '사람'과 '감정'에 소모된다. 오늘은 뭘 가지고 나를 공격할까? 내 뒤에서 무슨 흉을 볼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이다. 이렇게 상대방의 눈치를 보거나 갈등 상황을 해결하느라 업무 몰입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의사소통이 줄어들다 보니 필요한 정보 공유가 누락되거나 왜곡된다. 이는 잦은 업무실수로 이어지게 된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비판받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전감이 사라진 상태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보다 비난받지 않을 정도로만 일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비판받지 않을 정도로만 일하려는 경향성이 강해지는 것이다.




2. 팀워크의 붕괴


갈등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내 편', '네 편'으로 을 만드는 사내정치가 시작된다. 이는 팀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팀원 간의 일체감을 파괴하게 된다. 이 경우 상대편이 잘못하기만을 기다리게 되고 잘못을 할 경우 사정없이 비난이 쏟아지게 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책을 찾기보다 "누구의 잘못인가"를 따지는 '핑거 포인팅(Finger-pointing)'이 일상화되는 것이다.


결국 문제 되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고자 팀원들은 침묵하게 되고 문제를 봐도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가게 된다.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게 싫은 것이다.


리더가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갈등을 방치하거나 일방적으로 한쪽 편만 드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팀원들은 리더에 대해 무능함을 느끼거나 불신을 갖게 되어, 리더의 지시가 먹히지 않는 상황이 오게 된다.




3. 심리적·건강상 문제 발생


스트레스와 지속적인 긴장 상태는 만성 스트레스, 불안, 우울감을 유발하며 이는 결국 업무 의욕 상실로 이어지기 쉽다. 이런 회사에 출근하는 것은 그 자체가 큰 고통이 된다. 병가나 연차 사용이 늘어나고, 결국 유능한 인재부터 팀을 떠나게 된다.


이런 회사는 금세 소문이 퍼진다. 이직시장에서도 일 년 내내 채용하는 회사들이 있다. 그런 회사들 평을 들어보면 대다수는 조직문화가 후진 경우가 많았다. 직원들이 후진 기업문화를 버티지 못하고 나가다 보니 계속 채용공고를 띄워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은 나가는데 들어오려는 사람은 없고 남은 직원들은 인력난에 빠지게 된다.



바람직한 해결방법


그렇다면 팀원들이 싸우고 반목하는 것을 막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비틀스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를 대충 봉합하고 넘어가면 상처는 안에서 계속 곪게 되고, 나중에는 수술로도 해결하기 힘든 상황까지 가게 된다.


앞서 소개드렸던 비틀스의 해체 원인 네 가지에서 해결방법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1. 직장에서 지나치게 자기 개성 드러내지 않기


이 세상에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없다. 당연히 팀원 열 명이 모이면 열 가지 색이 나오게 된다. 이걸 억지로 한 가지 색만 내도록 강요하면 갈등이 생기게 된다. 당장은 침묵하겠지만 이는 동의가 아니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드러나지 않는 것뿐이다.


그리고 팀원들도 필요 이상으로 자기 개성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일하는 공간이다. 거기에 자기 개성 드러낼 일이 있을까 싶다. 헬스에 관심이 많아 구석에 아령을 두고 수시로 운동하는 사람, 가족사진으로 책상을 도배하는 사람, 정치 슬로건을 떡하니 붙여놓은 사람.. 다 마이너스 요인들이다.


비틀스도 일부 멤버들이 사회 이슈에 너무 관심을 갖고, 심지어 힌두교에 빠진 멤버 탓에 공통분모가 사라지고 자주 다투기 시작하였다.


모든 사람의 생각과 개성은 존중받아야 한다. 회사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게 지나치면 갈등의 씨앗이 된다. 업무 외적인 개성은 필요 이상으로 너무 드러내지 말자.




2. 자기가 팀의 실세가 되려고 하지 않기


꼭 자기가 중심이 되어 팀이 돌아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늘 리더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팀원들이 순종적이어서 잘 따라주면 별 문제가 없지만, "네가 뭔데?" 이런 반응이 나오면 그때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비틀스도 폴 메카트니와 존 레넌이 벌이는 실세 싸움에 팀이 망가졌다. 자기가 비틀스를 이끌고 가겠다는 생각이 충돌을 일으켰고 이는 갈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예수님의 열 두 제자들도 종종 누가 더 높냐? 이 주제로 다투었다. 내가 제일 처음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으니 내가 제일 높다는 사람, 내가 가장 연장자이니 나라는 사람, 기적을 베푸시는 자리에 내가 가장 많이 따라갔으니 자기라는 사람.. 서로 자기 경력을 내세우기 바빴다.


이때 예수님께서는 어린아이 한 명을 안으시고는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이 아이같이 겸손하고 낮은 위치에 있는 자가 가장 높은 자이다"


직장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최고라고 드높이려는 자는 결국은 낮아지게 된다. 공식적인 직급이 아니라 비공식적으로 리더가 되려는 사람은 동조하지 않는 팀원들의 눈 밖에 나게 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이런 사람들은 표적이 되기 쉽다. 어린아이처럼 나를 낮출 줄 알자. 능력 있는 사람은 저절로 드러나는 법이다.




3. 갈등을 조정하는 중재자 활용하기


비틀스에 브라이언 앱스타인이라는 매니저가 있을 때, 비틀스 멤버들은 별문제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앱스타인은 비틀스 멤버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멤버들 간에 다툼이 있을 때마다 이를 중재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앱스타인이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더 이상 이런 중재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는 비틀스의 분열을 가져오게 되었다. 조직에서 갈등을 중재하는 중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건이다. 원칙적으로는 팀장이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 팀장의 역할 중에는 팀원들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여 원활하게 업무가 진행되도록 하는 조정자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장이 이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결국 누군가는 이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팀에 차석이 있다면 중재 역할을 요청해 보자. 이 사람이 미래의 리더로 자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람 역시 나가리라면 내가 그 역할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중재라는 것이 거창한 것은 결코 아니다.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하지 말고 많이 들어주고 서로가 원하는 바를 정리하도록 하자. 그리고 이들이 서로 만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자. TV 토론회에서 사회자가 하는 것처럼 내용을 요약, 정리해 주고 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주는 역할로 충분하다.




4. 분열을 부추기는 사람은 과감히 쳐내자


비틀스가 유명해지고 많은 돈을 벌게 되자, 이들에게 꼬이는 사람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게 되었다. 대부분은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이었다. 매니저인 브라이언 앱스타인이 있을 때는 강력한 에프킬라로 이들이 꼬이는 것을 원천 봉쇄했다. 그러나 앱스타인이 사라지자 에프킬라는커녕 파리채를 휘두를 수 있는 사람조차 없어지고 말았다.


조지 해리슨이 힌두교에 관심을 보이자, 힌두교 사제 중에는 그에게 접근하며 막대한 양의 헌금을 권유하는 사람도 있었다. 존 레넌의 애인인 오노 요코는 다른 멤버들 흉을 보며 그가 비틀스를 떠나 솔로로 독립한다면 자기 음악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추겼다. 그 외에도 매니저를 하겠다는 사람, 자기 기획사로 들어오라는 사람, 투자 권유자, 인권 운동가 등등 온갖 사람들이 달라붙게 되었다. 솔로로 독립하면 되는데 뭐 하러 스트레스받아가며 그룹 활동을 하느냐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자꾸 부채질을 하자 멤버들은 점점 귀가 솔깃해지게 되었고, 그룹 생활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직장에도 자꾸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회사에 대한 불평, 불만을 터뜨리고 팀원들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뜨린다. 심지어 그들이 나를 흉보는 것을 들었다며 내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결코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더 이상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언제든지 나를 떠날 사람들이다. 직장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과감하게 거리를 두고 상대하지 말자.




마무리하며


팝 음악의 전설 비틀스가 해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직장 생활에서 팀원들이 서로 소원해지는 과정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친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고, 같이 음악 할 때 제일 행복해했던 멤버들이었다. 리버풀 항구에서 가난함을 이겨내며 그들은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전우들이었다. 그런 전우들이 서로 등을 돌리게 된 것은 결국 조그만 구멍을 제 때 막지 못한 것이었다. 댐에 구멍을 뚫렸을 때 "이 정도쯤이야" 생각하고 넘어갔던 것이 엄청난 균열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직장에서도 팀원들끼리 서로 틀어지는 경우가 있다. 자기 생각만 너무 강조할 때, 팀에서 실세가 되려고 할 때 팀은 조금씩 병들게 된다. 이런 모습이 보인다면 리더에게 꼭 이야기하고 해결을 부탁하자. 리더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내가 그 중재자 역할을 해보자. 리더십은 그렇게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자꾸 분열시키려 하는 사람이 근처에 있다면 과감하게 그런 사람은 내치도록 하자.


비틀스 멤버들이 서로 갈라서지 않았다면 이들은 길이길이 역사에 남을 명곡들을 더 발매했을 것이다. 해체 이후 그들은 각자의 길을 걸으며 솔로활동을 이어갔지만, 비틀스로 같이 활동할 때만큼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비틀스라는 브랜드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 브랜드의 힘을 간과했던 것이다.


동료들과 같이 일하지 않고 내 뜻대로, 내 생각대로 일하면 더 잘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같이 일하게 되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동료를 통해 깨우치게 되고 집단지성을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동료들과의 원만한 관계가 참 중요한 것이다.


비틀스의 해체는 직장인들에게 팀워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비틀스가 마지막으로 통합을 강조하면서 절규하듯이 불렀던 'Let it be' 노래를 들으면서 길을 가려고 한다.



구름 덮인 밤일지라도, 다음 날이 밝을 때까지 나를 밝혀줄 등불은 여전히 있어요. 순리에 그냥 맡기세요!

(Let it be 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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