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타일에 맞게 일을 하는 방법
1. 진석 씨는 벼락치기에 강하다. 학창 시절 그는 평소에는 공부를 안 하고 놀다가도, 시험을 일주일 앞두고는 벼락치기 모드로 들어갔다. 하루에 4~5시간만 자면서 미친 듯이 공부했고 시험 결과도 꽤 괜찮았다. 그는 벼락치기가 통하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대신 수능처럼 장기 레이스에는 참 약했다. 일 년 계획을 세우고 하루에 문제집 10장 풀기 이런 목표를 세웠지만, 일주일만 지나면 퍼져 버리곤 했다. 저녁 8시 무렵 동네 피시방에 가면 게임 삼매경에 빠진 그를 어김없이 볼 수 있었다. 진석 씨는 몰아치기엔 강하지만, 장기 레이스에는 약한 스타일이었다.
2. 은지 씨는 꾸준히 노력하는 스타일로 장기 레이스에 강하다. 체력이 약한 탓에 밤을 새워서 공부하는 방식은 잘 맞지 않았다. 그런 탓인지 중간, 기말고사 성적은 기대만큼 잘 나오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계획을 세워서 그에 맞게 꾸준히 실천하는 데는 상당한 강점이 있는 은지 씨였다. 그래서 차분하게 수능을 준비하여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고, 공무원 시험도 착실하게 준비하여 합격할 수 있었다. 그녀는 단거리 레이스에는 약하지만, 장기 레이스에 강한 스타일이었다.
야구에서 포스트 시즌에 들어가면 속칭 미치는 선수들이 나오기 마련다. 포스트 시즌은 우승팀을 가리는 단기전으로, 일 년 내내 진행되는 정규리그 경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때 엄청나게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선수들이 등장한다. '원래 저 정도로 잘하던 선수였나?' 싶을 정도로 잘해준 덕택에 팀은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선수뿐 아니다. 감독 역시도 단기전 승부에 강한 감독, 한 시즌 리그를 잘 운영하는 장기전에 강한 감독으로 나누어진다.
단기전 승부에 강한 대표적인 감독은 5년 간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을 하며 베트남 국민 영웅이 되었던 '박항서 감독'이 있다. 그는 전술을 지나치게 다양화하기보다는 몇 개 작전으로 간단하게 운영하였다. 아직 베트남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대신 베트남 정신을 강조하며 힘들더라도 한 발 더 뛰고 악착같이 압박하여 상대팀이 아예 공격을 제대로 전개하지 못하게 밀어붙였다.
이런 전술을 장기전에서 쓰기는 어렵다. 악착같이 상대팀을 압박하는 것은 체력소모가 크기에 시즌 중반만 돼도 주전 선수들이 지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기전에는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로 승부욕을 키울 필요가 있다. 박항서 감독은 이런 점에 특화된 감독인 것이다.
반대로 장기 레이스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감독도 있다. 현재 한화 이글스 감독인 '김경문 감독'이다. 김경문 감독은 144경기에 이르는 한 시즌을 잘 운영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연연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베테랑 선수, 신인급 선수를 고루 활용하며 신구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두산 감독 시절에도 화수분 야구라고 불리면서 신입금 선수들을 조련하여 팀의 주전 선수로 활용하는데 능했다. 만년 하위권 팀 한화에서도 잠재력만 있던 신인급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활용하여 시즌 2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단기전인 한국시리즈에서는 전술이 잘 통하지 않았다. 팀 마무리 투수인 김서현 선수가 계속 흔들리고 있음에도 계속 기회를 주다가 경기를 그르쳤기 때문이다. 장기 레이스에서는 통하는 전술이 단기전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스포츠팀 감독 역시도 단기전에 강한 스타일과, 장기전에 강한 스타일로 구분된다. 각자에게 더 맞는 영역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스타일인가? 단기전에 강한지, 장기전에 강한지는 직장에서 업무를 할 때도 드러난다. 과연 나는 어떤 업무에 더 적합한가?
시간이 촉박한 급박한 업무가 닥쳤을 때 쳐내는 것에 능한 스타일이다. 개인기가 뛰어나 머릿속 지식이나 기술로 재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으며, 순간 집중력이 좋은 타입이다.
회사일 중에는 갑자기 떨어지는 긴급 업무들이 있다. 현재까지의 실적 분석하고, 올해 남은 기간 예상 실적을 모레까지 보고하라는 업무가 떨어졌다고 하자. 이건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이다. 재빠르게 관련 자료를 다 취합, 분석하여 매출액, 영업이익률, 순고객 추천 지수(NPS)를 다 집계해야 한다면 이건 이쪽 업무에 밝은 사람, 특히 숫자에 강한 사람이 맡아서 해야만 한다.
자료를 보고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하여 이를 수치화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단거리 스프린터형이라 할 수 있다.
반면 긴 호흡으로 가야 하는 업무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은 내년도 사업계획 같은 기획 업무이다. 일 년 간 해왔던 업무, 현재 조직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 현재 가용 인력 등을 종합하여 하나씩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업무는 순간 아이디어가 반짝이거나, 확 집중해서 일을 끝내는 사람보다는 지구력이 좋은 사람에게 더 적합하다. 계획을 세워 각 단계별로 할 일을 정하고 하나씩 정복해 가면서 가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학창 시절 공부하는 스타일과 회사에서 업무 하는 스타일 간에 상관관계가 높다는 사실이다. 학창 시절에 벼락치기로 밤샘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던 유형이었다면 단거리 스프린터가 더 어울리고, 한 번 의자에 앉으면 2시간 동안 안 일어나고 집중해서 공부하는 스타일이었다면 장거리 마라토너가 더 어울리는 것이다.
무작정 시킨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내 유형을 알고 일을 시작하는 게 좋다. 정장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비즈니스 캐주얼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듯이 사람마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단기전에 강한 축구의 박항서 감독에게 시즌 전체를 맡기고, 장기 페넌트레이스에 강한 야구의 김경문 감독에게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단기전을 맡기면 어떻게 될까? 두 분 다 실제 그런 역할을 맡아본 적이 있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자기 스타일과 맞지 않으면 성적을 내기 힘든 것이다.
나에게 맡는 업무 수행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인정받을 수 있다면 회사생활이 편해질 것이다. '이 업무는 이 사람이 적임자' 이렇게 인식이 박히게 되면 구조조정 같은 찬 바람이 불더라도 회사에서 쉽게 내치지 못한다. 당장 이 사람이 나가면 대체할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내 업무 스타일을 알고 가자. 제일 좋은 방법은 학창 시절 내 공부하는 스타일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그게 100퍼센트 맞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람의 타고난 천성이 쉽게 바뀌지는 않기에 업무 스타일과도 상당 부분 들어맞을 것이다. 그렇게 나를 알고 일을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