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위기는 서서히 다가옵니다 (말뫼의 눈물)

낭떠러지에서 떨어지지 않는 방법

by 보이저

강 부장은 이제 50세를 바라보는 직장인이다. 직급은 부장이지만 그는 한 번도 조직의 리더를 맡아본 적은 없었다. 업무능력이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 탓에 승진에서 자주 물을 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흉흉한 소식이 그의 귀에 들어왔다. 신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회사 사업부 하나를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비용 절감을 위해 앞으로는 이면지를 적극 활용하고 회사 전등도 철저하게 소등하라는 안내가 올라왔다. '회사가 그 정도로 어려운 건가?' 싶었지만 강 부장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뭐 일시적으로 그런 거겠지. 회사야 늘 부침이 있는 것이니까'


그러던 중 상무가 조용히 강 부장을 방으로 불렀다. 상무가 하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이번에 회사에서 대대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어. 각 팀마다 과장급 이상 직원 한 명은 반드시 나가야 한대. 아쉽지만 강 부장 자네가 대상자로 지정되었어"

"네? 제가요? 사전에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나가라니요?"

"나도 이번에 들은 거야. 이번에 나가면 1년 치 연봉을 위로금으로 주겠대. 그거라도 받는 게 낫지 않아? 나중에는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나가야 할 거야. 잘 생각해 봐"


강 부장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스웨덴 말뫼시에 닥쳐온 위기 (말뫼의 눈물)


위기에 대해 소개할 때 자주 언급되는 사례가 바로 '말뫼의 눈물' 사건이다. 스웨덴에는 말뫼라고 하는 항구도시가 있다. 1960년대까지 스웨덴은 조선업 강국이었다. 전 세계 수많은 배들이 스웨덴 말뫼의 조선소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하였다. 한국, 일본의 조선소들이 저렴한 인건비와 신규 기술 개발을 앞세워서 전 세계 조선업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갔기 때문이다. 스웨덴 조선산업은 급속히 위축되었다.


마침내 스웨덴은 조선업을 대폭 정리하였다. 수익이 나지 않는 조선업에서 과감하게 철수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2002년 말뫼 코쿰스 조선소에 있는 골리앗 크레인이 단돈 1달러에 한국의 현대 중공업에 팔리고 말았다. 말뫼 시민들은 골리앗 크레인이 해체되어 배에 실리는 모습을 보면서 다들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이 일은 '말뫼의 눈물'로 불리게 되었다.

말뫼의 눈물


말뫼에 닥쳐온 위기 신호들


그렇다면 말뫼에 닥친 위기는 한순간에 진행되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30년 가까이 말뫼의 조선사업에는 빨간색 경고등이 켜지고 있었다. 누구도 그 신호에 주목하지 않은 결과, 말뫼시의 상징이던 거대한 골리앗이 단돈 1달러에 뜯겨 나가는 비극에 쳐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말뫼의 조선소에는 어떤 위기 신호들이 있었을까?




1. 조선업의 쇠퇴와 글로벌 경쟁 심화


말뫼 경제의 심장이었던 코쿰스 조선소는 1960년대까지 세계 최고의 수주량을 자랑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1973년 석유 파동으로 인해 전 세계 해운 물동량이 급감했고, 대형 유조선 주문이 끊겼다.


한국과 일본의 조선소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조선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인건비가 높은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조선소들은 이때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2. 탈산업화에 따른 실업 대란


조선업이 기울어지면서 말뫼를 지탱하던 연관 제조업 공장들이 같이 무너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말뫼시는 조금씩 유령 도시처럼 변해갔다.


코쿰스 조선소에서만 수천 명이 해고되었고, 연관된 협력업체들도 연쇄 부도를 맞았다. 젊은 층과 숙련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인 스톡홀름이나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인구 감소가 심각해졌다. 노인과 바다의 도시가 된 것이다.




3. 심각한 재정 적자와 도시 정체성 상실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세금 수입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말뫼 시 정부는 파산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실업자가 늘어나자 복지 비용 지출은 급증했고, 이는 시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되었다. 버려진 공장 지대와 활기를 잃은 도심은 범죄율 상승과 지역 슬럼화라는 고질적인 도시 문제를 야기했다.




4. 정치적 갈등과 대안 부재


이 정도 위기가 닥치게 되면 다들 위기의식을 가지고 탈출구를 찾아야만 한다. 그러나 위기가 지속되는 동안 "제조업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할 것인가"를 두고 정치권과 지역 사회 내 갈등만 지속되었다.


마땅한 대체 산업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면서 위기는 더욱 깊어졌고, 병은 점점 더 깊어져서 이제는 그 누구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회사에서 나에게 닥쳐오는 위기 신호


말뫼의 눈물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나 시 차원만의 문제도 아니다. 나에게도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일이다. 위기는 언제라도 나에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방영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드라마가 큰 화제가 되었다. 멀쩡히 다니던 회사에서 밀려나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김 부장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내 일이 될 수 있다면서 공감했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도 그렇고 많은 기업들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회사는 위로금을 제시하면서 지금 나가지 않으면 이런 위로금 못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경우 희망퇴직 인원이 예상치를 밑돌 경우, 회사는 설득작업에 들어간다. 각 팀마다 한 명씩 대상자를 제시하라고 하고 그 사람에게 감언이설로 나갈 것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제안을 거부하면 그때부터 가시밭길이 펼쳐진다. 조직에서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 일은 주어지지 않고 하루 종일 우두커니 모니터만 바라봐야 한다. 아예 아무 연고도 없는 머나먼 곳으로 발령이 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존심이 있기에 이런 취급을 받으면 열에 아홉은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는 몇 가지 전조증상들이 있다. 마치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새가 낮게 날고 숲 속의 동물들이 도망가는 것과도 같다. 그 위기 신호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슬슬 나에게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대표적인 위기신호에는 무엇이 있을까?




1. 비용 절감 및 예산 동결


가장 먼저 나타나는 신호입니다. 돈의 흐름이 막히기 시작하면서 기업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다. 비용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비품 구매를 엄격하게 통제하게 된다. 야근 식대나 택시비 중단, 교육비 및 복지 혜택 축소 등이 일어나게 된다.


퇴사자가 발생해도 충원하지 않고, 진행 중이던 채용 공고가 갑자기 내려가는 일이 벌어진다. 마케팅이나 광고비처럼 당장 매출로 직결되지 않는 장기 프로젝트나 홍보성 예산 삭감이 이루어지게 된다.




2. 의사결정 방식 지연 및 조직의 변화


공들여 추진하던 신규 사업이나 대형 프로젝트가 뚜렷한 이유 없이 홀딩되거나 폐기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핵심 부서 인력을 지원 부서로 옮기거나, 반대로 수익성이 낮은 부서를 통폐합하는 조직 및 직무 개편, 통폐합이 잦아지게 된다.


의사결정이 비정상적으로 느려지거나, 경영진들이 외부 노출을 꺼리고 회의실에 모여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3. 경영진의 태도와 소통 변화


평소 공유되던 경영 지표나 실적 발표가 모호해지거나 미뤄지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전사 타운홀 미팅 등에서는 "시장 상황이 어렵다", "효율화가 필요하다", "생존" 같은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며 위기 극복 메시지가 화두로 자주 떠오른다. 경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외부 컨설팅 업체가 들어와 실사를 자주 진행하게 된다.




4. 흉흉한 사내 분위기


평소보다 인사팀 직원의 회의가 잦고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는 모습이 보이게 된다. 직원들이 이 분위기를 모를 리가 없다. 온갖 흉흉한 소문들이 회사에 돌게 되고 고위급 관리자들의 갑작스러운 퇴사나 이직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난파선에서는 승객들이 서둘러 탈출하기 마련이다. 직원들도 너도나도 회사를 탈출하게 된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오갈 곳 없는 나이 많은 직원들 뿐이다.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


회사에서 위기는 언제든지 찾아온다. 꼭 경영상 어려움이 닥쳐오지 않더라도 나이가 점점 들어감에 따라 내 입지는 줄어들게 된다. 더 이상 승진길이 막힌 상태라면 이제는 고인 물이 되어 조금씩 퇴직 압박이 들어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위기의 신호가 닥칠 때 미리 감지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이직 준비하기


난파선에 남아 끝까지 버티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하자. 이직 상황이 닥쳤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나의 성과를 증명할 자료이다. 당장 이직할 계획이 없더라도, 내가 이룬 성과를 정리해 두자. 개인적인 성과 데이터는 미리 백업해 두는 것이 좋다. 급하게 챙기려고 하면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링크드인(LinkedIn)'이나 각종 채용 사이트에 있는 내 이력서 정보를 업데이트하자. '구직 중' 설정을 (채용 담당자에게만 보이게) 켜두어 오퍼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닥치고 나서 갑자기 이직하려고 하면 이미 늦다. 이직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부 시장 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도록 하자.




2. 재무 상태 점검 및 비상금 확보


회사가 심하게 어려워지면 임금이 체불되거나 성과급이 나오지 않는 등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칠 때가 많다.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금전을 미리 준비해 두도록 하자. 심리적 여유는 통장 잔고에서 나오는 법이다.

불필요한 큰 지출(차량 구입, 해외여행 등)은 잠시 미루고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자. 퇴사 후에는 대출 연장이나 신규 대출이 어려울 수 있다. 재직 중일 때 미리 대출을 받아두는 등 현금을 확보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


권고사직을 대비하는 경우, 실업급여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 액수와 수급 기간을 계산해서 실업 이후 상황을 대비하면 금전적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3. 회사에 남고자 할 경우 생존 전략


비록 회사는 어렵지만 회사에 계속 남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자.


내가 핵심 업무 담당자라는 것을 보여주도록 하자. 특히 '비용을 줄이는 일'이나 '매출을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면 좋다. 회사가 인력을 줄일 때 끝까지 남기려는 사람은 '대체 불가능한 고급 인재'이다.

사내 분위기가 어수선할 때일수록 불평불만 하기보다 묵묵히 자기 업무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자. 하나라도 더 내보내려고 하는 마당에 눈 밖에 날만한 행동은 최대한 안 하는 것이 좋다.




4. 회사 밖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 강점 개발하기


결국 머지않아 회사를 나가야 한다. 시기를 조금 늦출 수는 있지만, 내 운명을 바꿀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나간 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계획이 있어야 한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미래에 대해 아무 준비가 없었던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식당을 개업했다. 그 결과는 안타깝게도 대부분 좋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던 퇴직금은 모두 날아갔고, 빚까지 지게 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 미리 내 강점을 발견하고 개발해야 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 준비하면 그때는 이미 늦다. 사람은 쫓기게 되면 시야가 좁아지게 된다. 퇴직금을 노리고 사기꾼들이 꼬이기 십상이다. 내가 미래에 대해 명확히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물가를 혼자 걸어가는 아이처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 나뿐 아니라 남들도 그렇다고 인정하는 일을 찾아 그 강점을 더 뾰족하게 만들자. 회사를 나가면 그 무기를 써야만 한다. 미리미리 준비하도록 하자.




마무리하며


말뫼시가 호황을 누리던 때는 그 누구도 말뫼가 몰락하리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거지가 없는 동네였고, 지나가는 강아지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던 동네였다. 그러나 위기는 그때부터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여러 곳에서 전조 증상들이 나타났지만, 대부분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혹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도시를 떠났으며 말뫼의 상징이었던 골리앗 크레인은 단돈 1달러에 팔려갔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니는 직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갑자기 원가절감, 위기극복 슬로건이 가득하고 임원들이 확 숫자가 줄거나, 내가 맡고 있는 일이 줄어들고 자꾸 한직으로 밀려난다면 그건 분명한 위험신호이다. 이쯤 되면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계속 남을지, 다른 회사로 갈지, 아예 회사 밖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지 말이다.


미리 내 강점을 찾아 준비하자. 결국은 준비한 만큼 그 강점은 강해지기 마련이고 밖에서의 내 생존확률을 높여준다. 그렇게 꼭 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승자가 되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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